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22
마루야마 마사오 지음, 김석근 옮김 / 한길사 / 1997년 3월
평점 :
품절
언론에서 보내주는 기획특집류 중에 일본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기사를 종종 보게된다. 대개의 경우 선진일본은 저렇게 잘하고 있다 - 따라배우자 뭐 그런 종류인데, 보다보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유사한 점을 많이 느끼게 된다. 흔한 말로 일본의 20년젼, 30년전의 현대사가 한국에서 되풀이 되고 있는 사회현상을 몇가지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일례로 90년대 후반 한국 학생운동의 모습을 보고 한국언론에서는 60년대말 일본 전공투 학생운동의 마지막 모습과 비교하는 기사가 일제히 실렸었다.
고전은 '모두다 알고 있지만 아무도 읽지 않은 책' 이라던가. 일본의 경우도 이처럼 많은 인용이 되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알고있는 부분이 부족한 미지의 영역인것 같다.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은 97년 여름즈음 신문광고를 보고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미지의 영역인 일본을 좀 알아보고 싶다는 정도에서 출발하였지만, 책의 내용은 그러한 기대 이상이었다.
이 책의 주제는 한마디로 '군국주의 일본'의 정신상태가 어떤 것이었는지 분석하고, 이를 통해 비정상의 상태를 벗어나 정상적인 사회로의 복귀를 꾀하였던 지은이의 역작이다. 저자 자신이 대학에서 군대로 징집되었다가 전후에 강단으로 복귀한 사람이다. 일본 학계에서 마루야마 마사오는 학계의 '태두'로 인정받고 있다.
나에게 충격적이었던 것은, 같은 2차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 독일의 파시즘과 일본 파시즘과의 차이를 심리적 관점에서 분석한 일련의 글들이었다. 집단속에 숨은 거대한 무책임의 덩어리였던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왜소함과 책임회피는 놀랍게도 나 자신, 우리 자신속에 위험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기도 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국측이 분명한 책임을 묻고자 했던 독일과 달리 일본은 항복과정에서부터 미국과 협의하에 항복을 하였고 전후에도 천황을 비롯한 '반미우익'세력을 제거하지 않고 오히려 대 공산권 봉쇄를 위해 키워주었기 때문에, 재판과정에서의 책임회피문제를 개개인의 차이로만 분석하는것의 일정한 위험성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자각한 개인들의 참여와 견제없는 '거대한 무책임의 집단'이 순간적으로 얼마나 위험해 질 수 있는가의 연구로서 이 책이 가지는 의의는 계속 유의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