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국의 딸들 - 나남창작선 29 나남신서 105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그녀는 위대한 작가다.

지금 토지를 읽고 있지만

처음 읽었던 장편 태백산맥만큼 강렬하지 못하다.

그러면서도 토지가 위대하다라는 생각을 하는 건

일제 시대 한 많은 민중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특정 시대가 아닌 소설 속이 아닌 바로 옆에서 일을 겪은 듯

소설과 독자를 긴밀히 연결 시켜 준다는 점에서다.

 

이 소설 김약국의 딸들은 책꽂이에 오래도록 꽂혀 있었다.

그저 오래된 소설이니까 재미없을꺼야란 멍청하고 게으른 속성-한국문학은 줄거리 있으니까 뭐- 때문에

진흙 속에 묻혀 있었던 셈이다. 그러다 토지에 도전하게 되었고

박경리의 소설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묘한 매력에 빠져들다가

교회 학생이 빌려달라는 말에 이 책을 뽑게 된 것이었다.

 

우선 이 소설과 토지의 공통점은

동네에서 들리는 소문과도 같다는 느낌이다.

'저기 누구네 집에 00일이 있었데 ' 라든가 '누구 누구네 둘째 아들이 서울에서 00하고 있데' 와 같은 친밀함이 있다.

먼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의 이웃이 당한 것처럼 이야기는 가깝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당연히 항일 운동이 중심이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물론 학생운동과 독립운동에 몸을 바친 인물들이 등장하긴 한다.

하지만 여기서 박경리는 한 집안의 흥망과 몰락을 그 시대에 몰락한 조선처럼 그려냈다.

김약국의 가슴 아픈 개인사로 시작되는 소설은

그의 딸 용숙, 용빈, 용란, 용옥, 용혜의 비참한 삶을 통해 비장미를 완성한다.

말이 없고 생각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김약국은 조선 선비 그 자체다.

용숙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재물 탐닉적인 과부다.

용빈은 제일 애정이 가는 캐릭터다. 그 시대의 전형적인 신여성으로

사랑에 실패하고 집안이 몰락해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나약하면서도 집안의 기둥의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용란은 말 그대로 날라리다. 집안의 골치거리면서 마지막엔 집안의 몰락을 자초하는 문제아적 인물이다.

용옥은 외유내강의 인물이다. 말이 별로 없고 집안일을 묵묵히 하며 신앙으로 모진 세월을 견디내다 비극적인 사고로

생을 마감하는 안쓰러운 인물이다.

용혜는 김약국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막내딸이다.

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지막이 이처럼 비참할 줄은 몰랐다.

대개의 소설처럼 힘들면서도 견뎌내고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동네 카더라~~ 통신처럼 이야기를 읽다 마지막 몇 장은 너무나도 불쌍해서 눈물이 날뻔 했다.

박경리는 일제시대의 암담한 시대의 현실과  한 가족의 비참한 가족사를 잘 대비시킨 듯 하다.

마지막까지 남아 견뎌야 했던 용빈의 떠남을 통해 비극은 끝이 나지만

쉽게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경상남도 통영의 토속적인 색채와 비장미가 두드러진 김약국의 딸들.

꼭 읽어봐야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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