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틈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지넷 윈터슨 지음, 허진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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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독서카페 리딩 투데이의 함께 읽는 책.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1탄 시간의 틈.

 

 

잃어버린 것과 되찾은 것을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

역사 전체가 거대한 분실물 센터인 듯이.

어쩌면 그것은 창백하고, 외롭고, 조심스럽고, 항상 존재하고, 수줍음 많고, 탁월한 달이 지구에서 떨어져 나갔을 때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지구의 자폐증 쌍둥이.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를 지넷 윈터스가 다시 쓴 시간의 틈은

질투와 오해가 삶을 망가뜨리고, 소중한 것을 잃게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잃어버린 그 소중함이 세월을 지나 그들 앞에 나타나서 서로를 용서하게 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너무 뻔해서 그래서 너무 와닿는 이야기다.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는 읽어 보지 못했다.

그래서 걱정이 됐다.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각색한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하지만 친절하게도 이 이야기가 시작하기 전 오래전 과거 그들의 인연이 결코 지금 새롭게 이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이야기가 덧붙여져 있다. 원작이라는 이름으로.


 

 

리오와 지노는 기숙학교에서 만났다.

둘 다 집에서 관심 밖이었다. 그 공통점이 그 둘을 이어지게 했고, 그들은 서로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것은 우정이었을까? 사랑이었을까? 호기심이었을까? 그냥 한때의 열정이 퍼진 것일까?


 

성인이 된 리오는 남자 내음을 풍기는 어린애였고, 지노는 게이였다.

둘도 없는 친구 사이.

그러나 리오는 아내 미미와 지노 사이를 의심하게 된다.

의심은 걷잡을 수없이 자라나고 임신한 아내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지노의 아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옛 시칠리아의 왕 레온테스처럼 아내 헤르미오네와 폴릭세네스를 의심한다.


 

그들은 긴 세월을 통과해 과거에서 현재로 시간을 바꿨을 뿐 아주 오래전 과거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미미가 낳은 아이는 리오의 손에 의해 납치된다.

지노에게 보내지기로 했던 아이는 결국 베이비 박스에 넣어기게 되었다.

운명은 그렇게 시간을 건너 뛰어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할 뿐이다.

더 복잡하고, 더 현란하고, 더 꼬이게.


  

이야기에는 항상 역사가 있지 않은가?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거가 바로 뒤를 그림자처럼 쫓아오고 있다.


 

 

세월이 흐른다.

솁이라는 흑인 남자의 손에 자라게 된 리오와 미미의 딸 퍼디타.

그런 퍼디타를 사랑하는 지노의 아들 젤.


 

부모 세대의 과오가 자식세대로 이어지는 인연의 끈.

저자 지넷 윈터스는 자신이 업둥이였고, 자신이 동성애자이다.

지노와 퍼디타를 통해 자신을 덜어냈다.

멋지지 않은가.

 

 

 

 

 

지노가 만든 가상현실의 게임 속에서 지노와 미미와 리오는 만난다.

매일 같이 미미의 창가에서 그들은 만난다.

미미는 미동 없이 그대로다.


 

현실에서 그들은 마주치지 않는다.

리오와 미미는 이혼했고, 지노에겐 술이 있었다.

자신의 과오를 되돌리지 못한 리오가 있었고.

친구이자 한때 연인이었던 리오를 말리지 못한 지노가 있었고.

그들 사이에서 덧없어진 미미가 있었다.


 

세월은 퍼디타가 자라나는 동안 그들을 격리 시켰다.

상처는 곪아서 터져 나올 때까지는 계속해서 냄새를 풍기고 욱신거리고 열을 내게 만들 뿐이었다.

자라는 아이들 대신 자라지 못한 어른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질투의 씨앗이 어딘가에서 자라나 자신들을 찾아내기를.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되찾을 수는 있다. 그렇지 않은가?



 

사랑의 감정은

사람의 감정은

어쩌면 온전치 못한 감정인지도 모른다.

성숙한 사랑은 애초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지.


 

어쩜 리오는 지노와 미미 둘 다를 사랑했지만 그것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둘을 연결하고 그 광기에 사로잡혀서 저지르면 안 되는 일을 저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행복한 결말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비극은 그 지난한 세월로 갈무리되었으니.


 

현실도 이렇게 행복한 결말만 남았으면 좋겠다.


 

의심이란 씨앗은 영양분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잘 자란다.

그러니 그 씨앗을 품에 품고 다니지 말자.

의심과 질투는 쌍둥이라 떨어져도 서로를 알아낸다.

그러니 마음에 심지 말자.


 

어린이 다운 어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건 책 속에만 있는 일이 아님을.

감정적 성숙을 키워내야 할 겨울이 왔다.

마음에도 따뜻한 코트를 입혀주자.

추울 때 의심과 질투는 활활 타오르는 법이니.

마른 장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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