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 폴리테이아 총서 1
최장집 지음 / 후마니타스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사회는 서구 여러나라들에 비해 민주주의를 숙성시킬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냉전반공주의의 헤게모니적 영향력이나
군부쿠데타에 의한 독재 및 그로인한 사회 전반에 만연한 군사식 문화, 권위주의...
그리고 보수와 극우만을 대표하게 된 정치구조.

그 일련의 폐단들을 '운동'으로 극복하고 형식적 민주화를 가져왔지만
87년 6월 혁명을 주도했던 운동 세력들은 그 자체로 정치세력화하지 못하고
민주화의 실현을 기존 정치세력에게 넘겨줄 수 밖에 없었다.

대표자들은 파레토의 엘리트 순환론의 실례를 몸으로 보여주는 것마냥
국민다수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한 채 자리뺏기 놀이에 머물렀고
그 와중에 너나할것 없이 보수화했다.

진보적인 성향을 갖는 유권자를 대표할 수 있는 정당은 없다.
87년 6월 혁명이후 들어선 정권들을 보면
노태우 정권은 말할 것 없고...
김영삼 정권은 문민정부를 표방했지만  그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
기존 보수세력과 야합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개혁논의를 꺼내기 힘든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김대중 정권은 최초로 등장한 야당정권이었지만 실질적으로 그간의 정치세력이라는 것은
김대중과 그 추종자 집단에 불과한 것이었기에 이미 보수화해 있던 기존 관료세력,
그리고 의회에서의 자민련과의 연대를 통한 도움을 구하지 않고서는
정부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2002년에 쓰인 책이어서 뒤를 이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렇듯 민주화세력이 그 무능함을 보이는 와중에
CEO대통령론을 들고나온 이명박이 정권을 잡은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굴 뽑으나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한탄은 이제 한탄을 넘어선 타당성있는 현실분석이다.
실제로 '평민당-민주당-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이나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의 세력은 개혁/보수로 나뉘는 세력이 아니라 협애한 이념적 대표체계에서 한결같이 보수적' 이니까.


저자가 말하는 해결의 방법은 정당주의의 강화다. 보다 많은 갈등은 개개의 갈등이 가진 골을 줄인다고 마키아벨리가 말했듯이, 더 많은 인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정당 스펙트럼이 구축되어야 민주주의는 건강해지고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 그를 위해서 독일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선거와 같은 더 공정한 선거제도를 만드는 것은 선결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여러 면에서 놀랄 기회도 많았고 새겨둘만한 문장도 많았다.
비판이란 신제품의 런칭쇼를 하는 마케팅 사원처럼 머뭇거리지 않고
준비된 내용을 복기하듯 차근차근 설명해나가는 논지 역시 반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다음에 읽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최장집 외 6명, 프레시안북 2008
(블라디미르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가져온 제목인듯)
에 나오는 장하준 교수의 말을 인용해두며 다음 포스팅이 제발 빠른 시간내에 가능하길 바란다;


"처음 영국에 유학을 갔을 때 스웨덴 친구를 한 명 사귀었는데, 그 친구는 스웨덴의 좌파 정부와 우파 정부가 80%인 실업수당을 70%로 낮출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싸우는 걸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우파 정부라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좌-우의 판 자체가 다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