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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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구병모 #위저드베이커리 #장단편의책리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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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고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덕분에 리뷰도 오랜만에 쓴다. 일주일에 세 번 리뷰를 쓰는 것. 결심했던 것이 잘 안 지켜지면 슬프지만 원래 계획에서 조금 틀어져도 안 하는 것 보다는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에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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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작가는 늘 책이 나오는 것만 지켜보았다. 읽어야지 하면서 늘 읽지 못했다. 이제야 시작해보자! 마음을 먹고 이미 나에게 있던 책인 <위저드 베이커리>부터 읽기 시작한다. 최근에 나온 책들도 많지만 이 작가의 시작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차분히 처음부터 읽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나보다. 아직 책을 읽지도 않았으면서 책을 읽기 전부터 계속 이런 마음이었다. 뭔가 좀 웃기네.

소설의 주인공은 아무도 자신을 주의 깊게 살펴보거나 돌봐주지 않아 끼니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남자 청소년이다. 우연히 빵을 사러 위저드 베이커리에 들렀다가 이 빵집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챈다. “집에 돌아가면 당장 이 사실을 얘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사실 그의 집에는 이야기 할 사람이 없다 “이대로 돌아가 집 현관문을 연다는 것, 그곳에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자신에게 관심 없는 아빠와 웬일인지 어긋나서 자신을 미워하게 되는 새엄마, 그리고 더 이상 볼 수 없는 엄마. 그는 돌아가고 싶은 곳이 없고, 어느 날엔가 집을 뛰쳐나와 <위저드 베이커리>가 임시거처가 된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겉에서 보기에는 평범한 빵집이지만 실은 그곳은 갖가지 비밀 레시피를 가지고 사람들의 여러 가지 의뢰를 들어주는 곳이다. 누군가 자신을 좋아하게 해달라거나 누군가를 어떻게 해달라거나, 누군가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거나 하는 것들 그런 소원은 ‘위저드 베이커리’의 홈페이지에 비밀 글을 통해 의뢰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어떤 것들을 마법을 통해 해결하고 싶어한다.

위저드 베이커리에서는 여러 사람들의 소원을 수리하고 그 결과가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안 좋은 결과를 불러오는 경우도 많다. 그것들마저 어찌할 수는 없다. 사람들을 누군가를 해하고 싶어하기도 하고, 불행에 빠지게 만들고 싶기도 하다. 원한이 깊더라도 누군가를 완전히 없애는 소원은 불가하다 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과까지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법사도 그것은 통제할 수 없다. 고전적이지만 수긍하게 되는 역설

가장 고난이도의 소원을 들어주는 과자는 ‘타임 리와인더’이다. 말 그대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과자. 그래서 가격도 아주 비싸다. 위험부담이 크니, 감내하는 것도 커야 한다. 크고 작은 소동들을 겪고 자신들의 정체가 드러날 상황이 되자 그곳을 떠나기로 한 점장이 주인공에게 마지막으로 선물해주는 과자이다. 어느 때로 돌릴 것인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아니 애초에 시간을 돌리지 않을수도 있다. 그리고 책에는 두 가지 결말이 나온다. Y의 경우, N의 경우로 나뉘어 쓰여 있다. 시간을 돌렸을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
작가는 마지막 말에서 이 이야기를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인공은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환대해주는 사람들과 만나고 조금쯤 자란다. 자신이 겪고 있는 아픔이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유사하며 때로는 가볍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고, 타임 리와인더를 사용할지, 말지 결정하게 된다.

