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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보여주는 손가락
김치샐러드 지음 / 학고재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나에게 학창시절로 돌아가 이 과목만은 절대로~! 네버!! 듣고 싶지 않은 게 뭐냐, 라고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미술"이요, 라고 할 거다.
손으로 그리는 스케치, 손으로 그리는 색칠, 손으로 만드는 조각, 손으로 주물럭 거리는 점토..죄다 우울한 기억들 뿐..
다른 건 다 기억 잘 하면서, 왜 미술사와 관련된 사진, 인물명, 기법, 화풍, -파들은 어찌 그리도 섞이고 뒤죽박죽, 기억이 나질 않는지..내 머리를 원망해봐도 어쩔 수 없는 법!! 그 다음부터는 미술사와 관련한 책들을 보기 시작했답니다.
그 중에서 어렵지 않고, 나처럼 미술, 그림이라면 경기 일으키고, 문외한인 저에게 김치샐러드의 '그림 보여주는 손가락' 은 너무도 친절한 손가락 씨
처음 보는 그림부터 나는 이렇게 생각지도 못 했는데, 이렇게 볼 수 있겠구나, 이런 의미가 내포되어 있겠구나, (물론 해석의 길은 무한하지만)
<<오필리어>>를 통해서 우리도 미친년처럼 잠시 자연인임을 잊고 바쁘게 살아가는 것일 뿐 진정 자연인으로 살고 싶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 체면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일 뿐...
가끔 비 맞고 걷고 싶을 때라도, 청승맞아 보일까 봐 멈칫했던 것도 떠오르고.. 내 마음도 오필리어와 같았다면, 이라는 생각도 들고..
후반으로 갈수록 인간 관계와 우울함을 그림을 통해서 드러내던 터라 그 우울함이 나에게도 전염될까 얼른 읽고 덮은 기억까지..
그림을 무겁지 않고 가볍게(나에게만;;인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 사람이 이 그림을 무슨 연유로 그렸고,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만 있었던 사소하지만 나에겐 큰 지식이자 느낌이었다..
친절한 손가락 씨 덕분에 그래도 몇 개 어물어버릴 수 있는 그림 몇 편이 생겼다는 것에 뿌듯함과 고마움을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