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이 긴 종들은 종종 성체의 체세포 조직에서 텔로머레이스를 계속 생성해서, 적어도 장기의 최소 부분을 재생할 수 있게 한다. 성체의 텔로머레이스 생성에도 불구하고, 그 종들의 암 발생률이 더 높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아마도 세포의 통제력을 높이면서 암을 막기 위한 대체 메커니즘을 개발했을 것이다. … 죽음은 생명 그 자체에 본질적으로 내재된 필수 조건이 아니라 생명의 외적 조건에 대한 양보로서 얻어진 종에게 유리한 사건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생명의 종말인 죽음이 모든 생물의 속성으로 가정되는 일은 결코 없다. 죽음 그 자체, 그리고 수명의 길고 짧음은 전적으로 적응에 달려있다. 죽음은 생명체의 본질적인 속성이 아니다. 그것은 반드시 생식과 관련 있는 것도 아니고, 생식의 필연적인 결과도 아니다. - 본문 82쪽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컴퓨터 과학과 전산을 공부했고 생물학자나 의사보다는 엔지니어나 기술자에 더 가까운 비전을 지닌 드 그레이는 노화의 원인을 일곱가지로 정리한다. 1. 세포 내 노폐물 2. 세포 간 노폐물 3. 핵 돌연변이 4.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 5. 줄기세포 손실 6. 노화 세포의 증가 7. 세포 간 단백질 연결의 증가 가 그것으로, 이는 모두 세포 내부와 외부의 미세한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 약간의 손상이 생명을 해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속화된 속도로 쌓이는데, 이것이 사람들이 쇠약해져서 죽음에 이르는 이유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드 그레이의 이론을 미친 소리라 치부했으나 노화에 대한 연구가 계속될 수록 점차 그 인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중이다.
한 때 질병으로 간주되던 문제들(예를 들어 흑인 노예들의 도망이나 자위행위, 동성애 같은 것들)은 이제 더이상 질병으로 일컬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그저 노화의 과정이라 간주되던 것(골다공증, 노인성 알츠하이머 병 등)은 지금에 와서는 질병으로 인정 받고 있다.
이처럼 과거에 당연하다 여겼던 것이 과학의 발전에 따라 정반대로 뒤바뀐 것이 한 둘이 아닐진데 언젠가 노화가 질병으로 분류되고, 치료 가능하게 될 날이 결코 오지 않으리라는 것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