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온 윌리엄 모리스 - 그는 왜 디자인의 아버지인가
윤여경 지음 / 지콜론북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1. 내가 지콜론북 서포터즈가 됐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이렇게 물었다. ‘그게 뭔데?’ 그래서 디자인 관련 서적을 주로 내는 출판사라 했더니 너 디자인 관심 있어?’ 라고.

디자인이 뭐 대단한 건가 싶으면서도 질문에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나에게 디자인은 항상 생활에 존재하는 것, 일상적인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만 가지고 있을 뿐

적극적으로 어디서부터 디자인이 시작됐는지, 막상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2. 페이스북의 디자이너의 뻘짓이라는 그룹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올라온다.

디자이너들의 묻어두기 아까운 잉여로운 생산물,디자이너들만 알 수 있는 깨알같은 발견들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그룹. ”

이라고 그룹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올라온 사진을 보자.





















어색한 점이 뭔지는 알겠는데 내 느낌엔 글씨체가 이상하다그 정도.

디자인을 공부한 언니는 사진을 보며 부르부르 떨었다.ㅋㅋ

디자인이 뭐길래 사진 한 장으로 디자이너들을 떨게 만드는가.

 

3. 《런던에서 온 윌리엄 모리스에서 윤여경은 이렇게 말한다.

 

정리하면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보편예술이자 보편공예이다. 디자이너는 문제 해결을 위해 대안을 계획하고 직접 만들기도 한다. 디자인은 대량생산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실패의 가능성을 줄여야 하며, 이는 상당한 난제이다. 어려운 문제는 혼자서 해결하기 힘들어 디자인은 필연적으로 협업이 요구된다.”_193

 

이때 예술이 산업과 접목되면서 디자인이란 용어가 쓰이고 의미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디자인이 본격적으로 사회-경제의 문제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접근은 당시 유럽의 수많은 지식인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산업의 저변에 큰 영향을 끼쳤다. (...) 산업 생산과 기능에 적합한 형태와 예술양식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디자인은 자본주의 자유무역시대의 국가적 과제이자 예술분야가 부딪친 시대적 문제였다._35

 

말하자면 디자인은 예술의 갈래에서 산업적인 필요로 나타나게 되었으며 대량생산을 전제로 한다. 디자인의 설명에 대해서는 더 길게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건너 뛰자.

여기서는 윌리엄 모리스라는 산업시대 초기의 인물이 디자인 개념을 어떻게 확립하고 어떤 활동을 통해 대중에 확산시키려 했는지에 관한 것들이 설명된다.

 

특히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생활예술의 개념이다.

 

모리스가 보기에 생활예술전문예술과 달리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했다. ‘생활예술의 과정은 즐거운 노동이어야 한다. 그리고 즐거운 노동은 생활에서 쓰이는 물건들의 질을 높이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생활을 향하지 않는 예술은 민중과 괴리된 예술’, ‘즐거움과 괴리된 예술’, ‘노동과 괴리된 예술이다. 이런 주장은 예술의 자율성이라는 모리스만의 독특한 예술관으로 나아간다. 이렇듯 모리스는 생활예술의 부흥을 통해 전문예술을 개혁하고 시대의 종합적 예술양식을 만들려고 하였다._59

 

예술가는 일상생활로부터 유리되어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몽상에 사로잡혀 있다. (중략) 게다가 그것도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 이해하는 체하고 감동하는 시늉을 내고 있을 따름이다. (중략) 나는 소수를 위한 예술을 원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소수를 위한 교육도, 소수를 위한 자유도 원하지 않는다. -박홍규, 윌리엄 모리스 평전, 114”_66

 

모리스의 에코토피아는 생활예술이 노동으로서의 자연스럽게 실현되는 세상이다. 노동자가 추구해야 할 삶의 방향은 즐겁고 창조적인 예술적 노동이다. 예술적 노동은 어떤 것을 만들어(창조하여) 누군가에게 기여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존감을 갖는 활동이다.”_97

 

 

4. 사실 지금도 예술이나 디자인에 대한 대중의 태도는 사뭇 거리감이 있다. 내 친구들이 물었던 디자인에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에서도 느낄 수 있다.

 

나도 모리스의 이런 예술관에 동의한다. 2년 전에 홍대 앞에서 하는 거리미술전에 참여한 적이 있다. ‘홍대 앞 거리미술전은 예술의 고고함을 깨고 대중과 함께 즐기는 거리미술을 확산시키자는 정신으로 학생들이 주도하여 만든 축제다. 벽화는 축제 기간이 끝난 후에도 남아 있어서 꽤 유명하고, 축제 기간에는 참여미술, 설치미술, 영상, 공연 등 다양한 거리 예술 활동이 열린다.

거리미술전을 통해 여러 사람과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즐거웠지만, 사실 짧은 기간으로 끝나서 일회적인(일 년마다 열리기는 하지만) 축제의 성격이 강한 것이 아쉬웠다. 여전히 사람들은 예술을 어려운 것(어렵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느끼기에)으로 본다.

 

삶과 예술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아방가르드의 목적은 삶을 예술로 끌어들이려는 것이었다. 반면 모리스가 주장하는 생활예술은 예술을 삶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었다.”_186

 

익숙한 감각은 대부분 익숙한 감정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새로운 감각을 접하면 반드시 감각에 대한 숙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기존의 감정새로운 감정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리고 새로운 감정새로운 행동을 유발한다. 이런 감각에 의한 감정이 유발한 행동은 모두 보편적인 예술이라 볼 수 있다.”_186

 

예술을 일상에서 즐겨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 모두 예술에서 느끼는 즐거움일 수 있다. 그런데 예술은 미술관에서 보는 것, 우아한 행위일 것, 상류층의 문화일 것... 와 같은 암묵적 전제들을 여전히 느낀다.

 

5. 윌리엄 모리스는 생활예술을 부흥하기 위해 정치적으로나 학술적으로, 그리고 예술가 개인으로서도 노력했다. 하지만 사회를 바꾼다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모리스는 부와 사회적인 위치를 동원하여 자신의 신념을 이루는데 평생을 바쳤다. 가치관과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 평생을 자신과 싸워온 점이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나는 과연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생각도 조금 들었고.

 

6. 책은 윌리엄 모리스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을 아주 잘 정리했다. 또한 모리스의 디자인 관점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서, 이 시대 디자인의 확립과정과 모리스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윌리엄 모리스에 대한 자료가 별로 없었다는 얘기가 언급되는데, 인용되는 책이 주로 2권으로 정리되어서... 아쉽다. 그럼에도 모리스 관련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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