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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피엔스 - 문명의 대전환, 대한민국 대표 석학 6인이 신인류의 미래를 말한다 ㅣ 코로나 사피엔스
최재천 외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6월
평점 :
아이의 학교 입학이 1-2주 미루어 질 때만해도, 그렇게 몇 주 기다리면 될 줄 알았다. 이제는 ‘엄마 코로나 언제 끝나?’란 아이의 물음에 쉽게 답할 수가 없다. 아이는 외출 전 나보다 먼저 마스크를 챙긴다.
<코로나 사피엔스>는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대한민국 대표 석학 6인의 인터뷰를 글로 옮긴 인터뷰집이다. 여러 명의 인터뷰를 짧막하게 실었으므로 분량 및 깊이가 부족하다 느낄 수 있지만, ‘지금’의 사태에 대해 각 분야 여러 석학들의 핵심 메시지를 한 눈에 훑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책이다.
재미있었던 것은 6인 대부분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변화를 ‘긍정’ 신호로 본다는 것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최재천 교수는 “진짜 자연을 건드리지 않는 게 더 좋다는 계산을 드디어 사람들이 할지도 모른다 (P 40)”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한다. 석학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는 무한한 소비를 촉진하고 끝없는 성장만을 요구하는 자본주의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거다.
달라진 일상은 분명 우리이게 이전과는 다른 삶의 가치를 조명할 기회를 주었다.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홍기빈 소장은 모두 ‘Business as usual’ 이란 표현처럼 모두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이제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돌아갈 일상’은 없고 ‘새로운 일상’이 자리 잡을 것이란 거다.
옛날 같은 지구와 가치사슬은 다 바뀌고 있어요. 그리고 금융이나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도 바뀌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지도에 없는 영역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수밖에 없을 겁니다. (P 115)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김누리 교수가 지적하는 ‘총체적 미국화’의 현실에 대한 부분도 재미있다. 미국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가장 반미주의가 약한 나라이자, 미국을 ‘선진국의 모범’으로 생각하던 한국 사람들이 가장 충격을 받았다.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원트’에서 ‘라이크’로 행복의 척도가 바뀌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말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사회적으로 원하는 걸 계속 추구”했던 우리가 이제 “지혜로운 만족감을 추구하는 (P 179)” 준엄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전과 같아질 수 없다는 건 분명한 것 같다. 바이러스가 가지고 온 전 지구적 불행이 또 다른 동력이 될 수 있을지 함께 마음을 모아 방향키를 ‘긍정’으로 돌려 계속 가볼 일이다.
위기가 지나간 후에 정확히 어떤 사회적 합의가 형성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더 안전한 사회, 다 같이 잘사는 사회, 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건 확실합니다. 이러한 개혁 방향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대화가 앞으로도 계속 필요할 겁니다. (P 67 장하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