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물정의 물리학 - 복잡한 세상을 꿰뚫어 보는 통계물리학의 아름다움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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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의 물리학], 김범준, 동아시아

읽은시기: (2016.1.5~2016.1.22/1회독) 

메모작성: 2016년 2월 19일 


김범준의 <세상물정의 물리학>을 읽었다. 새해의 목표중에 하나가 과학 분야의 책을 읽고, 공부한다는 것이었는데 시작할 만한 대중서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고른 책이다. 과학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2015년 말즈음 하게 되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가재울라듸오'의 프로그램중에 '작은것이 아름답다'라는 생태관련 방송을 진행하게 되면서 진행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 소양 정도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 첫번째 이유이다. 그리고 또 다른 면에서는 그동안 역사와 정치 문학 정도에 치중되어 있던 독서의 분야를 다양하게 확장하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었다. 읽은 기간이 2주 넘게 걸렸는데 그렇게 읽는데 오래 걸리는 책은 아니고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는 내 버릇 때문이다.  


어쨌든 나에게는 '처음 읽는 과학 책'이었고 '통계물리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만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저자가 그간 여러곳에 연재했던 칼럼들을 다시 실었다고 들었다. 사회적, 대중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과학적 개념이나 사고, 과학에 대한 생각을 연결 시키는 짧은 글들의 모음이라고 볼수 있다. 이 짧은 글들 중에는 통계를 통해 지역감정의 연원을 추적하는 <누가 지역감정을 만드는가: 그래프로 확인한 영호남이라는 괘씸한 잣대> 다소 이견은 있으나 과학적 실험(혹은 사회적 결정)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를 늘리면 그것이 정답이나 옳은 방향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 하는 <개미는 알고 정치인은 모르는 비밀-'집단지성'은 대체로 옳다> 다양한 도시에 있는 프로야구팀의 각각의 이동거리를 최소화하는 문제를 연구한 <프로야구팀 이동거리 차이를 최소화하라-공평한 경기일정표의 비밀, 몬테카를로 방법에 있다.> 한국에서 시대별로 유행했던 여성들의 이름의 연관성을 추적한 <영자의 전성시대, 굳세어라 금순아-네트워크로 본 이름의 유행 변천사>등의 꼭지가 인상적이었다.     


물론 읽으면서 대체 이런 실험은 왜 하는걸까 싶은 실험도 많았고, 우리가 사회적으로 이미합의하고 있는 것들을 객관적으로 증명해내기 해 이루어진 실험의 경우 그 실험 자체가 무용해 보이기도 했지만 (내가 과학 관련 뉴스를 보면서 제일 자주 했던 말은 '대체 왜 저런 하나마나한 결론을 얻기 위해 실험을 하는거야? 라는 질문이었다.) 이후에 이어진 다른 과학 도서의 독서와 이 책에서의 저자의 여러 언급을 통해 객관적인 결과를 확보하는 것 그 자체의 의미와 향후에 사회적으로 이용될 재료로서의 '실험들'에 대해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다소의 과학적 개념에 대한 이해도 도모할 수 있었다. (허나 워낙 문외한이라...) 그리고 언젠가 용어만 들었을 때부터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복잡계 네트워크'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도 얻을 수 있었다. (복잡계 네트워크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공부할 계획이다.) 


나의 이런 이색 연구가 지금이나 앞으로나 일말의 기술적인 응용 가능성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이것도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은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대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의미한다고 믿으니까. 

많은 사람이 과학과 기술을 합쳐 '과학 기술'이라 부른다. 나는 과학은 기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니, 과학은 기술이 아니어야 한다고 믿는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위성항법장치GPS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이론적 기반이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연구한 '이유'가 수십년 뒤 GPS에 응용하기 위해서였을까. 많은 과학자로 하여금 매일 설레는 가슴으로 연구실, 실험실로 향하게 만드는 것은 '이걸 연구해 나중에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만은 아니다. p154 



모든 학술 용어를 순우리말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처음 물리학을 공부할 때는 뉴턴의 '만유인력'이라고 배웠다. 요즘 강의할 때는 '보편중력'이라는 용어로 바꿔 쓴다. 두 용어 모두 질량이 있는 모든 물체 사이에는 서로 끄는 힘(인력)인 중력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 다 한자어지만 '만유'라는 단어보다 '보편'이 과학 용어로 더 좋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보편이라는 말은 우리가 일상에서 훨씬 더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인 반면, 만유라는 단어는 만유인력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p200 



통계물리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자연계에서 벌어지는 가장 흥미로운 현상으로 여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저절로 깨지는 대칭성'이라 불리는 것이다. 중력으로 깨지는 사람의 위-아래 대칭성과는 달리, 명확한 외부 원인이 없음에도 사람 심장의 위치처럼 대칭성이 깨져 있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좀 딱딱한 말로 적자면, 통계 물리학적인 시스템을 기술하는 해밀토니안이나 라그랑지안에는 어떤 대칭성이 확실히 있는데도, 실제 자연에서 관찰하면 대칭성이 깨져 있는 것을 의미한다. pp237-238



 

'세상물정의 물리학'이라는 책 제목이 보여주듯 물리학적 사고와 '사회'의 힘을 연결하려고 하는 '노력'들이 곳곳에 보인다. (내 입장에서는 너무 '노력'처럼 보여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런 노력은 필요하고, 계속 시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과학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이런 책들이 더 많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 분야에 생소한 이들이 처음 접하고, 읽어보기에는 적절한 책인 듯 하다. 어쩌다보니 이 책이 2016년에 처음 읽은 책이 되었다. 지금은 이 책에 이어 같은 분야의 이어지는 독서로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고 있다. <세상물정의 물리학>을 처음 읽을 때보다는 좀 더 많은 물리학자의 이름과 실험, 이론에 익숙해지고 있는 중이다. 2016년에 과학분야에서 새롭고 다양한 독서-경험을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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