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말했듯 로마인들의 식사 장면하면 흔히 떠오르는 것이 비스듬하게 누운 듯 앉은 자세이다. 실제 로마시대 연회나 식사 장면을 묘사한 벽화들을 보면 그런 모습들이 관찰되는데, 이 자세는 그리스인들에게 배워왔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인들이 먹는 것 처럼 수저나 포크 나이프를 가지고 식사한다면 이러한 자세는 몹시 불편할지 모르겠지만, 당시 로마인들은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었으므로 이러한 자세는 편안하고 안락한 자세였다. 아마 우리가 쇼파에 반쯤 드러누워서 과자나 팝콘 같은 간식을 집어먹으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모든 사람이 이렇게 반쯤 눕듯이 식사한 것은 아니며, 여성과 아이, 하인과 노예는 의자에 앉아서 식사를 했다. 한쪽 팔로 상체를 받치고 비스듬히 누워 다른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동작은 '자격이 있는 성인이 격식을 갖춘 식사에 참석해 요리를 먹을 때 취하는 자세'였다. 이것이 로마 제국이 팽창함에 따라 점차 여성들도 식사에 참여해 함께 누워있는 벽화들이 나타나는데 이를 통해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실제 1세기 초 기록과 유적들을 살펴보면 여성들이 사업에 참여한 흔적을 엿볼 수 있는데 아마 케나(저녁식사)를 하면서 남녀가 함께 술과 유흥을 즐기며 인맥을 넓히고 비지니스를 논의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전성기 로마 제국에서는 아이들도 상류사회의 사교를 가르치기 위한 조기교육의 일환으로 저녁 만찬에 참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렇듯 로마의 저녁 만찬 케나를 통해 로마 사회의 구조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미 부른 배를 비우고 음식을 더 먹기 위해 토하거나 음식을 삼키지 않고 맛만 보고 뱉었다는 소문은 진실일까. 실제로 먹기위해 토했다는 기록이 서기 42년 세네카가 제 4대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분노를 사서 코르시카로 추방됐을 때 어머니 헬비아에게 쓴 <위로문>이라는 편지에 나타나 있다. "그들은 먹기 위해 토했고, 토하면서 먹었습니다." 하지만 몇 몇 기록으로 전체를 일반화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그에 반해 로마 상류층이 미식을 즐기기 위해 아예 연회장에 별도로 '토하는 방(보미토리움)'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와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보미토리움'은 라틴어로 토한다는 뜻의 '보미투스'에서 비롯된 말로 보는데, 마치 출입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토하듯 쏟아져 나오는 모습에서 생겨난 것으로 극장이나 콜로세움 같은 경기장에서 관중들이 일시에 드나들 수 있는 통로(입구)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