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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운증후군 동생인 밀리의 어색한 말투가 좀 거슬렸던 것 외에는
번역된 문장도 매끄럽고 스토리도 빠르게 쭉쭉 읽히는 편이라
손에 잡자마자 단숨에 읽어내렸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중간 부분은 그레이스가 아무리 탈출을 시도해도
계속 원점으로 돌아가고 당하기만 하는 내용이라 답답하고 속터지는 편.
그렇게 '완벽' 그자체로 그레이스를 옭아매던 잭이
마지막에 수면제를 먹고 지하실에 갇히는 장면은 어쩐지 허술해서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쌓아온 잭의 이미지와 잘 매치되지 않아 어리둥절하기까지 했다.
잭을 지하실에 가둔 뒤 그레이스가 태국으로 가서
잭이 죽었다는 소식을 기다리며 알리바이를 쌓아가는 장면은 또 어찌나 구구절절한지..
이미 독자는 그가 죽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시간 단위로 그녀의 행적을 묘사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김이 빠져나갈 무렵,
마지막 장면을 읽고선 나는 이 소설이 좋아졌다.
이 마지막 한 장면을 위해 그렇게 달려왔구나.
나는 멍하니 에스터를 쳐다본다. "그럼 왜?"
에스터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밀리의 방 색깔이 뭐였지, 그레이스?"
나는 잠시 차마 말을 잇지 못한다. "빨간색." 목소리가 갈라진다. "밀리의 방은 빨간색이었어."
"그럴 거라 생각했어." 에스터가 조용히 대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