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이스 - Black Ic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부르조아의 은밀한 성욕이 드러날 때, 가족과 사회는 위기에 휩쓸리는게 고전적인 법칙인데, 사회가 보다 진화된 즈음에 와서 성적 부도덕은 여전히 개인에게 치명적인 유혹일 수 있지만, 사회(국가)는 더 이상 개인에게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이 문제를 털어내는 듯한 느낌이다.
 

그럼으로 '간통죄 폐지'는 진의를 떠나 개인보다는 사회에 기여한다. 이것이 핀란드 영화 '블랙 아이스'의 배경이다. 남편의 간통에 대한 부담은 오롯이 부인만이 떠안는다. 물론 영화가 부인 사라의 고민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남편 레오의 방황이나 정부 툴리의 상처를 입체적으로 다룬다. 부르조아 사회가 개인의 성적 욕구를 방기함으로써 기댈 곳을 잃은 각 개인은 파멸의 늪으로 점점 빠져든다. 방기함으로써 파멸되는 이런 모순은 여전히 부르조아의 도덕률인 기독교 사상이 개인의 사상을 지배하기 때문일 것이다. 법률에서의 해방이 정신의 자유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는데, 법과 정신에서 오는 갈등은 부르조아식 멜로 드라마의 키 포인트이기도 하다.

 

법의 부재나 법을 대리하는 남편의 부재(죽음)로 사라는 뜻밖의 가능성을 만난다. 그것은 툴리와의 연대다. 툴리와 사라는 불가항력의 파멸에도 불구하고, 계속 우정을 나누려는 의지를 보인다. 물론 영화는 동성 연대의 해피엔딩에 순진하게 결말을 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의도야 어떻든 부르조아 계급이 법의 부재 혹은 남편의 부재로 인한 공허감(혹은 대안)으로 동성(혹은 동성애)에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전형적인 스릴러의 플롯으로 정신적인 갈등이 품위있게 진행되어 장르의 품격을 한층 올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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