웹소설 작가 서바이벌 가이드
김휘빈 지음 / 이마 / 201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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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작년 12월 말쯤 읽기 시작해서 분명 '1주일도 안 돼서 다 읽어야지!'하고 마음을 먹었지만 13일인 오늘 드디어 읽기를 마무리 지은 책이다. 분명 출퇴근길에 책 들고 다니면서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으나 한파로 인하여 도저히 책을 들고 다닐 용기가 생기지 않았고, 1월 4일에 본격적으로 읽자!! 해놓고 4일에 조금 읽고 방치하다가 오늘 드디어 다 읽었다.

 

세 번 정도의 호흡으로 나눠서 읽어서 아쉽지만 오래간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작법서였다.

사실 웹소설 작가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었지만 꼭 웹소설 작가가 아니라도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그림작가이건 무슨 작가이건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이 정신 건강을 위해서 이 책을 읽는다면 정말 추천해주고 싶다.

오래간만에 아주 자신 있게 추천해줄 수 있는 책이다. 내가 평상시에 막연히 "이렇게 해야지~"하고 생각하고 있던 내용도 많이 담겨있었고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내용도 많이 서술되어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오히려 [유 X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었을 때 보다 훨씬 더 와 닿고 좋았다. 물론 그 책과 이 책은 독자층이 다르지만 어쨌건 작법서라는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난 이 책이 더 잘 쓰인 글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

 

 

 

특히 기억 남았던 부분들을 발췌해보자면


새로운 음식이나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음악에도 도전해 보자. (중략) 글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처음에 무엇을 하고자 하였는지 그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달리기만 하다 보면 사람은 자신을 잊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치중해 왜 가려고 했는지도 잊어버린다. 어느 순간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자신을 지탱해 줄 수 있는 것, 기억나는 것이 없다면 그대로 무너지기 쉽다.


내가 항상 경계하는 일이다. 꼭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달리는 행위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왜 달리는지를 자주 잊어버리는 것 같다. 물론 나도 그런 경우가 간혹 있다. 항상 왜, 무엇을 위해 내가 이 레일 앞에 서있는지 의식해야 방향성을 잃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달리는 것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트랙을 벗어난 경주마는 시간이 지나 보면 지쳐버리고 이미 경주마로써 존재의 의의를 잃을 뿐이다.

 

 

 

 

 


계속 귀와 눈을 열어 두고 세상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자신을 충전하고, 닳아 없어진 것을 채우고, 좁은 자신의 세계를 계속 넓히는 체험을 해야 한다.


내가 음악과 미술을 좋아하고 자주 찾고, 자꾸 여행을 떠나고 공부를 하는 이유의 본질은 결국 나를 충전하고 닳아 없어진 나를 채우기 위함이다. 그리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아는 분야나 지식이 넓어질수록 내 세계가 확장되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또 그 일이 본인에게는 너무 기분 좋은 변화이자 발견이어서 미술, 음악, 여행, 공부를 놓지 못한다.

분명 처음에는 허세를 부리려고( 시작했는데 어느새 내 삶에 자양강장제가 되어있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단계에서 집중해야 하는 것은 단점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장점의 극대화다.' (중략) '단점을 눈감아 줄 정도로 장점이 뛰어난' 작품을 쓰는 걸 목표로 삼자.


나는 직장 내에서 혼자 글쓰기 경쟁상대로 삼은 사람이 있는데(그분은 그분의 글쓰기 스타일과 내 글쓰기 스타일이 정말 다르다. 나는 ENTJ이고 그분은 INTJ가 나왔던데( 성향만 놓고 보면 비슷할 것 같지만 참 다르게 쓴다.

그 사람의 글을 보고 있자면 논술학원 선생님이 썼을법한 느낌? 혹은 대학입시를 위해 작성했을법한 딱 떨어지고 깔끔하고 논리적인 글을 정말 잘 쓰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런 유형의 글 쓰기가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그렇게 쓰는 건 글쎄....

