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 버락 오바마 자서전
버락 H. 오바마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자서전이므로 저자 설명을 해야겠다. 아마 다들 알겠지만, 미국 대선이 올해 있다. 위키백과에서 2008 미국 대통령 선거를 찾아보면 어마어마하게 자세한 내용이 나오니 관심있으면 찾아보시고. 원래 찾고자 했던 버락 오바마를 찾으면 다음과 같은 소개가 나온다.




케냐출신으로 케네디재단의 지원으로 미국에서 유학중이었던 아버지와, 미국 캔자스 주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2살때 부모의 이혼과 그 직후 어머니의 인도네시아 거주 동행 등 다양한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다문화 가정이나, 한때 마약에 손을 대는 등 불행한 청년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여 1983년에 컬럼비아 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시카고 시의 빈민가에서 인권운동가로 맹활약하였고, 그 이후에는 탁월한 학업성취를 발휘, 1991년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하버드 대학교 법과대학의 학술지 편집장을 지냈으며 그 직후 수석졸업하였다. 이후 시카고 시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기독교계의 자선봉사단체 및 시민법률상담 활동을 하면서 지역기반을 다졌고, 1990년대에 지역 인권변호사로 그 명성을 드높였다. 1993년부터 2004년까지 시카고 대학교 법과대학의 인기 전임강사로서 헌법과목을 지도하여 학술적으로도 그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1996년에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민주, 시카고 남부 제13지역구 대표)이 되면서 정계에 입문하였으며, 활발한 입법활동으로 유명세를 드높였다. 2004년 11월의 미국연방상원의원선거(일리노이 주대표)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해 70%의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 현재에 이르고 있다.

미국 중앙정치무대에서 이라크전에 강력하게 반대한, 유일한 개혁적 아프리카계 정치인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2004년 8월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전당대회 기조연설과 2004년, 2006년 선거전 등에서 보여준 천재적인 대중연설 능력과 열성 지지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2007년 2월 제44대 미국 대통령 선거의 민주당 후보경선에 출마를 선언하였다. 2008년 3월 현재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초박빙의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오바마는 그러니까, 미국 사회의 마이너리티 그룹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이 책은 그가 2004년(61년생이니까 44살때다!)에 쓴 Dreams from my father의 역서이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그동안 부시가 해둔 일이 있어 재선은 힘들 것으로 보여 이번 경선에서 힐러리를 이긴다면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아마 그가 당선된다면 좋지않을까...하는 정도 생각을 하던 와중에 어딘가에서 본 칼럼에 '전 미국을 울린 책'이란 소개가 있어서 한번 읽어 보기로 했다.

오바마의 자서전은 두개가 있다. 이 책과 2006년에 쓴 <버락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이란 책이다. 두 권 모두 작년에 한국어판이 나와 있었으나 이 책이 더 먼저 쓴 책이고 소개받은 것도 있어서 이것부터 보기로 했다.

자서전은 대필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바마는 역시 직접 쓴 경우고, 문장력도 있고 구성도 탄탄하게 되어 있다. 내가 마이너리티라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책을 읽으면서도 메모할만한 부분이 많이 있었다.


저는 모든 전쟁에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반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전쟁입니다. 제가 반대하는 것은 경솔한 전쟁입니다. 제가 반대하는 것은, 이 행정부의 탁상공론에만 열중하는 인사들이 인명 손실이나 국민의 고초에 대해서는 고려조차 해보지 않고 자기들의 이념을 위한 의제만을 우리에게 강요하려는 것입니다. ('2002년 이라크전 반대 연설' 중에서)

매우 최근(2008.4.10 출간 예정)에 나온 오바마의 연설문을 모은 책 소개에 2002년 이라크전 반대 연설문이 있었다. 이 연설로 유명해졌다지아마.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유년시절부터 콜롬비아 대학에 다닐때까지, 2장은 시카고에서 활동가로 활약하던 시절 그리고 3장은 아버지의 고향인 케냐를 방문한 이야기로 되어 있다.

