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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디자인 소셜 클럽 - 베를린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City and Design 3
용세라 지음 / 지콜론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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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떤 것과의 인연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꾸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정말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과의 우연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베를린디자인소셜클럽의 저자 용세라는 어쩌다가 베를린에 가게 됐다고 말한다.

어쩌다 베를린특별히 예전부터 독일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었다

파리에서 지냈을 시절에도 독일에 놀러 간다는 친구들에게 왜 가느냐며 

반문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_6

 

 

2. 일하면 딱딱하고 규율에 최적화된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베를린에서 그래피티를 표현의 자유 안에서 관대하다는 사실이 놀랍다나도 누군가의 표현을 인정해주고 싶긴 하지만 그게 내 벽이라면 아주 많이 어려울 것 같다..ㅋㅋ 

거리미술전을 할 당시벽화를 완성하기만 하면 새벽에 아무도 모르게 그래피티로 그림을 덮어버리는 사람들은 아직도 

이해하기가 어렵다그건 정말로 그림을 완성하는 날 덮어버리는 치밀하고 소름끼치는 자들이었으므로!!!

 

그래피티는 이곳에서 표현의 한 방식으로 인정받는다

그래피티를 통해 그 메시지가 전달되기도 하지만 전혀 읽히지 않는 것들도 있는데,

 

그것들이 의도였든 아니든 자신을 표현하는 한 수단으로 베를린이라는 도시 전체를 이용한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_27

 

베를린의 거리를 걷다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는 무서운 용모의 독일 경찰들과

전신 타투와 피어싱으로 무장한 홈리스 펑크족들과의 공존이 이상하리만큼 조화롭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칼같이 엄하게 다스릴 것 같은 경찰들이 펑크족들의 삶을 이해라도 해주는 듯한 뜻밖의 모습은 

관대해 보이기까지 한다.”_85

 

 

 

3. 디자인교육

반면에 암스테르담에서는 어떻게 디자인에 접근할 것인가와 같은 브레인스토밍이나 토론 위주의 수업이 많았어

예를 들어책상을 하나 디자인하더라도디자인하기에 앞서 

왜 책상이 디자인되어야 하는가부터 연속적으로 ?‘ 라는 

질문을 통해 우리가 이것을 왜 디자인해야만 하는지

왜 이러한 디테일이 필요한지를 토론하는 진행 방식이었어.”_168-169

 

-라는 건 정말로 단순한 질문이지만 그냥 멍 때리다보면 놓치기 쉽다.

모든 것을 한국의 교육 시스템 문제로 돌리고 싶지는 않지만

일정한 틀에 박혀 생각해오다 비로소 주어진 자유에는 적응할 시간이 우리 모두 조금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베를린에서 주어진 자유에도 어느 정도의 적응기간이 필요했는데,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나에게 주어진 자유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배울 수 있었다.”_66

 

 

아이케하지만 늘 내가 꿈꿔왔던,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고 나를 개척하고 실험해 볼 수 있는 대학생활은 그곳에 없었어. (...) 

사회가 변화하고 테크놀로지가 발전하고 의사소통의 방식도 바뀌어가는데 디자인 교육만 바뀌지 않는 것은 모순 아닐까

과거를 계속 반복하는 것은 대학생이었던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교수가 된 후로 나는 학생들에게 어떤 것이 맞고 어떤 것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지 않아

그들 스스로가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야 하는 거니까

런데 한편으론 무엇이 맞는지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과거에 대해 알아야 하지만 그것들을 꼭 따를 필요는 없거든.

물론 나를 따를 필요도 없고 말이지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 자신에 대한 이해야.”_282

 

-전공에 관계없이 교수들은 어떤 것이 옳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런 관념을 깨기 위해 노력하시는 교수님도 계시지만

저런 식으로 생각하는 방식을 배웠다면 좀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4. 콜라보레이션

책에서는 다른 작가와의 콜라보레이션에 관한 것이 정말 많이!! 나온다

막상 어느 부분을 인용해야 할지 몰라서 아이케의 말만 인용해뒀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새로운 결과물에 대한 기대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한다고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콜라보레이션이 진행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콜라보레이션을 하게 되면 수입분배부터 시작해서 그 디자인의 소유를 어떻게 하는가 

등등 경제적인 문제들이 먼저 떠오른다어쨌거나 베를린에서는 콜라보레이션을 굉장히 장려하는 분위기.

