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9명이 책 읽기에 하루 10분도 쓰지 않는다는 최근 통계청 발표는 씁쓸한 느낌을 갖게 한다. 영화관람, 스포츠, 인터넷게임 등 여가생활에 하루 평균 5시간 22분을 쏟는 것과 비교할 때 미래를 위한 자기계발에 너무 인색함을 보여준다.
사실 우리 국민의 독서열이 낮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지적은 아니다. 책 읽는 사람은 드문 반명 타블로이드 무료신문을 읽거나 휴대폰 게임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훨씬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우리 지하철의 일상적인 풍속도라 하겠다. 책읽기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흔한 일본 지하철과는 크게 대조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한국출판연구소가 지난해 조사한 국민독서실태에서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18세 이상 성인 10명중 2명이 지난 1년 동안 단 1권의 책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월평균 3권 이상 책을 읽는 독자의 비율이 14.5%로 일본의 17.5%에 비해 크게 낮았다.
국민들이 이렇게 책을 읽지 않으니 서점들이 잘 될 리 없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서점수가 지난 5년 새 3000개에 육박해 전체 서점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더 심각한 것은 독서의 질이 형편없이 낮다는 것이다. 그나마 학습지와 아동서, 실용서가 팔릴 뿐 전문서적은 영 인기가 없어 학자들이 집필을 기피할 정도라는 것은 지식자산의 기반붕괴를 위협하는 걱정스런 현상임에 틀림없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지식은 경제적인 가치를 낳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국민적인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성과도 지식의 축적된 힘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책 읽기를 게을리하면서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일 지식자산 축적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 점에서 일본의 경쟁력이 국민의 독서열에서 나온다는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식에 대한 수요의 저변을 늘리지 않고는 국가발전의 동력인 지식자산 축적이 원활해질 수 없다. 정부는 공공도서관 확충 등을 통해 책읽기를 사회운동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분위기 정착에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05년 5월 28일, 매일경제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