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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국내 유일 명화 104점 수록 완역본) - 명화와 함께 읽는, 고대 그리스어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65
호메로스 지음, 페테르 파울 루벤스 외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4월
평점 :
"인류 최초의 블록버스터" <일리아스>에 이어
"인류 최초의 로드 무비" <오디세이아>를 완독했다.
("인류 최초의~"는 출판사에서 붙여 놓은 수식어임을 밝힌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약간의 시차를 두고서 전쟁과 귀향을 그리는 각각의 이야기로 보기 보다는
사실상 이어지는 두 권을 관통하는 발단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책 뒷 부분의 <해설>이 매우 도움이 된다.)
아킬레우스의 아버지가 될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여신 에리스로부터 시작된 여신들의 다툼이,
메넬라오스의 아내였던 헬레네가 파리스와 함께 트로이아로 도망가게 되는 결과를 낳았고
그렇게 전쟁이 발발하고, 영웅들이 죽고, 전쟁이 끝나
오디세우스가 온갖 역경을 겪어내며 10년 만에 귀향하는 이야기가 된 것이다.
<오디세이아>는 주인공이 어떤 이유로 집을 떠나
온갖 모험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긴 여정을 그린 숱한 이야기들의 고전이다.
어릴 적 보던 만화영화들도 떠올려보면 인물과 배경이 다를 뿐
기본적으로는 오디세우스 못지 않은 모험을 그린 것들이 많다.
(꼬마자동차 붕붕, 별나라 손오공, 미래소년 코난,, 진짜 옛날 만화들..)
돌아온 주인공들은 더 이상 옛날의 그가 아니라는 것도.
어린 나는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날 만화가 종영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안도를,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느꼈었다.
큰 그림으로 보면 인생 자체가 오디세우스 못지 않은 모험이다.
내키지 않는 모험의 순간은 도처에 널려 있고
현명하게, 때로는 어리석은 대처(오디세우스 조차도)를 하면서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 어딘가에 도착할 나는
오늘 지금의 나와도 다를 것이다.
<오디세이아>는 오기기에섬의 칼립소에게 무려 7년이나 억류되어 있는 오디세우스를
신들이 귀향시키기로 결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헥토르의 장례식으로 끝난 <일리아스>부터
<오디세이아>가 시작되기 전의 이야기는 생략되어 있다.
트로이 전쟁 막바지에 아킬레우스가 파리스의 화살에 맞아(발뒤꿈치) 숨을 거두고
그리스 군이 그 유명한 목마를 제작해 성안으로 들여보내는 데 성공한다.
트로이 함락 후 헬레네는 메넬라오스에게 돌아가고
그리스 군대도 뿔뿔히 흩어져 귀향하지만
오디세우스는 포세이돈의 미움을 받아 온갖 고생을 하면서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영화 <오디세이>를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책을 읽어서
나름 생생한 비교가 가능했는데, 영화 자체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글에서 묘사된 오디세우스의 모험과 이후 구혼자들을 처단하는 장면들이
꽤나 충실히 화면에 담겼다는 데 다시 한번 감탄했다.
물론 생략된 부분이나 각색된 장면도 있지만,
(예: 키클롭스가 말을 할 줄 안다. -0-,
그리고 개인적으로 영화보다 책이 더 잔인, 끔찍했다.)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다루고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재현했다는 점은
책보다 영화가 더 뛰어난 부분이다.(감독이 완벽주의자!)
책에서는 사건이 시간 순으로 나열되지 않고
음유시인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나,
오디세우스가 파이악스인들의 나라에서 회상을 하는 형식으로 전개 되기 때문에
책 앞에 실려 있는 지도를 잘 참고해야 하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영화에서는 아테나 여신이 오디세우스 내면에 존재하는
죄책감과 양심을 비추고 일깨우는 역할처럼 나오는데,
책에서는 내내 오디세우스(그리고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도와주며
자주 인간의 모습으로 개입한다.
"필로스 아테나께서는 그의 곁에 가까이 머물며 노골적으로 도우셨지.
신들께서 인간을 그렇게 대놓고 아끼며 사랑하시는 걸 나는 지금껏 본 적이 없다네."(p.85)
어떤 신에게 미움을 받고, 어떤 신의 도움을 받는지 잘 알고 있는 오디세우는
이런 말을 한다.
"대지가 기르고 대지 위를 숨 쉬며 다니는 모든 것 중에 인간보다
더 약한 존재는 없소. 신들께서 모든 일을 잘되게 해주시고
무릎을 잘 움직일 수 있게 해주시는 동안
사람들은 자기가 나중에 재앙을 겪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소.
하지만 축복받은 신들께서 재앙을 안겨주시면,
자기 뜻을 거슬러 찾아온 그 재앙을 어쩔 수 없이 견뎌내야 하오.
이 땅 위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마음은, 신들과 인간의
아버지께서 그들에게 내리시는 운명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오.
나도 한때는 반드시 사람들 가운데서 복을 받고 부자가 될 줄 알았소.
하지만 나는 아버지와 형제들을 믿고 내 힘과 강함에 기대어
못된 짓을 많이 했소. 사람이라면 절대로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
안 되고, 신들께서 무엇을 주시든 묵묵히 받아들여야 하오."(p.480)
신들이 인간의 운명을 살피고 있으며 그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인간으로서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편 신의 입장을 들어보자면 제우스는,
"아, 한심하게도 필멸의 인간들은 툭하면 신들 탓을 하더이다.
재앙이 신들에게서 비롯되었다 하나, 실상은 그들의 경솔함으로
악을 행하여 운명을 넘어선 고통과 괴로움을 겪는 건데 말이오."(p.31)
그러니, 필멸의 인간과 신의 말을 종합하면
신들이 인간의 운명에 개입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이치에 맞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 아닐까.
오디세우스도 완벽한 인간이 아니다. 경솔하고 무모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순간에 대한 책임을 묵묵히 해 나간다.
영화에서 감동적인 대사로 많이 언급되는
"Give up the fight. Give up the control, and live."는
맞서려 하지 말고, 통제하려 하지 말고, 그저 살아가라는 뜻이다.
영화를 보고 잠깐 먹먹했었는데,
필멸의 인간으로서 느끼는 허무함, 뭔가를 채우고 싶은데 채울 수 없을 거라는 느낌,
그리고 그게 인간이고, 인간의 삶이 그런 것이니 받아들여야겠다는 체념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체념은 수동적인 포기가 아니라, 내게 주어진 것들 안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것.
어쨌든 우리는 도착한다.
우리는 이 여정이 끝나면 어디에 도착하려는 것일까.
도착지는 다 다르겠지만, 그 곳에 이르렀을 때 나는 어떤 인간이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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