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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고양이 알퐁소 -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이야기 1
마르셀 에메 지음, 최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면 제아무리 '마르셀 에메'라 할지라도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게다. 이미 세상을 어찌해보겠다는 알팍한 책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고, 뻔하디 뻔한 교훈이 내장된 글들에 속아 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이젠 '세상','아름다운'이라는 말들에서 상투적인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와같은 생각을 한 누군가가 있다면 한번만 속는 셈치고 에메에게 다가가 주길 바란다.
여기서는 말라 비틀어진 인간의 말이 아닌 물기 가득한 동물들의 행동으로 정말 세상이 아름답게 바뀔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안겨 주기때문이다. 나는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에 대한 에메의 기발한 시선들에 연발 감탄사를 올리며 상상력이 얼마나 큰 무기가 되는가에 무척 흥분되어 있다.
이야기 속에서 델핀과 마리네트는 드레스를 만들고 싶지만 결국 늘 행주감침질을 하는 자매로 매번 이야기 속에 등장하나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장님이 아니였다가 다시 장님이 되는 개, 장님이 아니였다가 장님이 되고 다시 장님이 아닌 고양이, 사과씨 한알과 맑은 물 한 모금을 먹으며 다이어트를 하는 돼지, 철학하는 흰소, 놀이하는 붉은소, 늑대가 아니고픈 늑대, 더이상 어리석지 않은 당나귀'등 일련의 동물들이다.
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물의 수식어를 보면 온통 상상의 옷을 입고 있다. 책의 이런 점으로 에메가 전하고 싶은 세상을 바꿀만한 무언가를 찾기위해 억지로 눈을 부릅뜨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책장을 넘기는 순간 눈이 아닌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전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