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산책의 말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너무 크고 무거워서 도저히 들고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와중 발견한 경쾌한 에디션! 그 뚱뚱한 양장본이 이렇게 작고 얇은 책이 될 수 있다니 조판의 신비, 판형의 마법이다.손택의 통찰과 생각의 스타일에서 불후의 매력을 느낀다… 특히나 “이성애 성향의 남자는 절대로 동성애 성향의 남자만큼 호색하기 힘들어요. 어쨌든 여자들을 대해야 하니까요.” >이 한마디에서 퀴어이론을 뛰어넘는 어떤 ‘진리‘를 느껴버림.. .
가끔 이런 활동가의 이야기를 읽고 싶을 때가 있다. 해이해진 정신에 투쟁의 경종을 울리는… 저이처럼 몸에 신나 붓고 공권력 앞에 1열을 도맡아 싸우진 못하더라도, 투쟁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고 그들을 지원/지지하는 편에 서야겠다는 새삼스런 다짐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규식이 탈시설 후 배움ㅡ사회적 관계 맺기에 대해 서술한 부분에서 “집에 가서 쉬는 사람에게 밤늦게 오랫동안 전화하면 민폐라는 것도, 예쁜 교사가 새로 오면 좋아서 은근히 스킨십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는 문장이 나오는데, 굉장히 유감스러웠다. 추행과 민폐를 동일선상에 놓는 게, 문제의 차원이 전연 다른 일을 같은 수준처럼 서술하는 게 너무 놀랍다. 이런 문장은 편집부에서 검열 좀 했으면…. 오늘도 교차성… 이라는 말을 읊조려 봅니다…
이 책이 출간될 때만 해도 러우전쟁이 여태까지 지속될 줄은 독자인 나도 작가도 이 책을 만든 출판사 사람들도 몰랐을 것이다. 당시에는 출판으로 할 수 있는 ‘긴급행동’으로 여겨져 여기저기 소개도 많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그러니 지금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대학살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반전 메시지를 담은 저작물들은 미국의 미움을 사고 있는 국가 편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는다. 가해국이 러시아일 때와는 전연 다른 모습으로 세계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모든 전쟁은 불식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어떤 전쟁은 다른 전쟁보다 덜 그러해도 괜찮은 것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한 2017년~2020년 사이에 나왔으면 잘 읽었을텐데 그 모든 격동의 페미니즘 시대를 지나쳐 지금 읽으니 이 책은 래디컬하지도 유효하지도 않게, 심지어 진부하고 보수적으로 느껴진다. 자매애를 사랑과 우정 사이 어디쯤에 놓아야 하는지가 중요한 질문이었던 시기는 이미 지난 느낌…
<빌러비드>를 경유한 마지막 장에서 모리슨은 이렇게 쓴다. “허구적 서사는 타자, 즉 이방인이 되거나 혹은 이방인이 되어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통제된 야생 상태를 제공한다. 이곳에서 동정심과 명료한 눈을 가져볼 수 있고 자기 성찰의 위험을 감수할 기회도 얻는다.”인간이 영원히 이야기를 가까이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두 줄이었다. 우리는 너무 나약해서, 어떻게든 타자를 구축하고 거기서부터 신념을 배양하여 자아를 확보한다. 그러니까 부지런히 이야기를 읽어서 잠깐이라도 이방인이 되어보는 경험, 스스로가 쥐고 있는 이야기를 잠시 놓고 타자가 되어보는 경험, 자기 자신에게 소외되어보는 경험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