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록
프리키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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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의 단편이 담긴 <기생록>

아주 정신없이 빠져들게 하는 매력 있는 단편이다.

 

<국가 생명 연구소>

 

사람의 머리에 칩을 심는 게 아니라 파스처럼 붙여서 정적을 쉽게 조정하고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발명한 당사자가 그 입장이 되었을 때 어떤 기분일까?

아무리 좋은 의도로 연구했어도 살상 무기로 사용하는 순간 그 좋은 의도는 사라지고 마는 것.

요즘 <더 보이즈>란 미드에서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조직에서 감추고자 하는 비밀이 누설될 순간에 머리가 터져서 죽는 장면을 보게 됐는데 아무리 좋은 것도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의 손에 주어지면 나쁘게 사용되는 법이다.

6편 중에 제일 정교한 느낌을 주는 단편이었다.

 

<이웃을 놀라게 하는 방법>

전편에 나온 인물과 이어지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래서 연작 느낌이 나는 단편이다.

이 단편 읽고 아파트에 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주택은 이래서 무서워 ㅠ.ㅠ

 

<이 안에 원귀가 있다>

복수라는 건 정말 무의미한 것 같다.

최고의 복수는 상대방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아닐까?

원귀가 된 소년이 참 안타까우면서도 소름 끼쳤던 이야기.

 

<소녀 사형 집행관>

제목은 뭔가 있어 보였는데 내용은 그닥 잘 살리지 못한 느낌이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서는 한 편의 영화가 뚝딱 만들어지는 느낌이었다.

 

<괴물 사냥꾼>

차후에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느낌이다.

새로운 변종 괴물이 된 괴물 사냥꾼의 또 다른 활약을 기다려 본다.

잘 다듬으면 호러 판타지 시리즈물이 나올 거 같다.

 

<기생록>

6편의 단편들 중에 왜 이 이야기를 제목으로 썼는지 알 거 같았던 단편.

6편 중에 제일 이야기의 구성이 좋았다.

여기에 살을 좀 보태서 장편으로 만들어져도 좋을 거 같다.

 

프리키 작가는 처음 만나는 작가님인데 <봉제 인형 살인사건>시리즈를 쓴 다니엘 콜 작가와 결이 비슷한 거 같다.

장편이 아닌 단편이라 짧게 끊어지는 호흡으로 불안감과 공포감을 조성하기는 쉬웠지만 급 마무리한 느낌 때문에 이야기의 몰입도가 좀 떨어진다.

리고 캐릭터들이 전부 복수심에 불타고 있다. 그 복수심 때문인지 절제되지 않은 감정에서 분출하는 포악함이 널을 뛰어서 읽는 동안 내내 불편한 심기가 가시지 않았다.

단짠단짠이어야 할 맛에 짠맛만 들어간 느낌이다.

독자가 조금 쉬어갈 구간을 만들어 줬으면 더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프리키 작가가 구상한 이야기의 소재들은 정교하게 다듬어서 장편으로 숨 고르기를 한다면 좋은 작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거 같다.

6편 모두 호러 영화의 지문 없는 시나리오 같은 느낌이라 눈앞에서 영상이 휙휙 지나가는 느낌이 난다.

 

호러블한 이야기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

정교한 이야기 보다 호로록~ 읽히는 공포와 잔혹을 원하시는 분들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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