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 - 최정상급 철학자들이 참가한 투르 드 프랑스
기욤 마르탱 지음, 류재화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말했던 김연아의 어록이나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며칠인지도 모른채 그냥 수영만 한다는 마이클 펠프스처럼,

우리가 전문 프로 운동 선수들을 생각하며 떠올리는 이미지는 주로 신체의 극한 단련과 순간의 판단력 집중력 같은 것들이다.

사색과 철학 같은 것은 스포츠에선 쓸데없는 감상과 사치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 사이클 선수이자 철학 석사라는 기욤 마르탱의 이력은 등장과 동시에 이목을 끌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에 강조되는 올림픽의 대표적인 이념 가운데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표어는 그처럼 몸과 정신을 이분법적 사고로 나누어 보는 것이다. 하지만 올림픽의 기원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그 둘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그 시절, 이상적 인간은 칼로스 카가토스(kalos kagathos 아름답고 선한 인간)라 하여 외적 아름다움이 곧 지적 아름다움으로 통했다. 니체의 '생각하는 몸' 처럼 정신과 신체를 함께 묶어서 보는 것이다.

이 책은 서양의 최정상급 철학자들이 투르 드 프랑스에 참가한다는 재미난 상상으로 쓰여졌다. 제목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이 고대 그리스 국가의 대표 선수로 첫 출전하고, 이 밖에도 니체, 마르크스, 하이데거, 쇼펜하우어, 헤겔, 프로이트, 스피노자, 칸트 등 누구나 한번 쯤은 이름을 들어봤음직한 저명한 철학자들이 선수, 또는 코치나 감독, 매니저, 팀의 대외협력관으로 등장한다.

또한 등장하는 철학자 마다 그의 사상에 대한 간략한 개요 등을 역자가 각주로 친절하게 달아주었기에 문외한이지만 조금이나마 깊이 있는 철학 맛보기를 할 수 있었다. 읽으면서 저자 뿐만 아니라 번역가의 내공도 상당하다는 것을 느꼈다.

서양 철학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은 당연히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만, 아는 사람은 아는 대로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대로 그 나름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철학 에세이-소설 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서양철학을 공부해보고 싶은 충동이 들어 오랜만에 도서관에 들러 입문자들에게 권하는 책을 몇 권 빌려왔다.

훗날 다시 읽어보는 <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는 어떤 느낌으로 와닿게 될 지 궁금해진다.

#사이클을탄소크라테스 #기욤마르탱 #류재화 #나무옆의자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철학 #에세이 #독서 #책 #서평 #서양철학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