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수업 - 컬렉션으로 보는, 황윤의 세계 박물관 여행 일상이뮤지엄 1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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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살기 좋고 자부하는 장소가 되고자 한다면 우리 도시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문화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주장했다. SNS나 인터넷으로 대체할 수 있는 여러 분야와 달리 예술품 감상은 무엇보다 직접 방문하여 경험하는 것을 중시하는 분야이기 때문. 물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관광 산업의 블루오션을 찾는다면 그게 무엇일까?에 대한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는 거 같다.

 

안양에 살고 있는 황윤 작가는 안양 시청이 구도시로 옮긴다는 얘기를 듣고 그 비용으로 박물관을 지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한다.

구체적으로 부지와 재원까지 마련한 작가는 이 박물관이 왜 세워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박물관 컬렉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함께 쏟아낸다.

이 책에 예를 든 필라델피아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세잔의 <목욕하는 사람들>을 처음 구입할 당시에는 비싼 그림 값을 지불하느니 그 돈으로 시민들을 위해 다른 것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언론의 신랄한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그림 하나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필라델피아는 예술의 도시가 되었다.

우리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먹고살기 바빴던 시절엔 씨도 안 먹히는 얘기겠지만 이제 우리에게도 문화를 즐기고 싶어 하는 갈망이 생겼다.

다른 나라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이유를 정신 나간 짓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안양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결국 대한민국에 속한 이야기다.

각 도시의 지방 자치제는 관광산업을 위해 해마다 수많은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 특산물을 비롯해서 이제는 없는 얘기도 꾸며내어 사람들을 끌어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황윤 작가는 말한다.

특색 없는 쇼핑몰을 만들고 아파트를 지어대느니 그 돈으로 박물관을 세우라고.

좋은 작품을 구입해서 그 작품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생기도록 하라고.

우리도 이제 미술 컬렉션에 투자할 때가 도래했노라고!

 

 

책을 읽으며 황윤 작가님의 발랄한 생각이 참 맘에 들었다.

미술품은 또 다른 재테크로서 각광받고 있는 분야인데 사실 이렇게 재테크로 사 놓고 아무도 못 보는 곳에 감춰두고 혼자만 보는 사람들이 많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그분들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싶기도 하다.

그것이 국가 경제에도 이바지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더욱 확실해진다.

 

유럽의 박물관들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들은 사실 자랑스러운 것들은 못된다.

그것은 바로 침략과 약탈의 역사를 전시하는 것이기에...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예술가들도 배출되었기에 지금 우리는 그 작품을 직접 보기 위해, 그 작품으로 인해 멋진 예술의 도시처럼 보이는 도시를 찾아가고 있다.

우리도 그러게 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을까?

 

어느덧 선진국이 된 한국에는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상상력과 실천 의지, 그리고 그에 필요한 제도가 부족한 것이지.

작가의 발랄한 상상은 계속된다.

유명한 미술관과 옆 나라 일본의 소도시 박물관들의 성공담과 특성을 짚어 보고 우리의 실정에 맞는 대안을 내놓는다.

최상책이 안되면 차선책도 있음으로 이 책을 읽다 보면 안양에 근사한 박물관이 진짜 있는 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단기간에 성공하기 힘든 게 예술을 보는 안목이다. 그러니 대형 박물관의 분관도 노려봄직하다.

허황된 상상처럼 여겨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다가 그 상상이 멀지 않았다고 느끼게 된다.

 

책을 읽다가 나는 이집트 유물보다는 K 컬처 박물관을 설립하면 더 경제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영화, 드라마, 음악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박물관.

전 세계가 지금 한국 음악, 영화,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때.

코로나가 끝나면 제일 먼저 방문하고 싶은 나라 1순위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러니 안양 박물관은 멀리서 컬렉션을 찾을 게 아니라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 미래를 위한 컬렉션을 찾으면 어떨까?

 

영국 리버풀에 비틀즈 박물관을 보러 리버풀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듯이

BTS 박물관을 만들면 두고두고 우리의 관광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전 세계에 BTS 성지가 될 곳은 대한민국 한 곳뿐이니 그들을 먼저 섭외하는 도시는 제2의 리버풀이 될 것이다.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가 BTS는 이미 비틀즈와 잭슨 5를 넘어서는 그룹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그들의 성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전 세계 아미들이 집결할 곳이 필요할 테니.

 

즐거운 상상은 행복을 실어 온다.

황윤 작가와 함께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을 돌아본 기분이다.

작가님의 바람처럼 안양에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와 볼 멋진 컬렉션을 갖춘 박물관이 생기길 바란다.

이제 우리도 그 반열에 올랐으니 정당한 방법으로 좋은 작품들을 들여와 많은 사람들의 그 작품을 보기 위해 한국행을 택하는 시절이 올 거라 믿는다.

 

작은 책에 알차게 들어 있는 미래 계획표를 읽으면서 즐거웠다.

변변한 컬렉션을 소장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없어도 그와 관련된 책들은 항상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대한민국.

그만큼 문화에 목마르다는 뜻일 것이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작품을 내 나라에서 직접 보고자 하는 열망은 언제쯤 이루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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