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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이야기>는 줄리언 반스의 첫 미술 에세이로, 세잔, 드가, 보나르 등 17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백하건데, 나는 십여년 전 저자에게
맨부커사 수상을 안겨 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다가 포기했다. 그 책은 책장 구석에서 여전히 읽히길 기다리고 있다.
이번 책도 쉽지 않았다. 동시대 유럽 문화권의 경험이 있어야 체감할만한 사적인 이야기들이
꽤 장황하게 담겨 있고, 분량도 많다. 에세라기 보다는 비평서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때로는 흥미롭게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이내 막히곤 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작품 하나에 대한 수다를 깊이 풀어놓을 수 있는 내공에 내내 감탄하며 읽어 나갔다. 책 초반부에
그가 처음으로 미술에 대한 전율을 느낀 순간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는데, 예술을 대하는 태도는
실로 이래야 한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내가
기억하는 한 바로 거기서 생전 처음으로, 내가 그림 앞에 소극적이고 순종적으로 있지 않고, 그것을 의식적으로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책은 하나의 톤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흥미롭게 소개하는가 하면, 그림의 구석구석을 설명하거나, 작가에
얽힌 사소한 이야기들을 풀어가기도 하는 등, 그림 한 점으로 그의 머리 속에서 뻗어나가는 다양한 가지들을
여러 각도로 펼쳐보인다.
미술 전공자라면 그림에 대한 새로운 다양한 정보의 조각들을 모을 수 있을 것이고, 비전공자라 해도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나의 그림에 대한 지식
조각을 하나 더 보태줄 에세이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