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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
김성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평점 :
우리는 서로를 정말로 몰랐구나
나는 꼬박 꼬박 퇴근 보고를 받거나, 카톡 답장을 압박함으로써 늘 윗사람임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꼰대 기질 다분한 40대 후반 상사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내가 왜 이것까지 해야되요?’가 습관인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 껴서 일했던 80년대생 대표 X세대다.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누가 보나, 나이에 비해 과하게 꼰대스러운 그 상사는 늘 “꼰대가 되기 싫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본인만은 예외라고 믿었다. 밀레니얼 후배는 팀내 업무 스케줄과 무관한 휴가 사용과 내년 휴가 당겨쓰기 신공으로 주변의 눈총을 받았으나 언제나 개인 워라벨이 우선 순위였다. 그 사이 낀 X세대 나는 위아래 눈치보기 바빴다.
막내와 팀장의 나이 차는 15-6년 남짓했으나 둘 사이엔 150년 치의 간극이 존재하는 듯 했다. 낀세대인 나는 스스로 브릿지 빌더라고 생각했으나 누군가는 날 병목 현상의 주범으로 생각했을지 모를 일이다. 끝없는 3인의 간극이 개인의 성향 차이라고만 생각했던 내 시각을 이 책이 완전히 바꾸어줬다.
세대별 성향의 보편적 핵심을 배우다
당황스러운 동물 표지와 3세대를 비교하겠다는 단순한 컨셉에 큰 기대 없이 책을 읽기 시작한 나는, 세대를 꿰뚫는 저자의 통찰과 내공에 깜짝 놀랐다. 각 세대별 성향의 보편적 핵심을 유머러스한 필체로 맛깔나게 소개했다. 나 자신을 포함해 내가 겪은 직장 내 인간관계에 대입하며 읽는 것이 정말 재밌었다. 우린 서로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베이비부머 세대 : 직장은 생계 (밥값)
'하면 된다'를 구호로 '까라면 까는' 세대다. 고속 성장을 경험하며 회사와 동반 성장을 꿈꿨다. 엉덩이만 오래 붙이고 버티면 임원 혹은 못해도 부장 정도의 가능성이 있었다. 집단주의에 익숙하다.
▶'피할 수 없으면 견뎌라' 양쪽 눈치 보며 내적 갈등이 심한 X세대 : 직장은 생존 (몸값)
높은 대학 진학률, 풍부한 해외 경험 등으로 개별 성향은 진보적이나 바뀌지 않는 조직 문화를 견뎌야 했다. IMF, 고용한파 등을 경험하며 조직 내에서는 타협해야 한다는 점에서 머리와 몸이 따로 놀아 내적 갈등이 심하다. 회사 내 승진 보다 스스로 전문가, 프로가 되기 위한 자기 계발 압박에 시달린다. 반권위와 개인주의 성향이 짙다.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 경쟁과 불안이 기본 옵션 MZ세대 : 직장은 생활 (돈값)
베이비부머 세대를 부모로 온갖 선행 교육을 받으며 어릴 때부터 경쟁했다. 엄청 달려 역량을 쌓았는데 잡일만 하며 꼰대를 상대해야 하는 직장 생활의 괴리가 크다. 돈 받은 만큼만 일하고, 공정한 경쟁과 역차별에 민감하다. 회사 밖에서의 경쟁력을 위해 이직과 빠른 퇴사, 짧은 근무 기간을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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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인생을 대하는 나의 성향이 개인적인 이유보다 내가 자란 시대에서 기인하는 부분이 상당하다는 것 또한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좁힐 수 없어 보였던 세대 간 간극의 원인에 대한 객관적 이해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고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데 분명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내게 잘 해준다고 착각하며 내 앞길을 꽁꽁 가로막았던 그 상사에게 서론에 적힌 아래 문구를 바친다. “잘 대해주기 보다 잘 되게 해주어야 한다.” 사내 도서관 필수 도서로 강추한다.
기성세대가 ‘나일리지(나이+마일리지,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대우해주기 바라는 행동)’로 밀어붙여서는 안 되는 것처럼, 후배세대 역시 ‘밀레유세(밀레니얼 세대라고 유세부림)’로 몰아붙여서는 벽만 점점 높아질 것이다. 깨지지 않게 하려면 깨우쳐주어야 한다. 잘 대해주기보다 잘 되게 해주어야 한다. - P70
선배 세대에게 일은 ‘커리어 career’라면 MZ 세대에게 일은 ‘잡job’이다. .. 이것은 세대의 문제일 뿐 아니라 시대의 문제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 P114
밀레니얼은 자기 실력을 쌓아놓으면 인맥은 절로 따라온다고 믿는다. 이른바 조모(Joy Of Missing Out), 잊히는 것을 즐기는 세대로 외로움과 고독을 적극적으로 즐긴다. 반면 선배들은 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포모(Fear Of Missing Out) 세대다. - P199
나력 ‘裸(옷벗을 나)力’ 계산서부터 작성해보자. 나력은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 ‘참나무’에서 나오는 말이다. 잎사귀가 다 떨어지고 난 뒤의 앙상한 나무가 가지는 본질적인 힘이다. 이는 개인의 삶에도 적용된다. 당신의 현재 시장 가격은 조직 브랜드와 직위와 개인 가치의 총합이다. 총 가격에서 조직 브랜드 값, 직위 값을 빼보았을 때 당신의 순수한 가치와 경쟁력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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