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변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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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무언가가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분명히 예전의 내가 아니다.

지금의 나는 대체 누구인가?




준은 소심하고, 나서지 않는 조용한 성격의 평범한 직장인이다.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집을 알아보러 갔다가 강도를 만나 어린 여자아이를 구하려다 머리에 총을 맞는다.

병원에서 깨어난 준은 점점 회복되어 가는 와중에 자신이 뇌 이식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된다.


죽을 목숨을 극비리에 진행된 뇌 이식으로 살려낸 도겐 박사와 다치바나와 와카오 두 조수가 그를 보살핀다.

회복이 잘 되어 일상으로 돌아온 준.

하지만 예전과 다르게 과격해진 자신의 성격으로 회사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사랑하는 메구미에게도 예전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내 마음은 변하고 있다. 이건 분명하다.

메구미, 너를 사랑하고 싶은데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져간다...



자신이 변하고 있다고 느낀 준은 뇌 이식을 할 때 자신에게 뇌를 기증해준 기증자의 아버지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알게 된 기증자의 성격은 예전의 준과 거의 비슷한 성격이었다.

도대체 이 알 수 없는 성격변화와 과격한 공격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뇌 이식.

간이나 심장과 같이 뇌도 이식할 수 있다면 과연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뇌를 이식받은 사람?

뇌를 기증한 사람?


다른 사람의 뇌를 기증받아 목숨은 살았지만 점점 기증자의 성격과 행동을 갖게 되는 준.

점점 자신을 잃어버리는 준은 자신이 다중인격을 지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회사에서도 동료들의 무능함을 비웃고, 싸움이라도 나면 죽일 듯이 덤비고, 사소한 시비에서 살의를 느끼는 자신을 점점 제어하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운 준은 메구미의 사랑마저도 거절한다.


이 뇌 이식에는 보이지 않는 검은 손들이 있다.

준의 존재를 감추고 그를 실험실의 도구로 생각하는 그들은 준의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받고 그를 죽이려 한다.

실패한 실험용 쥐는 살처분하는 게 그들에겐 당연한 이야기다.


자신이 변하고 있다고 말해도 믿지 않는 도겐 박사.

그의 변화를 눈치채고 떠난 메구미.

그를 도와주는 척 접근해서 그에게서 정보를 빼가려는 다치바나.

준은 결국 자신에게 뇌를 기증해준 사람의 정체를 파악하게 되고, 자신을 지배하려는 그와 담판을 짓기로 한다.


획기적인 기술의 성공은 좋았지만, 그에 걸맞은 윤리의식과 사후 방비가 없었던 것에서 참극이 일어난다.

뇌는 생각을 관장하는 곳이다.

우리 몸 여기저기에 이러이러해라라고 명령을 내리는 곳이다.

그래서 단순 기능만 하는 콩팥이나 간과는 다르다.


도겐 박사는 자신의 욕심을 위해 가장 중요시해야 할 일을 등한시했다.

그로 인해 준의 목숨은 살렸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목숨을 잃게 만들었다.

의학이 점점 발달하면서 이 뇌 이식 이야기는 어쩜 조만간 이루어질 근미래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이미 어딘가에서는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도 모른다.


근데 도겐처럼 생각하는 의사 때문에 준과 같은 희생자가 생긴다면 이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기증자의 뇌가 이식자의 뇌를 지배할 수 있다는 이 이야기는 섬뜩하다.

하이드와 헐크처럼 분노 게이지가 상승하면 본래의 자신은 사라지고 기증자의 살의만 남는 준.

자신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준은 살인자의 인격과 마지막 싸움을 벌인다.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노화와 죽음을 지연시킬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단지 젊게 오래 살기 위해서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서슴지 않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과학의 발전이라는 명분하에.


도겐 박사가 저지른 일은 분명 그런 문제의식 없이 자신의 연구성과만을 생각하며 일처리를 했기에 벌어진 참상이었다.

이야기처럼 뇌 이식도 가능한 날이 올지도 모른다.

과연. 뇌라는 복잡한 기능을 가진 조직을 그렇게 떼어서 이어 붙여도 되는 걸까?

인간의 모든 기능을 담당하는 뇌가 다른 뇌와 접합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이 이야기처럼 더 강하고 더 과격한 성질을 가진 뇌가 득세한다면 한 사람 안에 두 사람이 존재할 수도 있는 걸까?


생각할수록 섬뜩한 소재다.

준의 선택만이 답이라면 뇌 이식에 관한 연구가 발전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생긴다.

1991년에 발표한 작품이라니 게이고의 앞서가는 상상력이 더 돋보인다.


노화를 막고

생명을 연장시키는 일이 결코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하지는 않는 거 같다.

자연 그대로. 그렇게 살고 싶다.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결국 비참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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