 

아이케나는 스스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사람인지라 모든 것을 다 잘하지는 못해

그래서 주변에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을 두고 그들에게 배우며 함께 일하기를 원했어. (...) 

스튜디오의 인턴십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야우리는 한 번에 두 명의 인턴을 뽑는데 한 명은 기술이 좋은 친구를

또 다른 한 명은 컨셉추얼한 친구를 뽑아그들은 같이 작업하기 시작해 몇 달이 지나면 서로에게 같이 배우게 돼.”_288

 

 

5. 흥미로웠던 포인트

“Q. 독일 학교에서는 그룹으로 작업을 굉장히 많이 한다고 들었어

얼마나 자주 팀 작업을 하며그들이 이것을 선호하는 특별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해

박영은: (...) 독일의 사회민주주의즉 사회 전체의 이익을 개인의 자유나 권리보다 우선시하는 사상 때문에 독일의 학생들은 뭐든 같이하는 것이 혼자하는 것보다 이롭고 더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어.”_273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돼

아이케늘 너무 먼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해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기에도 벅차거든.

베를린에 온 후 아이케로부터 느낀 것들이 있다

내가 재미있게 한 작업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같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본인을 채찍질하는 것조금은 무모해 보일 수 있는 것에 도전하는 것성과가 없었던 일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것

그리고 기회는 늘 본인이 만들어야하며 책상에 앉아 마냥 기다린다고 그 기회가 본인을 찾아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_292

-망설임이 없을 것목표로 갈 수 있는 가능성들을 망설임으로 놓치지 말 것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모든 이들에게!

 

 

돈을 위해 하는 단순 작업들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어차피 살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런 작업들은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들을 요리하는 것들처럼 단순 노동 같은 것이야.”_168-169

-돈과 하고 싶은 일의 관계를 이렇게 명료하게 정리하다니@_@!!

 

 

“Q.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누군지 궁금해어떤 디자이너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도 궁금하고.

Anne: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어렵기도 하고예를 들어서 정말 좋은 영화를 보고나면,

그 영화를 최고의 영화로 삼고 싶다가도 며칠 뒤에 다른 영화를 보면 또 바뀌니까.”_172

-누군가의 질문을 받으면 왠지 딱 맞아떨어지는 대답을 해야하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OO를 좋아해와 같이이렇게 대답함으로써 어느 정도 나 자신을 규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

그런데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니ㅋㅋㅋ Anne마음이 그냥 내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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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의 즐겨찾기 2 - 23인 창작가의 공간과 시선 크리에이터 3
지콜론북 편집부 지음 / 지콜론북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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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보지 않아도 좋을 책.

즐겨찾기의 두 번째 책. 우리가 만날 즐겨찾기에 있는 모든 링크에 들어가 보는 것은 아니므로

이 책도 내킬 때마다 펼쳤다.

좀 두고두고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읽고 싶다. 

 

 

 

+“세상을 보는 시각은 저마다의 필터에 의해 걸러진다. 만일 그것을 시야라고 한다면 

우리는 각자의 취향 혹은 성향에 의해 세상을 보는 것인짇 모르겠다. 그래서 숫자나 암호가 

아닌 취향의 접점에서 산다는 건 끊임없이 컬렉션을 만드는 것과 같다.”_242

 

+“그렇다. 나는 지금 글쓰기 30+온라인 쇼핑 30이라는 세상 모든 에디터들의 업계 비밀을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업계의 비밀이 그리 부끄럽지도 않다. 쇼핑은 무엇보다도 취향의 행위다.”

업계의 비밀이 아니라 보편적인 사실이다... .

 

+you are what you eat, you are what you scrap.

어제 만난 언니는 무슨 얘기를 하다가 아티스트처럼’ 이라는 검은 책을 보여줬다당신은 당신이 보고 

듣는 모든 것이다자신을 만들어가자라는 내용.

you are what you eat는 오래된 속담으로 알고 있다언제나 수긍하게 된다그러니까 항상 좋을 것을 

찾아보고 느껴야지.

