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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 지나친 열정과 생각으로 사서 고생하는 당신을 위한 번아웃 방지 가이드
진민영 지음 / 문학테라피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네번째 퇴사를 했다. 쉼없이 달렸던 13여년 이후 처음으로 4달을 쉬었고, 이내 밀려드는 불안감에 다시 이력서를 내고 일을 하기 시작한지 2달만이었다. 서울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25층 고층에 앉아 멋드러지게 지는 노을을 보며 ‘아이가 기다릴텐데’ 싶어질 때면 어김없이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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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부귀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시간에 여기서 매일 노을을 보고 있나’
그 퇴사 즈음 이 책을 만났다.
꽤 큰 외국계 대기업이었고, 입사도 까다로웠다. 하지만 내려놓기는 물흐르듯 쉬웠다. 매일 달리기를 해야 하는 이 곳은 내게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았다. 워킹맘으로 매번 저글링 해야 하는 삶이 지겨웠고, 아이 둘을 키우며 새벽과 밤을 가리지 않고 집에서 메일을 보내는 똑부러지는 여자 상무의 삶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보고서의 문구를 고민하기 보다, 아이와의 눈맞춤이 절실했고, 자아실현이란 회사에서만 가능한 아니란 생각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4 달을 쉬는 동안 읽은 책들이 내게 영향을 주었다. 소설 중심 독서를 하던 내게 심리학, 인문, 산문과 에세이 등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었고, 그 활자들이 내 안에 쌓이며 나도 나에게 조금씩 질문을 했나보다. 그간 나는 나를 참 몰랐고, 스스로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삶의 행복에 필수적임을 희미하게 나마 깨닫고 있었다.
주변에서 아마 동의하지 않겠지만 스스로를 ‘외향의 옷을 입은 내향인’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시절 코어는 내향적인 사람이었고, 그래서 저자처럼 9:1의 비율은 아닐지라도 7:3 정도로 혼자 있는 시간 7이 있어야 타인에게 줄 3의 에너지가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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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방지 가이드’라는 책소개처럼, 나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에 대한 에세이집이다. 내가 나를 지키지 않으면, 주변인들도 지켜주지 못한다. 나의 번아웃 포인트가 어딘지, 한계가 어딘지를 알고 그렇게 삶이 흘려가지 않게 내버려두지 않기 위한 친구로 이런 책은 참 괜찮다. 나의 ‘지금’을 지켜야 한다.
글귀 메모
P25 - ‘n년째_찾는_적성’ 세상에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만 행복한 사람이 있고, 일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 완성되는 행복이 더 큰 사람도 있다. 업으로 하는 일이 삶을 지탱하는 중추가 되는 사람도 있으나, 업이 그저 행복한 삶을 보조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사람도 있다.
P46 – ‘나만의_대나무숲이_필요해’ 들끓는 감정의 온도를 삭여가며 토하듯 글을 썼다. 지금은 이성과 감정이 속도를 같이 할 만큼 무의식과 의식 사이에 경계가 없다. 그만큼 나의 내면도 성숙해졌다는 뜻이겠다. 글을 써 왔던 시간이 고스란히 훈련으로 누적되어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는 데도 꽤 경력이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