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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오늘은운동하러가야하는데 #이진송
대한민국 대표 운동 유목민, 시도하는 종목마다 소질 발견만 하다
마는 건 나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는 아니라도 동메달 정도는 될 것 같다. 수영, 스쿼시, 요가, 필라테스, 헬스를 두루 거쳤다. 지겹거나 바쁘거나 무릎이 아프거나 시간이 안맞거나
등의 이유로 꾸준히 해본 건 6개월이 맥스다.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크게 세가지다.
1. 운동 하나로 이렇게 많은 썰을 풀다니
2. 운동을 주제로 한 글이 이렇게 맛깔지나니
3. 운동하자 운동하자 운동하자 운동해야지?
시작부터 재미있었다. ‘쿠크다스 같은 관절’, ‘여섯 살에게 간판을 읽어주는 여덟 살의 태도로 진지하게’, ‘(수영이) 끝나면 백만 대군처럼 몰려오는 흉폭한 배고픔’ ‘로커룸 속에서 풍화되고
있는 운동화’ 같은 표현은 대체 어떻게 나오는거며, 생리컵
사용 일화가 이렇게 비장하고 웃길 일인가. (아, 나도 운동화
찾으러 가야하는데..)
운동을 하긴 하는데 목적은 S라인 몸매이므로 허벅지나 종아리가
너무 굵어지거나 승모근이 올라오면 안되고 헬스 트레이너가 군살을 푹 찌르며 조롱해도 감내해야 하는, 여자들의
운동을 대하는 삐뚤어진 시선에 대한 일갈도 잊지 않는다. 단단한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굶어서 비실거리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아이의 울음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력의 기원, 바로 ‘근육’이다.
40대가 되면 몸이 더 급격히 달라진다는데, 워킹맘 시절 체력의 밑바닥을 경험한 나로서는 ‘일상을 지키기 위한
운동의 필요성’을 뼈속까지 공감한다. 피곤한 날은 아이와
남편에게 짜증이 늘고, 컨디션이 좋은 날은 한없이 자애롭고 사랑 넘치는 엄마와 아내로 변신하는 내 모습.
그 시절 나는 물 한모금 마실 시간 없이 일을 쳐내다가 눈앞이 흐려지면, 허겁지겁
에너지원을 입속에 넣는다. 약 20-30분이면 입을 통해
투입된 에너지가 손끝과 뇌 세포에 전달 되어 눈 앞이 맑아지는 인체의 신비를 경험한 터다. 온몸에 기력이
갑자기 빠져나가 주저 앉기도 몇번, 결국 나의 체력을 육아와 일 위 우선 순위로 놓고 헬스를 시작하고
나서야 ‘회사 대표 저질체력’ 신세를 면했다. 결국 그렇게 보완한 체력은 물론 선순환으로 일과 육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니 고민을 충분히 견뎌 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미생>
PT를 다시 시작할까, 필라테스를 등록할까, 수영을 등록할까. 오늘의 일정으로 운동을 내일로 미룬, 마음만은 몸짱 운동 유목민 1인의 고민은 오늘도 계속된다. 책보고 삘받아 청계산 등산을 하고 땡기는 종아리를 부여잡으며 뿌듯함을 느낀다. 재미있으니 읽어보자, 그리고 운동하자.
* 결국 오늘 오전 필라테스 수업을 받으러 갑니다. ^^b
금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욕먹는 값이라고 설득하는 헛소리는 ‘네가 돈을 받았으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라면서 개인을 손 안의 귤처럼 주무르려 든다. 마법의 단어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다. 체력이 떨어지면 사소한 실수에도 지나치게 엄격해지고, 퇴근하고 만나는 가족에게 짜증이 난다. 다정도 체력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인성 때문에 운동한다는 후배의 말은 이런 맥락이다. - P15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데 아직도 자궁과 변기가 블루투스 연동이 안되어서 내가 컵을 들고 안절부절못해야 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인류는 인간을 달로 보내기 전에 달거리부터 정복해야 하지 않을까? - P99
여자들은 운동을 하면서도 근육질이 될까 봐 두려워한다. 운동하는 여성이 아름답다면서 근육이 두드러진 여자를 조롱하고 비하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사회에서 여성의 근육은 애덤 스미스 같은 존재여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보이지 않는 근육.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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