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목민, 바람처럼 떠나고 햇살처럼 머문다
리타 골든 겔만 지음, 강수정 옮김 / 눌와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종종 가던 홈페이지에 소개된 글과 책의 표지를 보고,  여행에 관한 관심이 마구 요동치던 때에 그 정도를 한껏 올려놓은 책이다.

이미 백발이 된 머리를 가진 그녀는 자유롭다. 그녀는 자신이 마음먹은 곳 어디든지 가고, 문화대신 볼거리만 즐기다 오는 관광자가 아닌 진정한 한명의 여행자로서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먹고 이야기하고 울고 웃는다. 완전히 미개한 곳으로 나무를 기어 찾아간 곳에서 적대적으로 자신을 맞이하는 한 모자에게는 늘 가지고 다니던 비누방울 놀이 기구로  그리고 마음이 묻어나오는 표정으로 소통한다.

전체적으로 매우 괜찮은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뒤쪽으로 갈수록 매우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다.

이유인 즉슨 첫째, 완전히 자유로워 '보이는' 그녀의 삶의 기저에 놓인 모순때문이다. 내가 너무 비현실적인 것을 바랬던 걸까. 완전 히피처럼 떠돌며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이 미국에서 책을 내고 그 책이 한국에서까지 번역되어 오기란 너무 불가능한 얘기였을까. 일단 그녀가 16년간 다양한 국가를 오갈 수 있던 배경에 놓여있었던 미국국적을 가진 '아동작가'라는 그녀의 직함 덕분에 그녀는 여행을 할 돈을 마련할 수 있었고, 그 직함을 내보이며 여기저기에서 환영받고 도움을 받는 것을 매우 즐기는 듯했다.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그럴 수 있다면 아니 이런 횡재가 어디있겠는가 싶어 그 기회들을 그녀와 똑같이 덥석덥석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 스스로를 유목민으로 칭하면서 미국인의 우월의식은 여전히 뼈속에 남아있던 듯 했다. 그녀는 다른 떠돌이 인생의 자유인과는 달리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인 듯 느껴졌다. 인정한다, 내가 너무 비현실적으로 책을 바라보았다는 것을. 그러나 심지어 그녀가 사람들을 소개할 때 그 사람들의 '직업나열'을 절대로 빼먹지 않는 것을 보고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를테면, "네덜란드 비행기에서 만난 A는 가장 인정받는 출판사의 사장이고, B는 유명한 야구리포터이다. 야호! 벌써부터 아는 사람이 둘이나 생겼다." 라는 식이다. 내가 궁금한 것 그 사람들의 성격이나 문화적으로 느끼는 그들만의 '냄새'였지, 그들을 "정의해" 주는 직업이 아니었다.

그녀가 미국으로 돌아와 꽤 비싼 집을 1년동안 렌트해서 그 기간을 자신 그간 인생에 '쉼'으로 이야기 하는 부분은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심하게' 흐려놓는다. 그 자체를 탓하는 건 아니다. 그 부분은 책에 싣지 말아줬더라면 좋았을걸, 싶다.

둘째, 그녀는 정말 많은 곳을 둘러보고 왔다. 상당부분 단순한 나열에 그친 부분이 많았다. 그녀는 개인의 의견을 그 속에 집어넣지 않았기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심지어 간단한 축제의 묘사에도 생생하지 못해서 더욱 궁금증만 증폭시키지 않았나 싶다. 그림이 덧붙여 있었다면 더더욱 좋지 않았을까라는 개인적 의견이다. 그곳에 나오는 곳들은 소설책에서나 등장하는 허구가 아니라 실재니.

책을 덮는 마지막엔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책이었다. 그렇지만 한편, 새로운 곳을 향해 발을 내딛고, 그 낯설음을 즐김과 동시에 그걸로 책을 써 먹고사는 그래서 다른 곳으로 또 향할 수 있는 그녀의 삶이 매우 부럽다. 부엌에서 다른 여자들과 같이 밥을 하며 그들에게 속해있다는 기분을 다시 만끽하기 위해 배낭을 꾸리며  그녀는 곧 다시 어디론가 떠날 것 같다.

여행은 혼자가 되며 나를 규정짓는 많은 것들을 벗어던지고 진정 '내'가 되고 '나를 찾아' 갈 수 있는 길이기에 스스로를 인식하지 못하고 흐름에 쓸려 자신을 잃어버린 채 직업, 나이, 지역 등등의 것들로 규정당하고 있는 많은 이들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보기위해 찾는 수단이지 않을까. 그녀가 전에는 몰랐던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해 나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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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 2006-07-28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께서 지루하다고 한 부분, 저도 동일한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

우주고냥이 2006-10-30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심코 들어온 이곳에 댓글이! 반갑네요. 공감도 얻으니 더 기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