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ays 4Girls - 이틀동안 4명의 여자와 섹스하는 방법
무라카미 류 지음, 권남희 옮김 / 이가서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의 부제는 '이틀동안 네 명의 여자와 섹스하는 방법'이다.
제목이 민망하여 들고다니며 읽을 수 있을까...서점에 서서 잠시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그래도 무라카미 류 니깐^^

책일 읽다 든 생각인데....혹시 이 책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이틀,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섹스를 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에서 이런 부제를 붙인거 아닐까? 물론 상대가 있는 아름답고 유쾌한 섹스가 아니라 혼자하는 자위에 불과하겠지만. 아무튼...그만큼 야한 소설이라는 거지.

음...근데 내가 너무 기대를 많이 했었나 보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때문에.. 이 책은 그만큼의 허무하고 가볍고 또 섬세한 감성이 다소 결여되어있다. 물론 류가 아닌 다른 소설가에 비하면 무척이나 섬세하지만.

류의 다른 책을 선전하는 문구 중 이런 말이 눈에 띄었다.
'여자들은 하루키에 @@하고 남자들은 류에 **한다'는....**이 정확이 어떤 단어인지는 잊었지만 대충 열광? 아니, 그보단 좀 더 강한 어감이었는데...암튼 그 비슷한 뉘앙스였던 것 같다.
그런가? 나는 류가 좋은데.

책을 읽다보면 그의 정신세계가 궁금해지고, 정말 직접 만나서 밥이라도 한끼하고픈 욕망이 생긴다. 일상생활에서 모습도 소설같은 느낌일지 궁금하니깐.

아무튼 sm(사디즘, 마조히즘)이 주된 소재로 등장하며 그 4girl들은 병적인 마조히즘을 가진 여성들이다. 그리고 등장하는 대부분의 남자들은 사디즘 성향을 가졌다. 류에 의하면(나도 어느정도 동의하는 바이지만) 대체로 sm에 빠져있는 여자들은 무의미하고 무감각하게 살아가다 sm을 통해 자신이 살아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
물론 류는 sm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것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sm에 빠져 있는 여자들은 공통적으로 자신 평가가 낮은 여자들이며, sm에 빠져 있는 남자들은 공통적으로 컴플렉스가 많은 사람이다. 자기평가가 낮은 여자들만이 s로 지배당하는 소속감 같은 것을 느낄수 있으며, 컴플렉스가 많은 남자이어야 m을 통해 지배감을 느끼고 컴플렉스를 잠시 잊겠지.
결국 sm도 해방구는 될 수 없는 것이야.


그러니까 아마도 류의 소설에서 sm은 일본사회에 만연한 병리현상의 대표적 한 예로서 등장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일본의 고전을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극도의 허무주의는 현실에 대한 실망감과 패배감, 그리고 희망없음으로 인해 비롯된 것이리라.
소설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그는 내내 미유키를 찾아헤맨다. 그러나 결국 미유키는 없다. 진실한 사랑은 없고, 인간성의 회복도 없다. 그저 갈망과 방황만이 있을 뿐이다.
사실 허무주의는 얼마나 유혹적인가.
그 감성을 그냥 즐기기만 하자.
허무주의에 빠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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