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이 우울증을 키운다
켈리 브로건 지음, 곽재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리며 현대인의 흔한 질환이 되어 버린 우울증. 여성 우울증 전문의, 켈리 브로건은 <우울증 약이 우울증을 키운다>는 책을 통해 너무 흔히 처방되는 우울증 약에 대해 경고하고, 우리 몸과 우울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다. 


책은 크게 1,2부로 나뉘는데 1부에는 '우울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다루고, 2부는 생활 속 치료법 - 식단, 명상, 수면, 운동 -에 대해 상세히 소개한다. 


우울증은 뇌의 문제가 아니다.


'우울증은 결코 뇌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사람이 우울해하는 순간에 발병하는 뇌의 작용과 생화학 반응은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어떤 연구도 뇌의 특정 상태가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우울증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 


수없이 다양한 신체 질환이 정신과 증상을 만들어내지만 그 자체는 정신과와 상관이 없다. 우리는 뇌가 아니라 몸 전체의 생태계, 다시 말해 장 건강, 호르몬의 상호작용, 면역계와 자가면역질환, 혈당 균형, 독성물질 노출 등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정신과 약물치료가 아니라 실제로 인체의 잘못된 곳을 겨냥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P 57)'


‘NICE, 곧 신경-면역-피부-내분비 네트워크라고 불렀다. 쉽게 말해 이것은 신경계, 면역계, 피부, 내분비(호르몬) 계로 이뤄진 거대한 상호작용 네트워크다. 이 모든 것은 수많은 생화학물질 간의 대화로 긴밀하게 연결된다.’ (P 50)


이처럼 저자는 우울증 역시 하나의 '증상'이므로,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뇌를 겨냥할 것이 아니라 신체의 다른 곳에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울증이나 그와 관련된 여러 질환이 신경화학 결핍 장애가 아니라 면역계와 염증 경로상에 생긴 어떤 결함의 결과 (P 37)'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켈리 브로건은 장과 뇌 사이의 연관성을 면밀히 살핀다. '장의 기능 부전은 뇌의 부정할 수 없는 연결성을 보여준다. 염증 지표 수준이 높을수록 면역계가 높은 경계태세에 있다는 뜻이며 이는 우울증 발병 위험을 상당히 높인다'라고 말한다.


항우울제는 극도로 끊기 어려우며 과하게 처방되고 있다.


‘의학-제약 복합체는 적지 않은 사상누각을 쌓았고 이들이 제공한 수익성 좋은 치료법 중에는 효능을 뒷받침할 확실한 근거가 없는 것이 너무 많다. (P72) 


빅파마가 해온 말과 달리 항우울제는 극도로 끊기 어려우며 항우울제 복용을 선택하는 것은 뇌와 신경계 전체를 비정상 상태로 만들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평생 약물을 먹겠다고 서명하는 꼴이다. (P 89)'


항우울제 복용자는 단기간에는 증상 완화를 경험한다. 그리고 의사들의 생각처럼 환자는 이것을 약효의 증가로 간주한다. 이 단기 호전은 위약으로 치료받은 환자가 보이는 양상에 비해 두드러질 정도는 아니며, 오히려 최초의 투약 치료는 환자가 문제 있는 장기 과정으로 나아가게 만들 수 있다. (P 93, 로버트 휘태커 《정신질환 유행병 해부》 )


저자는 우울증 기저의 복잡한 신체 원인을 무시하고 단순히 '우울증 - 항우울제'라는 단일 약물 처방 접근을 경계한다. 항우울제는 신체에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며, 우리 신체를 교란시킬 위험이 높다. 단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약물의 장기 복용은 금단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우울증을 악화 시키는 약물에 대한 경고


'우리는 늘 공해와 합성 화학물질이 만연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인체가 화학물질에 노출되면 몸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 인지와 정신 문제도 발현할 수 있다. ..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소위 향정신성 화학물질, 다시 말해 경구 피임약, 스타틴, 프릴로섹과 넥시움 같은 위산역류치료제, 이부프로펜, 나프록센처럼 전혀 해로워 보이지 않는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 지금부터 우울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비향정신성' 약물에 관한 오해를 바로잡으려 한다. (P 160)'


책은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더 나아가 우리 신체에 해롭지만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접하는 약물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우리가 흔히 처방받고 복용하는 경구피임약부터, 스타틴(고지혈증약), 위산역류 치료제, 타이레놀, 불소, 백신까지, 모두 우리 신체를 교란 시킬 수 있는 약물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우울증으로 힘든 이들에게 새로운 관점 제시

약물의 흑과 백, 판단은 각자 몫으로..


나는 수년 전 원인 불명의 자가면역질환인 '혈소판감소증'을 진단받았다. 면역 체계의 교란으로 혈소판이 공격받는 질병으로, 혈소판 수혈을 받아도 족족 사라져버렸다. 


혈액 내 혈소판 수치가 극도로 낮아 아주 작은 외부 자극에도 혈관이 터져 멍이 들고, 출혈이 일어나면 지혈이 안되어 위험한 이상한 질병으로, 면역억제제인 고강도 스테로이드제를 수개월간 복용해야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몸을 돌보지 못했던 때다. 아이의 돌 이전부터 시작한 워킹맘 생활과 아빠의 암 진단으로 고단한 나날에 몸무게는 40kg 초반으로 떨어져 수시로 어지러웠고, 속수무책 들이닥치는 두통에 하루에도 두통약을 수알씩 털어 넣었다. 몸이 고장 날 수밖에 없는 생활이었던 거다.


책이 주장대로 우리 신체는 '한곳만 잡아당겨도 전체가 움직이는 정교한 거미줄'과 같다. 비단 우울증 뿐 아니라 신체가 보내는 각종 고장 신호를 잘 파악해, 약물에 기대고 중독되기 보다 식생활과 생활 습관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구구절절 옳다.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면, 책이 제안하는 관점으로 전환해 내 몸에 해로운 것들을 빼내고 신체를 바로잡고자 하는 시도를 해볼 만하다.


다만, 굉장히 방대하고 전문적인 주장을 담고 있는 책의 내용을 각자 검증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특정 약물들이 모두 신체에 독약과 같으므로 섭취를 금한다는 급진적 주장보다는, 모든 약물에 흑과 백이 있다는 면을 받아들이고 반드시 필요한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구분해야 한다. 일 예로 '백신'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지만, 그 주장은 백신이 인류에게 가져다준 긍정적 측면을 간과하며 대안 제시 역시 부족하다.


책이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 한 점도 아쉽다. 일반인이 이해하기에 1부는 다소 전문적이고, 2부는 명상, 운동, 식단, 심지어 전자파를 피하는 방법까지 제시하며 '우울증'과 관련된 책인지 '건강한 생활 습관'을 기르기 위한 책인지 책의 줄기와 주제가 모호해진다. '좋은 건 알겠는데' 과연 그 많은 것들을 실행할 수 있을지도 각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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