저번에 우연히 같이 식사자리를 갖은 적이 있었는데(물론 다른 사람도 더 있었다.) 따로 글을 쓰려고 여의도까지 가서 배운다는 것 같은데 그 얘기를 듣고 나는 '아, 나도 글 쓰는 것을 배워볼까?'라는 생각보다는 '나는 글 쓰는 걸 배우면 오히려 내 장점을 망칠 수 있으니 그런 정형화된 학원이나 수업 같은 건 듣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내 장점을 해치고 그 수업에 맞춰서 나를 바꾸려 할 것 같아서 겁이 나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나 같은 경우는(내가 생각하기엔) 어떤 글을 써내려 갈 때는 내가 생각한 인상이나 감상의 감정을 메인으로 세워두고 (감정을)한 호흡으로 쭉 써 내려가는 글 쓰기를 한다. 그리고 나는 그 특징이 나의 개성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의 글쓰기는 1년 넘게 독서평에만 치중되어있지만... 정말 올 해는 반드시 로맨스 판타지를 쓸 것이다.

 

 

 

 

 


최초의 독자인 '내'가 즐거워하지 않는 소설은 쓸 수 없다. (중략) 작품을 쓴다면 제일 먼저 설득해야 하는 존재는 바로 이 독자로서의 나, 그중에서도 이 내면의 독자다.


사실 어떻게 보면 쉽고 어떻게 보면 어려운 내용인데 일단 나는 카카오페이지나 리디북스 등등 각종 플랫폼에 몇 백을 쏟은 독자로써 나름 다양한 작품들을 많이 읽어왔다고 생각하고 나의 기준치도 많이 높아졌다.

예전이라면 조금 유치해도 재미있었는데, 요즘에는 유치한 글들은 잘 읽지 않게 되고 너무 뻔한 전개 뻔한 스토리 뻔한 아이템으로 진행되는 글을 보면 손이 잘 안 가게 된다. 내가 눈이 너무 높아져버렸는데 그런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내가 즐거워하는 소설을 쓸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되고...

일단 제일 중요한 건 이렇게 걱정만 하지 말고 쓰는 것이 더 먼저겠지....

 

 

 

 

 


기왕 웹소설을 쓰겠다면 대중 예술가만이 느낄 수 있는 이런 즐거움과 보람을 한 번 정도는 느꼈으면 좋겠다.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은 위대한 작품을 쓰는 것보다 더 위대한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왜 웹소설 작가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봤다.

일단 팬픽부터 시작해서 웹소설을 읽는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도 없었고, 어릴 때부터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과 떠도는 인터넷 소설도 돌려도 보고, 더 어릴 때인 초중생일 때도 인터넷 소설을 참 많이 읽었다.

그때부터 막연히 '아, 나도 한 번 써보면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언젠간 꼭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것 같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내 글로 하여금 사람들이 흥미를 느꼈으면, 지친 사람들의 삭막한 일상에 내 글이 단비가 되어 내렸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그래서 더 접근성이 쉬운 웹소설 작가가 내 희망직업이 됐다. (물론 더욱더 나아가서 나중에는 문학작가가 되고 싶다.)

 

작년 12월 병원 9주년 이벤트를 통해서 다른 직원들 앞에서 발표를 할 기회가 생겼는데, 내 발표의 목적은 이거였다.

내 발표로 인해 다른 사람이 진심으로 흥미를 갖고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꼭 독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내 발표로 인해 웃음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청자로 하여금 마음에 와 닿았으면 좋겠다.

이 정도의 생각을 갖고 발표 준비를 했고, 고맙게도 다른 팀 직원이 그날 나에게 다른 선생님도 발표를 잘했지만 내 발표가 더 마음에 와 닿았다고, 그래서 그 책을 읽어보고 싶어 졌다고 피드백해줬다.

예상치 못한 피드백과 칭찬에 수줍고 너무 기뻤다.

내 목적대로 됐다 하는 성취감에 짜릿했다. 내 목적 중의 하나가 누구 한 명에게라도 내 얘기가 마음에 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으니까.

 

 

 

 

 


글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 즉 꾸준히 쓴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길들이는 길이다.


이 책에서도, 다른 사람들도 계속하는 말이 있다. 예술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소모하는 일이라고.

과연 내가 소위 말하는 성공을 할 수 있을지, 이 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로 많은 걱정이 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나를 뒤돌아 봤을 때 잘 재련된 무기처럼, 잘 세공된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결과물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서 그런 반짝이는 것들을 계속해서 생산해낼 수 있는 건강한 나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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