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보전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12
서신혜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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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상소문을 썼다고 고하십시오」 中

선비들이 모두 얼굴빛을 잃고 저마다 두려워하는데 박태보공이 홀로 말하기를
"이 일이 이런 지경에 이르는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다. 법에 맞는 것이니 놀라지 마십시오"
하면서, 말과 행동이 조용하며 편안한 것이 평상시와 같았다. 해창위 오태주는 오두인공의 아들이다. 그가 울며 부친께 아뢰기를
"일의 형편을 예상할 수가 없으니 아버님께서는 들어가서 아뢸 말씀을 의논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였다. 박태보공이 오두인공께 말하기를
"이 상소를 짓고 쓴 것은 진실로 제가 한 일이니 어찌 면할 수 있겠습니까. 공께서 먼저 들어가실 것이니, 상께서 누가 짓고 썼느냐 물으실 때에 반드시 바른대로 아뢰소서"
하니, 오두인공이 말했다.
"내 어찌 차마 그렇게 하리오."
박태보공이 말했다.
"바른대로 말하지 않음은 임금을 속이는 것이니, 공께서는 우물쭈물하다가 다시 임금을 속이지 마옵소서."
이세화공이 바지를 걷어 다리를 만지면서 한숨 쉬며 탄식하였다.
"30년 동안 임금의 은혜를 입어 후히 녹봉을 받아먹어서 다리에 살이 쪘는데, 오늘 국청 자리에서 이것을 드러낼 줄 어찌 알았으리오." -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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