 

+작업실과 우리를 둘러싼 환경

어떤 작업을 하던 주의가 분산되는 편이다. 집중이 안 된다는 말. 집에는 너무 많은 읽을거리와 

정리할 것들이 있으므로 집중할 때는 카페로 나간다. 그런데 때때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책을 들추는 일이 중요하기도...

 

 

+작업실에 대한 로망은 누구나 있겠지만.. 마사코쿠보의 작업실을 보면 좋은 작업이 나올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창문을 열면 고시원 건물이 보이는데, 부럽다.

 


 


+어디선가 '와 이 작품 정말 괜찮네.' 라고 봤지만 출처는 몰랐던 것들이 작가들이 꽤 많이 나온다

(책 내용은 소개되는 작가를 중심으로 그들의 즐겨찾기 사이트를 소개한다. 서포터즈 모임에서 어떤 분이

지콜론은 신진 작가를 소개하고 서포터하는 느낌이 강해서 좋기도하고 아쉽기도 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주제나 내용을 중심으로 엮이기 보다는 작가 소개와 그의 말이 중심이 된다). 

또 크리에이터들이 소개하는 즐겨찾기에서도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들을 알 수 있어서 좋다.

관련해서 아이유의 모던타임즈와 에프엑스 일렉트릭쇼크 앨범을 얘기하자면.

두 사진 사이 연관성은 잘 몰랐고...

두 화보 모두 느낌이 좋고, 인물의 예쁨치를 최대한으로 찍어줘서 좋아했는데

같은 작가가 찍은 것이라 놀랐다. 취향은 솔직하다

 

+좀 다른 얘기. 크리에이터를 포함한, 자신의 작업을 보여주고 어필할 수 있는 사람들은 꾸준히 자신을 

홍보하고 작업을 업데이트 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한 것 같다. 이런 걸 누가 와서 보지 싶겠지만 이렇게나 

많은 즐겨찾기 리스트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누군가는 그걸 보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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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노트 :ook - Architectural Ingredients
피터 윈스턴 페레토 지음 / 지콜론북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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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을 받았을 때 모두 와아했다. 하드커버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에 동판처럼 넣어진 표지제목이 대단한 무언가를 담고 있을 것 같았다. 편집자님께 여쭤보니 지콜론북의 첫 하드커버 북이라고. 쭉 훑어보니 재미있어 보이는 그림이 많아 소장가치가 충분해 보였다.

 

디자인하는 과정 뒤의 숨겨진 진실들을 탐구하는 것-” -11

 

이 책은 건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 그보다는 디자인 뒤에 숨어있는 창조적인 과정에 대한 짧고, (대부분이 시각적이며) 매우 주관적인 기록이다. 어떻게 아이디어가 싹트고, 성숙되어 최종적인 디자인이 되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천재적인 디자이너들 뒤의 허구적 신화를 파헤치며, 하나의 생각을 해석하고 변화시켜 프로젝트로 만드는 과정을 때론 지저분하고 정리되지 않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 건축의 세계를 건물의 관점이 아닌 실제 공간을 디자인하는 과정 뒤의 숨겨진 진실들을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피터 윈스턴 페레토”_11

 

“‘:ook’은 내가 어떻게 디자인하느냐, 그리고 내가 디자인에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관한 책이다. 건물에 관한 책이 아니라 어떻게 건물이 구상되는가 하는, 말하자면 디자인 과정에 관한 책이며, 내가 어떻게 영감을 얻고, 내가 아이디어를 탈바꿈하기 위해 어떤 도구들을 추구하고, 왜 디자인이 팀워크이며 사람들이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하는가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실수와 실패, 그리고 긴 터널의 끝에 빛이 보이기까지 막다른 골목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_215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모든 관계자들에게 중요한 화두는 창조일 것이다. 혹은 영감으로도 표현할 수 있겠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언제나 그것들을 어떻게 생각해내는가의 문제인데, 영감을 떠올리게 도와준다는 많은 책들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보다는 이런 방법도 있단다하며 무책임하게 독자들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꼴 사나운 태도를 보였다.

