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창 - 제주4.3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김홍모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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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4월이 되면 꽃들이 만개하고 사람들의 웃음소리 가득한 거리를 지나게 되지만,

발길을 뒤로 돌리면 가슴 아픔과 눈물이 맺히는 날이기도 하다.

제주 4.3 사건, 4.16 세월호 사건, 4,19 항쟁.. 그리고 미처 기록되지 못 했을 역사의 자국들.

그 날 피맺힌, 한 서린 날들 중 제주에서 일어났던 "4.3 사건"을 『빛창』을 통해서 만나보았다.

부끄럽게도 사실 4.3 사건에 대해서 잘 알지 못 했다.

아이가 마차에 치여 분노한 제주도민들이 일어난 봉기 정도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통해 4.3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고, 가슴을 치게 되고. 눈물짓게 되고.

이미 억겁의 시간이 쌓여 4월 3일, 제주에 핏빛꽃으로 물들었다는 것을 여태껏 몰랐던 무지했던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밀려들었다.

                            

만화로 그려져 있어 인물들의 표정이 너무나 생생하게 뇌리에 박혀 더욱 가슴이 아리고

이자한 그 자는 너무 악독하게 생겨 보는 것만으로 치기가 올라왔다.

 

 

제주도 일본의 칼과 총아래 숨죽여 살아가는 도시였다. 목숨걸고 물질을 하지만 그 값도 제대로 못받는 등 

해녀들의 삶이 여러운 때에 소녀들이 칼과 총, 무엇보다 악랄한 일제의 탄압 앞에 앞장 섰다. 작지만 강한 누구보다 제주를 사랑하고 물질을 좋아하고, 동료를 사랑하는 소녀들은

이제 다 자라 성인이 되었고 련화는 두 아이의 어미가 되었다. 해방은 되었고, 일본은 항복했지만

여전히 제주는 퍽퍽했다. 빨갱이 세력을 척살하겠다는 서북청년회의 행동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악랄했다. 사소한 일에도 빨갱이라며 몰아세우고,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방망이질에 또다시 핏빛 물이 드는 제주였다. 그 가운데, 아이들의 나의 부모를 따라 동맹 파업을 하고, 앞장서서 제주 수호 활동을 시작한다.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다가도 다시 펼쳐 또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제주 도민에게 벌어진 끔찍한 사건을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를 때까지 모르고 살았다는게 부끄러워서. 제주도는 그저 관광지이고, 천혜의 자연경관을 품고 있는 휴식처라고만 생각했던 내가 한심해서.  나는 대구(경상도)에 사는 사람이라서 사실 잘 몰랐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쓰린 역사 속 페이지여서. 무엇보다 4.3 사건을 바라보면서 작고 갸녀린 여성들이 앞장 선 장면이 많아서 가슴이 시큰했다. 도대체 나는 무얼 하고 있는건가.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움직일 수 있었겠는가.

총과 칼 앞에 나는 꼿꼿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아아아. 그저 그 날의 그들에게 죄송하다고. 참으로 감사하다고,

당신들이 물질로 지켜낸 제주는 이제 핏빛이 아닌 꽃물이 가득든 섬이 되었다고.

언젠가 그 섬을 방문하면 당신들의 찬란했던 순간들을 꼭 기억하겠노라고

이 밤, 그 영혼들을 기억하며 련화와 미량, 재인과 함께한 도민들을 되새기며 기도하겠습니다. 그대들의 넋이 그대들이 일궈낸 민주주의의 땅 안에서 평안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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