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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스노볼 1~2 (양장) - 전2권 ㅣ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평점 :
창비에서 기획한 소설Y의 세번째 작품이기도 한 <스노불>을 난 대본형태의 가제본으로 처음 접했다. 생존게임과 미래사회에 대한 해시태그만으로는 유추하기 힘들었던 소설의 내용은 이어서 등장한 헝거게임, 설국열차, 트루먼쇼 등으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고 그렇게 책장을 처음 넘기기 시작했다.
이백년전에 갑작스럽게 시작된 혹한기에 세계경제가 무너지고 정부마저 무너지고 결국은 국가라는 개념이 희미해졌다는 배경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평균기온 영하41도의 세상에서 '이본'이라는 부자 가문의 여자는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방법으로 세상의 균형을 이룬다고 선언하며 이 땅에 '스노볼'을 만들었다.
춥고 어둡고 힘겨운 바깥세상과 달리 따뜻하고 쾌적한 '스노볼' 세상은 '액터'들에게만 허락된 공간이다. 액터들은 자기 삶을 24시간 촬영하여 타인에게 공개하는 대신 특권을 누리고 바깥세상의 사람들은 액터의 삶을 보며 세상을 유지하기 위한 전기를 생산한다.
바깥세상에서 전기생산에 일조하고 있는 열일곱살 '전초밤'은 스노볼 세상의 최고 인기 액터인 '고해리'를 동경하지만 액터의 삶을 편집하는 디렉터라는 꿈을 꾸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전초밤은 고해리를 대신하여 고해리의 삶을 살아갈 기회를 얻게 된다.
자신이 살던 세상과 너무도 다른 스노볼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던 전초밤은 고해리처럼 보이기 위한 연기를 하며 그 세상에 적응해나간다. 하지만 스노볼 세상은 '가장 평화로운 방법으로 세상의 균형을 이룬다'는 이본 미디어 그룹의 선언과 다른 문제점이 발견되기 시작한다.
책을 읽으면서 다른 작품들이 떠오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거라 생각한다. 특히 이 영화를 보면서 앞서 말한 '트루먼쇼'와 '설국열차'는 물론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가 떠올랐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함께 태어나기 이전부터 결정된 계급이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아직 읽지 못한 분들이 계실까봐 깊이 있는 스포는 배제하겠지만 출생의 비화, 권력층의 비밀, 계층간의 갈등, 거듭되는 반전이라는 재미 요소는 아침드라마급 막장의 필수 재료이지만 이것을 이렇게 버무리고 다듬어서 영화같은 소설로 만든 것 또한 작가의 역량이라는 생각에 감탄이 나왔다.
게다가 주인공 전초밤이 너무 영웅처럼 그려지지 않은 점도 좋았다. 적당히 나이 때 여자 청소년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억지스럽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녀가 처한 상황고 환경 때문에 이어서 나온 행동의 결과도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전초밤과 함꼐 등장하는 차설, 이본회, 차향, 배새린, 전온기, 조미류 등의 인물들의 캐릭터도 세밀하게 설정해 놓은 것도 이 책을 보는 재미를 배가 시켰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이 두권이나 있음에도 지루하지 않다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다만, 분명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풀어놓은 이야기들이 꽤나 많은데 모두 마무리 하지 못하고 급하게 마무리하는 느낌이나 통쾌함은 있지만 권선징악 형태의 뻔한 결말이 눈에 보인 것도 아쉬움이 남았다. 팽팽한 긴장의 끈을 계속해서 잡고 있다가 한번에 내려놓은 듯해서 그런 듯 하다.
기회가 된다면 이 소설의 속편이 나오길 바래본다. 전초밤의 시선이 아닌 이본회의 입장에서 말이다. 그러면서 스노볼의 세계관을 유지하면서 '해리포터'나 '마블'처럼 그 영역이 확장되는 한국판 블록버스터 소설이 지속적으로 발간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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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창비'에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당신들은 신이 아니에요, 남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 대단하지 않다고요. 당신들은 남에게 고통을 줘서도 안 되고, 당신들이 누군가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는 착각도 제발 버려요. 그건 당신들이 남의 영혼을 제멋대로 휘저을 핑계밖에 되지 않으니까. - P421
이로써 우리의 탄생 목적이 사라졌다. 나를 기다리는 위대한 인생 계획과 화려한 수식어도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두려움 속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했다. 내일이 기다려지기까지 했다. 내일의 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허상을 흉내낼 필요도, 나의 존재를 숨길 필요도 없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내일의 다음 날도, 그 다음 날의 또 다음 날도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가슴 뛰게 했다.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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