 

이 책이라고 해서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책의 제목처럼 건축가가 자신의 작업을 하는 과정을 담은 기록을 보면서 나는 어떤 즐거운 힌트를 얻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의 비밀 노트를 훔쳐보는 것처럼 즐거웠다.

 

3. 이 책은 많은 얘기를 쏟아내지는 않는다. 많은 지면을 이미지가 차지하고 있고, 소제목도 단어를 툭 던져놓았을 뿐이다. 한편으로는 이미지에 대한 설명이 너무 적어서, 더 궁금해졌고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이 책에 대한 감상은 각자 다양할 것 같다.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는데 한번에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금 떠오르는 것은 아주 짧은 단상들이다.

 

4.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문과 한글 표기가 동시에 되어 있다. 왼쪽이 원문이라면 오른쪽은 한글 번역. 시간이 있다면 영어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게다가 꽤나 유려한 문체로 쓰였기 때문에 원문을 읽어봄이 좋다.

 

5. IMAGE

만들어진 이미지는 언제나 실망스럽기 마련이며, 지나치게 사실적이고 평면적이라는 모순적인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때가 아티스트가 개입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이다. (...)그들의 작업방식은 클릭과 ctrl, shift 키를 통해 명령하며 마우스를 움직인다.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아 이미지는 분산되고, 부숴지고, 왜곡되고, 변경되고, 조작되어 순간의 포착으로 거듭난다. 여기에 인문학적인 상상력이 캔버스에 추가되어 이미지가 살아난다. (...) 그들은 건축계 밖에서 좀 더 이치에 맞는 현실세계를 만들기 위해 유사세계를 만든다. 끝없이 긴 시간 동안 이미지를 흐릿하게 하고, 채도를 조절하고, 변형하고, 크기를 조절함을 통해 실제세계가 이미지라는 픽션에 맞게 탄생한다. 훌륭한 회화와 마찬가지로, 뛰어난 이미지는 감정과 공명하고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원초적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_35

 

이미지를 잘 설명하는 텍스트라고 생각됐다. 이미지는 그것이 실제에 가까운 것처럼 인지되지만 결국 아티스트에 의해(컨트롤, 시프트에 의한다는 표현이 와닿았다) 상상력이 더해서 만들어지는 세계다.

 

6. Inventory

건축가는 끊임없이 영감을 생성해야 하는데 이런 이유로 나는 잠재적인 아이디어의 기록인 사진을 찍는다. (...) 사진은 현재 거대한 삶의 파노라마를 통제하고 의미와 형태를 부여한다.

(...)편집하지 않으면 모든 것은 동등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거르는 작업을 통해서 아이디어의 우선 순위를 정하게 된다. (...) 과거의 관계나 연상이 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과거를 묘사하는 더 좋은 방법은 아이디어를 변형, 즉 이미 존재하는 상태의 변형으로서 논의하는 것이 될 것이다.

(...) 복사가 아닌 관찰은 영감을 찾는 것이다. 수많은 일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가끔씩은 레몬즙이 눈에 분사되고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본능을 두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_55

 

아이디어를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는 의견에 완전 동의. 내 친구는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올해부터 하루에 사진 한 장 찍기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조금 웃긴 것은 딱히 기록할만한 일상이 없더라도 꼭 남겨야 한다는 것. 매일 즐겁거나 남기고 싶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덕분에 그 친구 사진에는 집에서 생얼로 누워있는 사진이 꽤 많다(그 아이의 주장에 따르면 집에서 잉여인 채로 있는 모습도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편집하지 않으면 모든 것은 동등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고 하는데, 나는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업무를 위해 가치 순위를 매겨야하는 경우에는 편집이 필수적이겠지만, 항상 어떤 기록을 편집하고 나면 꼭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요즘에는 이런 것을 언제 활용할까 싶은 기록이나 사진이 넘쳐나서 조금 걱정이다.

 



증기탑/심천, 중국/자연적인 에어컨디셔닝”_66

사진은 평범한데 자연적인 에어컨디셔닝이라는 해설이 조금 웃기다. 저자는 이 사진을 보면서 어떤 다른 생각으로 이어졌을지 궁금하다.

