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불리나의 죽음은 화려했던 과거에 비해 무척 쓸쓸한 것이었다. 각기 4대륙을 호령하던 남정네를 떡주무르듯이 손바닥에 가지고 놀던 그녀가 아니었던가.

 

저물어갈 때도 장대한 것은 태양뿐이었던가. 과거가 무색하게 죽어가는 그녀곁을 지킨 것은 추한 할망구들과 호색한 조르바와 무기력한 백면서생 카잔차키스 뿐이었으니...

 

도적놈같은 조르바에게 환대를 아끼지 않았던 부불리나에게 축복을!

그녀의 매력을 간과하고 꿈꾸는 듯한 판타지를 경멸하던 낯짝 두꺼운 조르바와 소심하고 울적한 한량 카잔차키스에게 저주를! 천사장 미가엘이여! 이 도적떼같은 남정네들의 머리위로 정신나간 수도승 자하리아의 미친 불길을 쏟아 부소서!

 

파라핀 냄새가 물씬나는 불길이 일면, 나는 주름투성이자 안짱걸음의 늙어빠진 전직 카바레 가수인 화냥년 부불리나 오르탕스 부인의 쓸쓸한 죽음에 잠시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다.

 

그녀의 죽음에 내가 어지간히 마음이 쓰였나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