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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디자인 소셜 클럽 - 베를린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ㅣ City and Design 3
용세라 지음 / 지콜론북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1. 어떤 것과의 인연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꾸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과의 우연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베를린디자인소셜클럽의 저자 용세라는 어쩌다가 베를린에 가게 됐다고 말한다.
”어쩌다 베를린- 특별히 예전부터 독일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었다.
파리에서 지냈을 시절에도 독일에 놀러 간다는 친구들에게 왜 가느냐며
반문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_6
2. 독일하면 딱딱하고 규율에 최적화된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베를린에서 그래피티를 표현의 자유 안에서 관대하다는 사실이 놀랍다. 나도 누군가의 표현을 인정해주고 싶긴 하지만 그게 내 벽이라면 아주 많이 어려울 것 같다..ㅋㅋ
거리미술전을 할 당시, 벽화를 완성하기만 하면 새벽에 아무도 모르게 그래피티로 그림을 덮어버리는 사람들은 아직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건 정말로 그림을 완성하는 날 덮어버리는 치밀하고 소름끼치는 자들이었으므로!!!
“그래피티는 이곳에서 표현의 한 방식으로 인정받는다.
그래피티를 통해 그 메시지가 전달되기도 하지만 전혀 읽히지 않는 것들도 있는데,
그것들이 의도였든 아니든 자신을 표현하는 한 수단으로 베를린이라는 도시 전체를 이용한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_27
“베를린의 거리를 걷다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는 무서운 용모의 독일 경찰들과
전신 타투와 피어싱으로 무장한 홈리스 펑크족들과의 공존이 이상하리만큼 조화롭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칼같이 엄하게 다스릴 것 같은 경찰들이 펑크족들의 삶을 이해라도 해주는 듯한 뜻밖의 모습은
관대해 보이기까지 한다.”_85
3. 디자인교육
“반면에 암스테르담에서는 어떻게 디자인에 접근할 것인가와 같은 브레인스토밍이나 토론 위주의 수업이 많았어.
예를 들어, 책상을 하나 디자인하더라도, 디자인하기에 앞서
왜 책상이 디자인되어야 하는가부터 연속적으로 ‘왜?‘ 라는
질문을 통해 우리가 이것을 왜 디자인해야만 하는지,
왜 이러한 디테일이 필요한지를 토론하는 진행 방식이었어.”_168-169
-왜? 라는 건 정말로 단순한 질문이지만 그냥 멍 때리다보면 놓치기 쉽다.
“모든 것을 한국의 교육 시스템 문제로 돌리고 싶지는 않지만,
일정한 틀에 박혀 생각해오다 비로소 주어진 자유에는 적응할 시간이 우리 모두 조금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베를린에서 주어진 자유에도 어느 정도의 적응기간이 필요했는데,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나에게 주어진 자유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배울 수 있었다.”_66
“아이케: 하지만 늘 내가 꿈꿔왔던,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고 나를 개척하고 실험해 볼 수 있는 ‘대학생활’은 그곳에 없었어. (...)
사회가 변화하고 테크놀로지가 발전하고 의사소통의 방식도 바뀌어가는데 디자인 교육만 바뀌지 않는 것은 모순 아닐까?
과거를 계속 반복하는 것은 대학생이었던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교수가 된 후로 나는 학생들에게 ‘어떤 것이 맞고 어떤 것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지 않아.
그들 스스로가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야 하는 거니까.
그런데 한편으론 무엇이 맞는지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과거에 대해 알아야 하지만 그것들을 꼭 따를 필요는 없거든.
물론 나를 따를 필요도 없고 말이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 자신에 대한 이해야.”_282
-전공에 관계없이 교수들은 ‘어떤 것이 옳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런 관념을 깨기 위해 노력하시는 교수님도 계시지만,
저런 식으로 생각하는 방식을 배웠다면 좀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4. 콜라보레이션
책에서는 다른 작가와의 콜라보레이션에 관한 것이 정말 많이!! 나온다.
막상 어느 부분을 인용해야 할지 몰라서 아이케의 말만 인용해뒀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새로운 결과물에 대한 기대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한다고!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콜라보레이션이 진행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콜라보레이션을 하게 되면 수입분배부터 시작해서 그 디자인의 소유를 어떻게 하는가
등등 경제적인 문제들이 먼저 떠오른다. 어쨌거나 베를린에서는 콜라보레이션을 굉장히 장려하는 분위기.
“아이케: 나는 스스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사람인지라 모든 것을 다 잘하지는 못해.
그래서 주변에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을 두고 그들에게 배우며 함께 일하기를 원했어. (...)
스튜디오의 인턴십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한 번에 두 명의 인턴을 뽑는데 한 명은 기술이 좋은 친구를,
또 다른 한 명은 컨셉추얼한 친구를 뽑아. 그들은 같이 작업하기 시작해 몇 달이 지나면 서로에게 같이 배우게 돼.”_288
5. 흥미로웠던 포인트
“Q. 독일 학교에서는 그룹으로 작업을 굉장히 많이 한다고 들었어.
얼마나 자주 팀 작업을 하며, 그들이 이것을 선호하는 특별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해
박영은: (...) 독일의 사회민주주의, 즉 사회 전체의 이익을 개인의 자유나 권리보다 우선시하는 사상 때문에 독일의 학생들은 뭐든 같이하는 것이 혼자하는 것보다 이롭고 더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어.”_273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돼
아이케: 늘 너무 먼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기에도 벅차거든.
베를린에 온 후 아이케로부터 느낀 것들이 있다.
내가 재미있게 한 작업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같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본인을 채찍질하는 것, 조금은 무모해 보일 수 있는 것에 도전하는 것, 성과가 없었던 일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것.
그리고 기회는 늘 본인이 만들어야하며 책상에 앉아 마냥 기다린다고 그 기회가 본인을 찾아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_292
-망설임이 없을 것. 목표로 갈 수 있는 가능성들을 망설임으로 놓치지 말 것.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모든 이들에게!
“돈을 위해 하는 단순 작업들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 어차피 살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런 작업들은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들을 요리하는 것들처럼 단순 노동 같은 것이야.”_168-169
-돈과 하고 싶은 일의 관계를 이렇게 명료하게 정리하다니@_@!!
“Q.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누군지 궁금해. 어떤 디자이너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도 궁금하고.
Anne: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어렵기도 하고. 예를 들어서 정말 좋은 영화를 보고나면,
그 영화를 최고의 영화로 삼고 싶다가도 며칠 뒤에 다른 영화를 보면 또 바뀌니까.”_172
-누군가의 질문을 받으면 왠지 딱 맞아떨어지는 대답을 해야하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OO를 좋아해. 와 같이. 이렇게 대답함으로써 어느 정도 나 자신을 규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
그런데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니ㅋㅋㅋ Anne마음이 그냥 내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