 

7. Seoul

서울은 지루하다. 자크 헤르조그, 베니스 비엔날레 2012”

내가 서울에 이토록 매료된 것은 헤르조그가 서울에서 마음이 멀어진 것과 같은 이유다. 지루함이 영감을 주기도 하는가? 서울은 모순으로 가득 찬 도시다. 그 누구도 서울이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나는지 안다고 주장할 수 없다. (...) 서울은 유기체로서 성장한 도시이기에, 격자판에 짜인 도시계획이 존재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서울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하는 도시다.”_175

 

서울의 난잡한 도시계획을 유기체로 설명한 것이 재미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방식이다. 사실 내가 가진 서울의 이미지는 내가 항상 다니는 곳에 대한 기억일 뿐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항상 다니는 익숙한 풍경을 바라보며 지루하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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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온 윌리엄 모리스 - 그는 왜 디자인의 아버지인가
윤여경 지음 / 지콜론북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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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지콜론북 서포터즈가 됐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이렇게 물었다. ‘그게 뭔데?’ 그래서 디자인 관련 서적을 주로 내는 출판사라 했더니 너 디자인 관심 있어?’ 라고.

디자인이 뭐 대단한 건가 싶으면서도 질문에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나에게 디자인은 항상 생활에 존재하는 것, 일상적인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만 가지고 있을 뿐

적극적으로 어디서부터 디자인이 시작됐는지, 막상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2. 페이스북의 디자이너의 뻘짓이라는 그룹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올라온다.

디자이너들의 묻어두기 아까운 잉여로운 생산물,디자이너들만 알 수 있는 깨알같은 발견들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그룹. ”

이라고 그룹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올라온 사진을 보자.





















어색한 점이 뭔지는 알겠는데 내 느낌엔 글씨체가 이상하다그 정도.

디자인을 공부한 언니는 사진을 보며 부르부르 떨었다.ㅋㅋ

디자인이 뭐길래 사진 한 장으로 디자이너들을 떨게 만드는가.

 

3. 《런던에서 온 윌리엄 모리스에서 윤여경은 이렇게 말한다.

 

정리하면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보편예술이자 보편공예이다. 디자이너는 문제 해결을 위해 대안을 계획하고 직접 만들기도 한다. 디자인은 대량생산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실패의 가능성을 줄여야 하며, 이는 상당한 난제이다. 어려운 문제는 혼자서 해결하기 힘들어 디자인은 필연적으로 협업이 요구된다.”_193

 

이때 예술이 산업과 접목되면서 디자인이란 용어가 쓰이고 의미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디자인이 본격적으로 사회-경제의 문제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접근은 당시 유럽의 수많은 지식인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산업의 저변에 큰 영향을 끼쳤다. (...) 산업 생산과 기능에 적합한 형태와 예술양식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디자인은 자본주의 자유무역시대의 국가적 과제이자 예술분야가 부딪친 시대적 문제였다._35

 

말하자면 디자인은 예술의 갈래에서 산업적인 필요로 나타나게 되었으며 대량생산을 전제로 한다. 디자인의 설명에 대해서는 더 길게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건너 뛰자.

여기서는 윌리엄 모리스라는 산업시대 초기의 인물이 디자인 개념을 어떻게 확립하고 어떤 활동을 통해 대중에 확산시키려 했는지에 관한 것들이 설명된다.

 

특히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생활예술의 개념이다.

 

모리스가 보기에 생활예술전문예술과 달리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했다. ‘생활예술의 과정은 즐거운 노동이어야 한다. 그리고 즐거운 노동은 생활에서 쓰이는 물건들의 질을 높이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생활을 향하지 않는 예술은 민중과 괴리된 예술’, ‘즐거움과 괴리된 예술’, ‘노동과 괴리된 예술이다. 이런 주장은 예술의 자율성이라는 모리스만의 독특한 예술관으로 나아간다. 이렇듯 모리스는 생활예술의 부흥을 통해 전문예술을 개혁하고 시대의 종합적 예술양식을 만들려고 하였다._59