작은 집과 추상적인 밖의 세상만 알던 주인공이 처음으로 세상과 대면하며 겪는 이야기를 담은 성장담이다. 추억의 예능 <인생극장>처럼 선택을 통해 달라지는 두 개의 결말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흥미롭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로 이렇게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면 그건 과연 좋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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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선언 - 문헌학자 김시덕의 서울 걷기, 2002~2018 서울 선언 1
김시덕 지음 / 열린책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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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덕 #서울선언 #장단편의책리뷰 #리뷰
나는 서울에 산다.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대서울’ 어드메에 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살던 동네가 뉴타운 재개발 지역이 되고, 20여년 가까이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모습이 변해가는 것을 보고 있다. 늘 그런 변화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허둥지둥 하는 마음 밖에는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저는 이런 변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울이라는 도시가 살아있다는 증거로서 받아들입니다. 다만 40여 년 간 저라는 사람을 만들어 준 공간들이 없어지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사라지지 않을 뿐입니다. 제 마음 속의 그 안타까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지금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기, 이것이 서울이란 도시가 우리에게 주는 깨달음의 기회일 터입니다.”(p.401) 저자가 변하는 서울을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다. 그는 그 변하는 서울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기 위해 서울을 쉼 없이 걷는다.
종종 오고가다 “사대문 안이 진짜 서울이고, 이 지역은 원래 서울이 아니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했다. 그러면 속에서 ‘그래서 어쩌란 말인지?’라는 부아 같은 게 올라오곤 했다. 아직도 조선시대에 사시는 분들이다. 이 책에서 던지고 있는 첫 질문이 그것이어서 반가웠다. 사대문 안만 서울인가? 그렇다면 그 이후에 확장된 서울은 어떠한가? 그리고 조선시대 이전의 서울의 공간은 어떻게 볼 것인가? 저자는 상대적으로 사료가 많은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서울에 대한 기억이 구성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자료가 적은 조선 이전의 서울의 모습이나, 1936년의 행정 구역 개정으로 편입 된 경성부 주변의 경기도 일부 지역, 1963년 행정 구역 개편에 의해 서울 주변의 경기도 일부 지역이 대거 서울특별시에 편입 된 것 등 확대되어온 서울의 모습을 반영하는 ‘서울 이야기’는 아직 많지 않다.
어쩌면 저자가 확장된 의미의 ‘대서울’을 이렇게 바쁘게 돌아다니며 기록하고 있는 것은 그런 생각 때문이 아닐까. 이 변화의 과정을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 그것에 의해 서울이 규정되고, 서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답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 그리고 더 나아가 서울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의미에 대해서 질문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 같은 것들. 사대문 안의 서울이 포괄할 수 없는 ‘대서울’의 이야기들 속에는 여러 가지 공간-농업도시, 공업도시로서의 서울-과 시간-개발 이전과 개발 이후- 그리고 여러 가지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들-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등-이 공존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서울로만 서울의 기억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그래서 사대문 안에서 조선시대라는 과거의 기억과 개발이 된 이후의 깨끗한 서울의 모습 정도로 서울의 이미지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이야기 하는 <서울선언>은 고정되어 있는 의미로서의 선언이라기 보다는 변화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확장하는 서울에 대한 이야기이자, 공화국 수도의 시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서울’에 대한 선언이다. 서울에 대한 책은(아니, 그 어떤 도시라도) 1년에 한 번씩 새로 나온다 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시간과 공간의 의미에서 뿐 아니라 서울을 바라보는 시각의 다양함을 반영하는 새로운 텍스트들, 서울 답사기, 서울에 대한 이야기들은 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나부터 뭐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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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
이옥남 지음 / 양철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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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남 #아흔일곱번의봄여름가을겨울 #양철북 #장단편의책리뷰 #리뷰

#애매한언니들 9회에 이야기 했던 책(http://www.podbbang.com/ch/17534?e=22729314)이기도 하다.

아흔일곱해의 봄여름가을겨울을 지내신 할머니의 ‘글자연습’의 결과이다. 분명 글쓰기 임에도 불구하고 이옥남할머니는 자신의 글쓰기를 ‘글자연습’ 정도로 칭하신다. 이 글자 연습은 일기 같기도, 시 같기도, 편지 같기도 하다. 할머니는 1922년에 태어났고 어렸을 때 글을 배웠지만 시부모와 남편이 살아 있을 때에는 글자를 아는 체도 못하고 지냈다. 시부모와 남편이 돌아가고 난 후에야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것이 1987년이었다. 그렇게 30년 동안 쓴 글을 모아서 책을 내게 되었다.

항상 일을 하는 게 익숙한 할머니는 잠만 깨면 밭에 가서 세월을 보내고 이 나이 되도록 이때까지 살아왔다.(p.85) 할머니는 잘 크는 농작물들이 귀엽다. 그렇게 키운 강낭콩이나 나물들을 장에 나가서 팔아 소소하게 돈을 벌어 용돈으로 쓰고, 손자 선물, 아들 딸에게 주고 싶은 것들도 마련한다. 밤에는 <작은책>이나 ‘몽실이 책’도 읽고 심심하니 글도 곧잘 쓴다. 이 글들은 대게 비가 와서 일할 수 없는 날이나 밤에 쓰였다.

시골 생활은 어떨까, 도시의 그것과 다르겠지 생각하지만 시골 생활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할머니는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혼자 지내는 시간을 택하기도 하고, 마을회관에 가 하루 종일 있으면서도 집에 가서 일을 하는게 더 낫겠다. 라고 생각할 때도 많다. 배려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싫고 동물들을 괴롭히는 방오달이가 싫다. ‘어떻게 이해성이라고는 없는지(p205)’ 라고 생각한다.

아들 딸과 손자들에게 줄 선물을 마련한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눈에 솜솜하다. 대구 지하철 화재가 났을 때에는 없는 돈을 모아 후원을 하고 싶다고 이장을 찾아가기도 한다. 사는 게 사는 거 같겠나 싶고 텔레비전 보면 맨 속상하기만 하다. (p189) 그렇게 하루 하루 차분히 살아가며 ‘하루를 살더라도 의지하고 믿고 살아나가기로 맘먹고 다짐한다(p190)

심심한 짧은 글들의 모음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아니었다. 한 문장에 멈춰서 오랫동안 앞으로 나가지 못한 적도 있었고, 책에 쓰여진 생각들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물기도 했다. 사람과 자연을 대하는 모습,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자신의 생활로 끌어들인 꾸준함, 겸손한 마음과 부지런함. 이옥남 작가님이 더 많은 글을 쓰면 좋겠다. 그리고 아직 읽지 못한 더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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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일인 생활 : 부엌과 나 도쿄 일인 생활
오토나쿨 지음 / 마음산책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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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나쿨 #도쿄일인생활 #부엌과나 #장단편의책리뷰 #리뷰

<도쿄 일인 생활>은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살게 된 저자가 처음으로 자신의 살림을 제대로 대면하며 얻게 된 살림과 부엌에 대한 지식들을 천천히 알려주는 책이다. 나는 살림에 대한 책을 종종 살펴보는 편이지만 1인을 기준으로 한 살림 책은 처음이었다. 책을 열면 본문이 시작되기 전 “자잘한 일의 규칙을 만드는 것, 살림의 시작.”이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이 책의 중심에는 ‘살림’이 있다는 메시지 같기도 하다.

