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 바빌론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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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그, 바다 때깔, 보나, 니가 글을 쓸 줄 알게 되몬 그 때깔 이바구 먼저 써다고.˝
나는 그 순간 할머니가 보던 바닷빛을 내 가슴에 끌어넣은 것같다.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손으로 기록하지 못하는 아직 고대에 머물러 있던 할머니가 바라보던 바닷빛을, 바닷빛을 그토록들여다보는 삶의 한순간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일렁이는 바다, 그때 그 순간의 바닷빛을 나는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그 당시 할머니의 치부책에 들어 있던 돼지의 숫자는 기억나는데 할머니가 빛을 바라보던 순간은 어떤 환한 빛으로만 남아 있을 뿐. 나는 아직도 할머니를 고대에서 불러내지 못하고 있다.

- 많은 말을 품고도 풀 수 없어 안고 있어야만 하는 아픔을 간직한 슬픈 얼굴, 바닷빛을 바라보던 눈, 할머니와 바다 사이로 스쳐가는 바람, 바람냄새, 소리가 순간을 붙잡고 계속 리플레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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