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언제 읽었나 하도 가물가물하여 책장에서 꺼내 왔다.  첫장에 2005년 5월 10일 이라고 써 놓았다.  내가 학교 도서관을 맡아서 하고 있을 때였다.  경험도 없는 새내기 2년차 교사에게 신설학교에서 도서관 정비를 떠 안기다니... 내참... 그러나 그 무렵 열정과 의기만은 차고 넘치는 겁없는, 그리고 한 때 사서가 꿈이었던 나에게는 배움의 또다른 도약이었다. 진정한 고수 송승훈 샘의 연수를 학교도서관 담당자로서 처음 듣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도서관과 독서 교육에 관한 책들에 깊이 빠져 있었다.  이 책은 그렇게 나에게 왔다.  그 때는 딸아이가 없을 때라 그저 교사로서 공감하며 끄덕이고 밑줄 그었는데...  지금은 엄마로서 전혀 다른 글을 읽는 듯 한구절 한구절이 모두 내마음 같아 가슴으로 와 박힌다. 

p52 도서관은 한 사람의 영재를 키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만인을 위해 있으면서 개개인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능력에 따라 다르게 찾아 소화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알려준다. 내 것이 아니기에 사회 속에서 함께 커가고 있다는 것을, 함께 하는 세상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준다(13. 책을 소유하게 하지 말고 책의 내용을 소유하게 하라)

   주은이는 작년 2월부터 북시터 선생님과 함께 책을  읽고 있다. 처음 넉달은 집에서 천천히 선생님과 놀면서 책을 접하다가 6월부터 매주 일요일 도서관에서 선생님을 만나고 있다. 이 글은 만 4살(33개월)도 안된 우리 딸이 처음 선생님을 만나던 날, 북시터샘이 써 주신 글이다. 새삼 그 귀여운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오늘이 주은이를 만난 첫 날이네요. 책의 거부반응은 없었지만 집에서 하는 수업이라 많이 돌아다니고 아직은 제가 낯설어 엄마 아빠를 많이 찾기도 했습니다. 그런 반면 공룡도 좋아하고 정도 많은 거 같아요. 헤어질 때 헤어지기 싫어해서 당황했고 울음 소리가 아파트 복도에도 들려서 마음이 아팠어요. 이쁜 주은이랑 다음주에 또 만날을 생각하며 앞으로 책놀이하며 재밌는 시간 보내겠습니다.   (아이의 행동 반응: 자꾸 돌아다님) ㅋㅋㅋㅋㅋ 당연한 것을...

   오로지 딸아이와 함께 보낸 15개월을 뒤로 하고, 나는 학교로 돌아갔다. 책 읽어주는 것에 더욱 정성을 쏟게 된 계기는 오랜만에 돌아가 정신없이 보낸 학교 생활을 한 학기 마치면서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좋은 엄마와 좋은 선생님과 좋은 아내가 모두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적어도 나에게는 나의 능력으로는 숨차고 벅찬 일이라는 것을 조금씩 인정하고 있을 무렵에 시작된 일들이다. 책과 함께하는 좋은 습관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아이에게 선물하자는 것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은 꼭 가족이 함께 가는 도서관을 꿈꾸자는 것이다.  

지금... 다행히 이것만은 딸아이에게 지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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