저자 역시 살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요리법으로만 접근해 많이 망해봤다고 했고, 그렇게 하는 것은 쇼핑으로 예쁜 쓰레기만 늘리는 실수였다고도 이야기 한다. 살림의 중심은 부지런함과 노동인데 그것을 거들어주는 행주라는 명사가 있다고 한다. 책은 행주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떤 행주를 사용해왔는지, 얼마나 자주 빨고 삶는지에 대하여. 역시 핵심은 ‘부지런함’이다.

“장 본 것을 정리하고 저녁을 먹은 뒤 쉬었다가 밤에는 아침에 불려둔 콩을 삶아 물기를 빼 냉동실에 보관하고, 삶은 콩과 재워둔 닭고기 등을 꺼내 일요일과 주중에 먹을 야채수프를 만들고, 사 온 채소들을 다듬어 얼릴 준비를 합니다. 여기까지가 저의 토요일 하루 일정입니다.” 이렇게 부지런을 떠는 것은 주말로서는 힘든 일이지만 다음 일주일을 생각하면 꼭 필요한 노동이다.

살림이라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굳이 던져본 적이 있을까? 생활은 있었고, 나 아닌 누군가에 의해 일어나는 ‘살림’이라는 말은 막연하게 있었다. 그러나 혼자 살거나 둘이 살거나 하는 주변을 살펴봐도 요즘은 사실 ‘살림’이라는 말에 걸맞게 자신의 생활을 만들어가는 예는 적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나 역시 그렇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차분하게 한 사람의 생활에 대해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의 살림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혼자인 이들에게도 중요한 살아가는 일, 살리는 일에 대해서 조용한 말투로 겸손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확신처럼 결국은 생활의 부지런함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온다. ‘나’를 책임지는 것에도 늘 각오와 열심인 마음이 필요한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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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저승사자 - 집에만 오면 죽는 식물, 어떡하면 좋을까
정수진 지음, 박정은 그림 / 지콜론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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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언니들 12회에 방송했던 <식물 저승사자>
(http://www.podbbang.com/ch/17534?e=22746947)

식물과 저승사자라는 단어의 낯선 조합에도 불구하고 단박에 무슨 뜻인지 알아챌 수 있는 신기한 제목이다. 책을 보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아마도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나 역시 식물 저승사자가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다. 화분을 집에 들이고 식물들에게 애정을 주고 이런 일을 시작한지 사실 얼마 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내가 들인 다섯 개의 화분중에 네 개가 이미 죽은터라 그런 의심을 스스로 하고 있다.

식물이 죽는 것은 동물이 죽는 것만큼 큰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소소하게 속상한 기분이 들곤 한다. 아무래도 식물을 죽이면 스스로 자책하게 된다. 그런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식물 종류가 많은 것은 부담으로 다가왔고, 알 수 없는 식물들의 이름은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방송을 만들기로 했으므로 하나씩 하나씩 읽기 시작한다. 책 속에는 챕터별로 식물 소개와 함께 제법 귀여운 일러스트가 함께 있다. 해당하는 식물의 그림도 있고, 책 내용을 다룬 일러스트도 있다.

그림을 봐도 잘 상상이 가지 않는 식물들이 있었다. 이건 대체 무슨 식물일까? 인스타그램에서 검색을 해본다. 하나 같이 예쁜 모습들이다. 어느새 책 읽기에 빠져든다. 워낙 문외한이어서 식물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에까지는 동감할 수 없었지만 책에 나온 식물들에 매력을 느꼈고 정수진 작가가 쓴 글에 매력을 느꼈다. 담담하게 쓰인 것 같지만 왠지 깊은 내공이 깃들어 있는 듯한 문장들, 문장과 문장 사이에 많은 생각의 꾸러미들이 있다는 느낌이 왔다. 기분이 좋다.

저자는 ‘공간 식물성’이라는 식물가게를 염리동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중에 식물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을 좋아하는 이가 있었다며 그 손님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대목이 나왔다. 식물에 이름 붙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종류를 모르는 화분을 하나 얻은 후에 이름도 모르는 그 화분에게 낯을 가리다가 결국은 친해지는 그런 내용. 내용과 상관없이 나도 하나 남아 있는 내 화분에 이름을 붙여줘야 하나 싶었다. 이 글을 쓰다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여튼, 이름이 뭐든 그 이름은 비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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