 

예술가는 일상생활로부터 유리되어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몽상에 사로잡혀 있다. (중략) 게다가 그것도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 이해하는 체하고 감동하는 시늉을 내고 있을 따름이다. (중략) 나는 소수를 위한 예술을 원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소수를 위한 교육도, 소수를 위한 자유도 원하지 않는다. -박홍규, 윌리엄 모리스 평전, 114”_66

 

모리스의 에코토피아는 생활예술이 노동으로서의 자연스럽게 실현되는 세상이다. 노동자가 추구해야 할 삶의 방향은 즐겁고 창조적인 예술적 노동이다. 예술적 노동은 어떤 것을 만들어(창조하여) 누군가에게 기여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존감을 갖는 활동이다.”_97

 

 

4. 사실 지금도 예술이나 디자인에 대한 대중의 태도는 사뭇 거리감이 있다. 내 친구들이 물었던 디자인에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에서도 느낄 수 있다.

 

나도 모리스의 이런 예술관에 동의한다. 2년 전에 홍대 앞에서 하는 거리미술전에 참여한 적이 있다. ‘홍대 앞 거리미술전은 예술의 고고함을 깨고 대중과 함께 즐기는 거리미술을 확산시키자는 정신으로 학생들이 주도하여 만든 축제다. 벽화는 축제 기간이 끝난 후에도 남아 있어서 꽤 유명하고, 축제 기간에는 참여미술, 설치미술, 영상, 공연 등 다양한 거리 예술 활동이 열린다.

거리미술전을 통해 여러 사람과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즐거웠지만, 사실 짧은 기간으로 끝나서 일회적인(일 년마다 열리기는 하지만) 축제의 성격이 강한 것이 아쉬웠다. 여전히 사람들은 예술을 어려운 것(어렵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느끼기에)으로 본다.

 

삶과 예술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아방가르드의 목적은 삶을 예술로 끌어들이려는 것이었다. 반면 모리스가 주장하는 생활예술은 예술을 삶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었다.”_186

 

익숙한 감각은 대부분 익숙한 감정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새로운 감각을 접하면 반드시 감각에 대한 숙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기존의 감정새로운 감정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리고 새로운 감정새로운 행동을 유발한다. 이런 감각에 의한 감정이 유발한 행동은 모두 보편적인 예술이라 볼 수 있다.”_186

 

예술을 일상에서 즐겨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 모두 예술에서 느끼는 즐거움일 수 있다. 그런데 예술은 미술관에서 보는 것, 우아한 행위일 것, 상류층의 문화일 것... 와 같은 암묵적 전제들을 여전히 느낀다.

 

5. 윌리엄 모리스는 생활예술을 부흥하기 위해 정치적으로나 학술적으로, 그리고 예술가 개인으로서도 노력했다. 하지만 사회를 바꾼다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모리스는 부와 사회적인 위치를 동원하여 자신의 신념을 이루는데 평생을 바쳤다. 가치관과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 평생을 자신과 싸워온 점이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나는 과연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생각도 조금 들었고.

 

6. 책은 윌리엄 모리스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을 아주 잘 정리했다. 또한 모리스의 디자인 관점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서, 이 시대 디자인의 확립과정과 모리스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윌리엄 모리스에 대한 자료가 별로 없었다는 얘기가 언급되는데, 인용되는 책이 주로 2권으로 정리되어서... 아쉽다. 그럼에도 모리스 관련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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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뉴욕은 어떤 곳입니까 - 개인적이고 보편적인 뉴욕 크리에이터 이야기 City and Design 2
이우진 지음 / 지콜론북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1. 어떤 사람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지역 정체성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대학 신입생 때는 이름을 묻고 어디에서 왔냐고 묻는 게 정석이었다. 처음 만나서 하는 질문이 뭐 다 그렇지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의 정체성을 밝히기 위한 첫 번째 질문이 된다는 것은 그것이 꽤나 중요한 정보라는 뜻이겠지. 그래서 나는 아버지가 쌀농사를 하시느냐, 도자기 만드는 장인이시냐, 뭐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런 정체성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에서도 느꼈다. “홍대에서 온 홍대광”은 나름대로 라임이 맞을 뿐 아니라 그 가수의 분위기가 실제로 홍대에서 자주 듣는 것이라... 그 가수를 인식할 때마다 홍대가 생각나고는 했다.

