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트 - 들고 뛰고 헤엄치며 흘리는 모든 땀에 관하여
빌 헤이스 지음, 김희정.정승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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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자마자 포카리스웨트 음료를 연상시키는 시원한 푸른색과 흰색 조합의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스웨트>라는 제목과 딱 어울리는 디자인처럼 느껴졌다.

책의 저자 빌 헤이스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살고 있으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면서 에이즈 정책·불면증·다이앤 아버스(미국의 사진작가)에 관한 칼럼을 쓰는 한편 <뉴욕타임스>에 다수의 글을 기고했다. 그리고 게이.

저자가 이성애자건 동성애자건 무슨 상관이냐 싶기도 한데 책 자체가 저자가 땀의 역사를 거슬러 추적하고 조사하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 형식에다 끊임없이 동성애 남성의 관점에서 보는 땀, 섹슈얼함, 에이즈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어 그의 성정체성은 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느꼈다.


빌 헤이스는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던 어느 날 '천국의 계단(계단 오르는 동작을 반복하도록 만든 운동기구)'에 올라 다른 사람이 운동하는 것을 바라보다 문득

'어쩌다 우리는 여기까지 왔을까? 운동의 시초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어디에 가닿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그것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땀을 흘리는 것을 귀찮거나 창피하게 여긴다.

나 역시 땀을 많이 흘리는 계절에 옷을 구매할 때는 땀에 젖어도 겉으로 티나지 않는 색상을 고려해서 선택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땀을 흘리는 것을 노폐물과 불순물을 배출하는 것과 연관지어 생각한다.

다이어트를 위한 디톡스를 한다며 땀복을 껴입고 운동한다는 이야기가 그리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들은 땀의 진짜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땀 속에는 미량의 노폐물이 들어있기도 하지만, 사실 노폐물을 배출하는 기관은 따로 있으며(간과 신장) 땀의 주된 역할은 따로 있다.

바로 체온조절이다.

모공을 통해 나온 땀방울은 증발 냉각의 매개체로 기발하면서, 효과적인 즉석 에어컨 역할을 한다.

땀을 흘리는 일의 진정한 이점은 우리를 죽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의 땀(운동)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해왔나를 살피며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스포츠 경기의 기원을 살피려면 최소 청동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크레타섬 왕의 즐거움을 위해 레슬링과 복싱 경기가 열렸다는 기록이 있지만,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운동선수의 개념은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됐다.

기원전 776년에 처음 개최된 올림픽이 탄생한 곳이 바로 그리스다.

고대 세계에서 운동선수가 흘린 땀은 고귀한 것으로 여겨졌다.

경기를 마친 운동선수들은 자기 몸에 있던 땀과 기름을 긁어모아 작은 단지 안에 담았다.

오로지 이 액체들을 긁어모으는 용도로 만들어진 도구(스트리질: 셀러리 줄기처럼 생긴 S자 모양의 고대로마 철제 도구)가 있을 정도다.

이를 통해 얻은 독특한 냄새의 혼합물은 글로이오스라고 불렸으며, 운동선수들이 벽에 몸을 기대면서 흘러내린 땀자국까지 긁어 가져가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그렇게 모은 땀은 비싼 값에 팔렸고 주로 치질과 생식기 혹을 치료하는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불결하고 수치스럽게 느껴지는 땀이 고대 그리스에선 없어서 못파는 귀한 것이었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요즘 운동을 시작하면서 운동일기 포스팅도 하고 날마다 실내자전거와 로잉으로 땀을 한바가지씩 쏟고 있는데 바닥과 운동기구에 땀이 뚝뚝 떨어질 때마다 귀찮아하며 닦아내버리는 땀을 고대인이 보았다면 아깝다 여겼을거라 생각하니 재미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의사 메리쿠레아레가 집필한 <체조술>의 여러 판본과 원화 삽화를 찾아 세계 곳곳의 도서관을 찾아가는 방문기와 함께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스포츠가 여성에게 확대되는 순간들, 에이즈와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이 사람들의 운동 방식 변화에 미치는 영향, 운동과 섹스어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까지.

광범위한 분야와 여러 시대를 아우르며 운동과 땀의 철학적 사유를 다루는 이 책은 그야말로 땀의 연대기라 불리울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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