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바다 - 정한아

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젊은 작가들이 좋다.

시대에 민감했던 시대의 소설들은 정말 훌륭한 작품이지만

읽고 있으면 우울해진다.

그래서 일본 소설이 그렇게 인기를 끈 것은 아닐지..

하지만 요즘 젊은 작가들의 등단은 정말 시원한 샘물 같다.

그리 많은 작품들을 접해보진 않았지만

이런 젊은 작가들의 등장이 한국문학에 새 활로를 열 것이란 생각이다.

 

달의 바다...

요즘을 사는 젊은이라면 두 다리 건너 하나 쯤?? 은 해보았을

재수, 삼수를 거쳐 사수 한 주인공.

소위 실패한 젊음이다.

나도 그 젊은이에 속해 서로를 위로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고모.

주인공의 어린시절 선망의 대상이었던 멋쟁이 여성.

그녀는 홀연히 임신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우주 비행사가 된다.

그 소식은 오직 할머니에게 비밀리에 온

편지를 통해서 주인공에게 전달된다.

주인공은 할머니의 뜻에 따라 성정체성을 안고

있는 친구와 미국으로 고모를 찾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만난 고모와 그녀의 삶.

그리고 편지와 현실.

그리고 귀국.


난 이 소설을 읽으며 이상과 현실을 생각했다.

등장인물들은 늘 달에 시선이 가 있다.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할머니의 달은 고모였고

주인공의 달은 언론고시의 합격이었고

성정체성의 남자는 여자가 되는 것이 달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만난 고모는 편지의 내용대로라면

달에 이미 도착한 우주인이었다.

 

나도 되고 싶은 것이 있다.

나에게도 달이 있다.

나도 늘 달을 바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왠지 달을 볼 수만 있었지

갈 수는 없었다.

이것이 이상과 현실의 차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

나의 달을 볼 때면 그렇게 눈시울이 화끈거려

달의 바다가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산다는 건 참 이상한 일이다.

산다는 건 참 억울한 일이다.

가고 싶은데 갈 수 없는 곳이 있으니 말이다.

눈에 보이는데 그 곳에 설 수 없으니 말이다.


어쨌건 주인공은 고모를 만나고 온 후

언론고시를 포기하고 집에서 하는 이대갈비로 출근한다.

내 짧은 생각으론 작가의 생각을 다 알 순 없지만

작가는 현실 때문에 이상을 이룰 수 없다를 말하기보단

달은 달대로, 달에가기 위한 시간, 달을 바라보며 사는 삶들도 아름답지만(고모)

현재의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주인공)

 

작가가 처음 시작한 말처럼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요? 그건 사실 끔찍하리만치 실망스러운 일이에요.

희미하게 반짝거렸던 것들이 주름과 악취로 번들거리면서 또렷하게 다가온다면 누군들 절망하지 않겠어요.

세상은 언제나 내가 그린 그림보다 멋이 떨어지죠. 현실이 기대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일찍 인정하지 않으면

사는 것은 상처의 연속일 거예요. 나중엔 꿈꿨던 일조차 머쓱해지고 말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