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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브로드 1
팻 콘로이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to 레오
레오폴드 블룸 킹! 이 엉큼한 몽상가 같으니라고! 지금 너의 글을 읽고 도발적인 몽상에 혀를 찬다. 시바에게 향한 인상적인 짝사랑을 내 모를바 아니나, 무관심에 대한 답례로 죽음을 선고하였으니, 자못 아연 실색하는 바다. 이로써 사랑에 대한 진정성이 심히 훼손된 바, 형의 죽음때문이었다고 변명하지 마라. 너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형제 자매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원히 변치 않는 보호자의 모습을 띤 '순수'말이다. 우리는 순수에 대한 애저린 추억을 짐짓 점잖은 가면으로 가리고 있지만, 매 순간 갈등하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너는 그 특유의 엉큼한 몽상으로 우리의 가슴을 다시 한번 애저리게 하는구나.
그러니 지금도 늦지 않았다. 죽은 시바를 부활시키고, 트레버를 완치시켜라. 너 따위의 되먹지 않은 몽상으로 가슴앓이를 하긴 싫단 말이다. 지금 이순간 네가 말했듯이 '바보같은 녀석'이었음을 진정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덥잖은 '율리시즈'를 읊어대지 말고, '홀든'과 '알료샤'를 표절했다고 자백해라. 그것만이 네가 용서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깨닫길 바란다.
스탈라를 떠나보냈듯이 불행한 과거를 극복하고 사랑스런 몰리와 결실을 맺길 바란다. 끝으로 너의 삶은 비극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고백컨대 우리 모두가 고뇌하는 너를 부러워한다는 걸 알아주기 바란다.
여지껏 나의 힐난은 무죄이니 빌어먹을 레오! 니가 나의 평화로운 상상력을 온통 들쑤셔 놨기 때문이다. 나일즈, 아이크와 다투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길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