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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드라이버
우선자 지음 / 하영인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쉽사리 마지막장을 덮을 수 없어서 읽고 또 읽으면서 울컥하는 감정을 몇 번이나 삼켰는지 모릅니다.
큰 글자로 아주 슬픈 시 한 자락처럼 담긴 이 책 속에 울분이, 용서가, 화해가, 사랑이 담겨있습니다.
'세상에 신이 있기나 한가요? 신이 계시다면 한 여인을 이렇게까지 지옥으로 몰아갈 수는 없어요!'
하고 내내 외치며 한 장 한장 넘겼습니다. 그러나 이 여인은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구원하셨다고.
1950년 강원도 에서 태어나 평지였던 적이 없는 삶이다.
보리쌀 대신 고무신을 샀으나 식구들이 당장 굶어야하는 현실 앞에 고무신을 돌려주어야 했던 어린 마음이 얼마나 쓰릴지.. 도립병원에서 얻어온 가루약을 어머니 앞에 내밀었을 때, 약봉지를 던지는 어머니에게 받은 상실감..여자라면 마땅히 꿈꾸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미래를 어느 남자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잃은 채 혼자 아이를 품어야 했던 날들이 얼마나 수치스러웠을지.. 사기를 당하고 도박판으로 흘러들어가서야 깨달아버린 무지함은 원통하다. 모든 희망을 잃고 거친 파도 앞에 섰을 때 떨리던 몸.. 나를 구해준 아니 이 지독한 삶을 또 살게 만든 지긋한 운명. 이 모든 이야기가 단 한 사람이 전 생애에 걸쳐 겪은 일이라는 게 너무나도 아프다. 아파서 화가 난다.
그러나 그녀는 하나님을 만나 삶의 본질을 깨닫고, 성경을 쓰고 읽으면서 공부하고,
'권사'라는 직분을 얻어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게 되었고, 계집이 붙어 가정도 돌보지 않고 나갔던 남편의 늙어 볼품없는 모습을 몇 년만에 마주했지만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에 힘입어 당신을 용서합니다!"하고 외칠 수 있는 밝고 강한 여성이 되었다. 그녀에게 웃음을 주신 분은,
그녀를 지금 여기까지 살아올 수 있게 손 잡아끌어주신 분은 분명 하나님 이실테다.
그리고 앞으로도 삶도 살아가게 하실 분이 늘 지켜봐 주시기에 그녀에게는 더 좋은 일만 생기리라는 것을 기대해본다.
우선자 할머니, 이제는 웃는 얼굴로 꽃들이 만개한 꽃길을 걸으시기를
한 사람의 독자로서, 당신의 삶을 공감하는 여성으로서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1950년 6.25전쟁이 한창일 때 강원도 명주군 옥게면에서 이 세상에 왔으니 태어나면서 바로 불 속으로 든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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