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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 1 -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김성범 / 미컴 / 199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오감도를 통해 시작된 '이상'에 대한 나의 관심을 증폭시킨 책이다. 이상은 '오감도'를 비롯한 많은 난해한 시들을 남겼는데, 이 책은 그 시들 중 '건축무한육면각체'라는 시를 통해 일제시대부터 시작 된 미스테리한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았다. 별로 좋은 평을 받지 못했던 영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의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소설이지만, 영화와는 내용면에서 뛰어난 점들이 수도 없이 존재한다.
나는 영화를 먼저보고 이 책을 접했었다. 영화 광고를 보고 '오랜만에 정말 보고 싶은 영화다!'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정작 영화를 감상하고 나서는 정말 실망했다. 설정은 좋았는데, 이야기도 좀 억지스럽고, 장면 연결도 자연스럽지 못하고, 거기다 이런 영화에 으레 받쳐줘야할 특수효과조차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괜히 봤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그 후, 그 영화에 대해서는 잊고 있다가 어느날 서점에 갔다가 이 책이 보게되었다. '원작 보다 잘 된 영화 없다.'라는 말이 갑자기 생각났고,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대부분 상영시간 제한 때문에, 원작의 많은 부분을 삭제하기도 하고 아예 엉뚱하게 바꾸어 버리기도 한다.) 어쩌면 이 책은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여러 사실들을 보여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그에 더해 '오감도'로 인해 시작된 나의 '이상'에 대한 관심도 이 책을 사게 된 동기가 됐다.
그렇게 해서 구입하게 된 책...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짜임새 있고, 탄탄한 구성에 영화보다 더 뛰어난 설정들... 영화와는 전혀 다르지만, 개성있고 멋진 등장인물들... 그리고 '건축무한육면각체'에 대한 사실적인 해석... 그리고 작품 전체에 흐르는 주제 -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사실,영화를 보고 내가 제일 불만이었던것은 '시'에 대한 해석이었다. 전혀 아귀가 맞지 않는 해석 들만 늘어놓고서,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영화는 정말 실망이었다. 너무 허무하게 끝나 영화가 말하려는 '주제'가 너무 흐려졌었다. 하지만, 책은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스럽게,사실적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거기다 '시'는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라는 이 책의 전체 '주제'를 나타내는 도구로서도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해내었다.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공포소설 같기도 하며, 거기다 역사소설 같은 분위기에... 탄탄한구성... 사실적인 이야기... 멋진 등장인물들...모든 요소들이 1권 첫장부터 2권 마지막장까지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멋진 소설이다.
영화가 완전히 실패해버렸기 때문에... 이 책은 그다지 많이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못하고 묻혀져버렸다. 이런 멋지고 훌륭한 소설이 묻히다니... 참 안타까운일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