아버지는 케냐인이다. 이 책의 제목에서 나오듯이 책의 시작도 아버지의 죽음으로 되어있다. 개정판 서문에서 책이 나오고 몇달 뒤 어머니도 돌아가셨다고 하며 어머니에 대한 내용을 많이 쓰지 못한 것을 후휘하고 있지만 어쨌든 이 책의 주가 되는 것은 아버지다. 아버지와 보낸 시간은 짧지만, 그는 자신의 정체성이 아버지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흑인의 피가 1/16만 섞여있어도 흑인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어머니보다 아버지가 그에게 영향을 많이 미친 것은 그 부분이 아닐까 한다.

이 자서전은 '잘나가는 흑인 중산층이 될 수 있었던(콜롬비아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오고 하버드 대학교 법학박사인)' 그가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 그가 시카고에서 활동가로 일하며 느꼈던 것 그리고 어째서 그런 일들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며 갈등하고 고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그가 꿈꾸는 것과 그 꿈으로 이르게 된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오바마를 알게 된 것이 이 책을 읽은 목적이기도 하고 큰 수확이지만 그에 반해 책 자체에 대해서 크게 할 말이 없다. '말로 하는 것보다는 직접 읽고 느끼는 것이 중요한 책'이라는 말로 리뷰를 대충 쓰는 것에 대한 궁색한 변명을 하겠다.


메모한 부분을 옮겨두는 것으로 부족한 내용을 때우려 한다.

하지만 어떤 시점에 가면, 예를 들어서 아이가 생기고 사립학교의 학비를 감당하면서도 이 도시에 머물 수 있을때, 혹은 밤에 지하철을 타지 않고 아무 부담 없이 택시를 탈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가 생길때, 혹은 집에 경비원을 따로 둬야겠다고 생각할때 자기가 내린 결정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말해서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다는 사실 그리고 이제 본래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자기가 어느 쪽에 서 있는지 알게 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모든 힘을 기울려서 중상 수준의 수입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지만" 미국의 주류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재능이나 행운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자기가 흑인 중산층이 되었다는 심리적인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 함정에 빠지면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최면에 걸려서 자기들이 다름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우리'대신 '나'와 '저들'이라는 말을 쓰며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들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한 말 가운데 많은 게 사실이야. 아우마, 우리 여자들은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왔지. 물고기가 있다고 쳐. 이 물고기는 새처럼 하늘을 날려고 하지 않아. 다른 물고기와 함께 헤엄을 치지. 사람은 자기가 아는 것만 알아. 만일 내가 요즘 세상에 태어났다면, 내가 살아온 삶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아마 내가 느끼는 감정에만 충실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에도 빠져들 거야. 하지만 내가 자란 세상은 그렇지가 않았어. 나는 내가 보고 자란 것들만 알 뿐이야. 내가 보지 못한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할 뿐이란 말이다.
(할머니가 오바마의 누나 아우마에게 한 말)


사실, 네가 흑인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예를 들면 옷이나 노래, 공을 뒤로 돌려서 하는 패스 따위를 네가 자유롭게 선택한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도 착각일 수 있다. 그런 것들은 기껏해야 도피처일 뿐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덫일 수도 있다. 이 미칠 것 같은 논리를 따르자면, 네가 유일하게 너 자신의 것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작게 쪼그라드는 것뿐이다. 그러다 보면 마침내 자기가 흑인이라는 사실이 무력한 패배자임을 뜻한다는 결론에까지 이르지. 그리고 최종적인 모순 앞에 서게 되는 거야. 만일 네가 이런 패배감을 거부하고 너를 포로로 혹은 죄수로 붙잡고 있는 사람들에게 대항한다면, 그들은 너에게 이름을 붙여줄 거야. 너를 또 다른 감옥에다 가두는 이름이지. 편집증 환자, 호전적인 사람, 폭력적인 사람, 깜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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