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뭘 제대로 모르고, 비합리적이고, 실은 권위주의를 간절히 원한다는 시각을 적극 수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정말로 그렇게 강력한 권위를 원하는 것일까? 정말로 대다수가 극우파로 개종해버린 걸까? … 자아분열적으로 보이는 이런 행동의 배경에는 어떤 명분에 대한 열렬한 지지보다 어떤 것 또는 어떤 이에 대한 열렬한 반대가 더 중요해진 오늘날의 선거가 있다. 시민들은 마음속 깊이 숨겨둔 권위주의에 대한 열망을 표출했다기보다, 민주주의 이론에 따라 양당제에서 한 정당이 신뢰를 잃었을 때 마땅히 해야 할 행동을 했을 뿐이다. … 우익 권위주의 포퓰리즘 정권하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시민이 쭉 바라온 바였다는 식으로, 권위주의의 결과물을 신비로운 국민의 뜻으로 해석하는 건 실수다. 포퓰리스트가 국민의 정치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해석도 잘못되었다. 문제는 평범한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끝장내고 싶어한다는 것이 아니라, 양극화되고 분열된 사회에서 국민에게 주어진 선택지다. (본문 中)
최근의 대선 결과를 보고 받았던 충격이 이 책을 읽으며 조금씩 정리되는 것 같았다.
민주주의가 수호되어야 한다는 명제에는 모두 이견이 없는데 아무리봐도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은 어딘가 잘못된 듯 하다. 역사는 '똑같은' 모습으로 되풀이되는 경우가 없고 계속 변주되므로 우리는 변화하는 현실에 맞추어 참된 민주주의를 가려내고 지켜가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해야 한다.
진정한 민주주의가 되기 위해서는 자유, 평등, 불확실성이 필요하다. 이 각각의 개념에 대해 호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회적인 관계에서건 정치적인 권리에서건 평등은 동일함이나 동질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분열과 갈등 그 자체가 민주정치를 흔드는 위험요소라는 생각은 잘못되었다. 의견 불일치는 비존중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자유에 대한 것도 논의될만하다. 모든 사람은 정치에 관여할 자유가 있지만 반대로 정치에 무심할 자유 역시 존재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아무리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의견 반영권을 주더라도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가 같아질 수는 없다.
저자는 최대한 부정없이 투명하게 모든 이의 선호도를 반영할 수 있을지도 모를 다양한 정치 모델을 소개하고 있어 생각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