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장
아거 지음 / KONG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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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영화를 보다가, 드라마를 보다가, 만화책을 읽다가 보면

우리가 만나게 되는 문장들이 있다.

홀연히 가슴속에 들어와 영혼에 지진을 일으키는 그런 문장들.

그 문장 앞에서 누구는 플레그를 붙이고

누구는 밑줄을 긋고

누구는 형광펜으로 표시를 하고

좀 더 부지런한 누구는 필사를 한다.

그리고 그보다 깊은 감각을 가진 이는 '토'를 달았다.

문장 앞에서 멈춘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모두가 공감하고 아끼는 문장도 있지만

특별한 기억이나 추억, 누군가를 떠올리거나 어떤 상황들이 생각나서 혼자 덩그러니 서 있게 되는 문장도 있다.

이 책에 담긴 문장들에는 그러한 저자의 이야기가 담겼다.

읽었던 책에 나온 문장 앞에 나도 서 본다.

나는 그냥 무심코 지나친 이 문장에서 어떤 이는 이토록 할 이야기가 많았다는 걸 가만히 느껴 본다.

모르는 책에서 나온 문장 앞에서 또 그렇게 서 본다.

이 책을 읽게 되면 나는 이 문장에서 무엇을 느낄 것인지 가늠해 본다.

순간적으로 느끼게 되는 어떤 동요를 잊지 않기 위해 표시해 두고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를 적어두는 순간들이 모여 책이 되었다.

말실수가 많은 저로서는 글이 말보다 편합니다. 그래서 글을 씁니다.

 

 

쓰면서도 생각한다.

왜 글을 쓰는지.

그가 글을 쓰는 이유 중 저 이유가 가장 맘에 든다.

나 역시 말실수가 많아서 글이 말보다 편할 때가 많다.

말은 조리 있게 못 하지만 글은 어느 정도 감정을 닦아 낼 수 있기에 상대의 마음과 내 마음을 생각하며 다듬을 수 있어서 나도 글이 말보다 편하다.

좋은 문장들을 뽑기는 쉽다. 어쩌면.

하지만 그것도 내 것으로 정리해 두지 않으면 잊히는 문장이 된다.

이 책안에는 잊히지 않고 길이 기억될 문장들이 담겨 있다.

작가가 이 문장들이 잊히지 않도록 남겨 두었기 때문에.

그걸 읽는 나는 조금의 수고스러움도 없이 좋은 문장을 훔쳐볼 수 있었다.

무엇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해도 그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노력이 필요하다.

기억하기 위한 노력.

그 느낌을 간직하기 위한 노력.

이 책의 노력이 나에게 새로운 습관을 부여해 줄 거 같다.

좋은 문장 앞에서 섰을 때 그저 표시만 해놓지 않고 왜 좋았는지

그 문장이 내게 일깨워 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의 기록을 남겨두는 버릇.

그럼 마음이 조금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을 거 같다.

나를 정리하는 시간으로 매일 읽었던 책에서 발견한 문장을 적고 그 울림을 적어 보는 것.

그것 또한 나의 기록이 될 것이다.

당신이 있어 조금 덜 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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