 

 

2. “당신에게 뉴욕은 어떤 곳입니까”의 배경은 당연하지만, 뉴욕이다. 뉴욕에 대한 나의 인상은 일반인들이 으레 떠올리는 그 정도다. 옐로우 캡과 고층 빌딩들, 맨하튼, 월스트리트, 세련된 뉴요커...와 같은 빈약하고 모호한 이미지들. 그래서 이 책이 뉴욕 크리에이터의 이야기라고 했을 때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원래 도시가 갖는 느낌을 좋아하지 않고, 뉴욕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라 하면, 뉴욕에 정착하기까지의 치열한 분투기+입사 후 겪는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고민+미국에 사는 사람들이 가진 특유의 자신만만함&사실은 내자랑임ㅋ 에 대한 얘기가 되지 않을까... 하며 읽었지.

음, 근데 역시 지콜론북의 매력은 바로 이거지, 싶었다. 디자인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디자인을 진심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말투나 생각을 그대로 잘 표현(편집과 디자인에 있어서)해서, 왜, 누군가의 얘기가 너무 진솔되고 사랑스러울 때 내가 느끼는 만족감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책을 딱 덮었을 때 싹 미소가 지어진다고 할까... 제대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여튼 난 지콜론북을 접하면서는 그런 느낌을 항상 받았다.

다만, 디자이너의 생각을 전달하는 편집 방식이 유기적이지 않고, 낱낱의 메모장을 보는 것 같아서 책의 전체적인 구성에 있어서는 조금 아쉽지 않은가 싶다. 좀더 깊게 얘기해줬으면 하는 주제에서는 말을 너무 아껴서 ‘읭, 이게 다야?’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으니까.

그럼에도 도시와 디자인, 크리에이터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우진 디자이너의 개인적이고 보편적이라는 뉴욕생활기와 이름만 대도 알 법한 크리에이터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고민을 보여주는 방식은 인상적이었다.

 

3. 본문 중에서 재미있게 느꼈던 부분은 조지로이스와의 대담이다.

 

“당신이 남자건, 여자건, 블랙이건, 히스패닉이건, 인디언이건, 아시안이건, 게이이건, 레즈비언이건, 그리고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 간에, 그것이 바로 당신이고 그런 당신에게 자랑스러워하라고. 이름을 바꾸지 말라고, 당신이 가진 악센트를 바꾸지 말라고, 그리고 당신을 성장시킨 당신이 가진 문화를 바꾸지 말라고, 겸허한 것을 절대로 폄하하지 말라고. 그리고 부디 당신 스스로가 되라고. 그런 당신이 결국에 이 세상에 진실을 알리게 될 거라고.” -조지로이스 <Damn Good Advice>

 

이 부분을 월간 지콜론에서 읽고는 격하게 공감해서 원서까지 찾아읽으며 가슴에 품으려 했다. 한창 내 정체성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인가... 하는 멍상의 시간을 보냈던 때였는데, 조지로이스가 ‘괜찮아, 그게 다 너야. 넌 재능있어. 자신감을 가져! 널 거부하는 세상에는 가운데 손가락을 날려주는 거야.’ 라고 말하는 것 같아 얼마나 기뻤는지...

그런데 저자가 조지 로이스와의 인터뷰 중 한 이야기는 꽤나 달랐다.

 

“난 다른 나라에서 디자이너는 못할 것 같아. 언어는 그렇다 쳐도 문화를 모르니까 누가 내 작업을 가지고 문화를 이야기한다면 내가 뭐라고 답변할 수 있을까......”_330쪽

 

아, 당신 문화에 자신감을 가지라고 뉴욕 악센트로 말하던 크리에이터는 이렇게 말을 흐렸다. 그 역시 뉴욕에서 작업하는 뉴요커였기 때문에 이렇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이었나. 크리에이터에게 도시와 문화란 사실 물 밖에서는 엄청난 굴레이자 피해의식의 시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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