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는 마음
김유담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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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는마음 #김유담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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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 두고 읽어야지 생각했던 책 한 권은 첫장을 펴기까진 오랜시간이 걸렸지만 책장을 펴자마자 단숨에 끝까지 읽어내려갔다. 그만큼 쉽게 읽히기도 했는데 단편소설이라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직설적이기도 하고 현실적이기도 해서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이 책을 쓴 작가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다. '돌보는 사람'을 '돌보지 않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 김유담의 소설집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10개의 작품이 열거된 김유담의 소설집 <돌보는 사람>은 모두 이 시대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대추, '안', '경자'가 담겨있는'1부는 가정에 헌신하는 여자를 여자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가족을 돌보면서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이기적인 사회 속에서 부조리함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1부의 연장선과 같은 2부에서는 '연주의 절반', '조리원 천국', '돌보는 마음', '내 이웃과의 거리' 등이 담겨있다. 이 시대 엄마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소설 속에서 여자와 엄마다움 사이에서의 갈등이 돌봄과 노동 사이를 줄다리기하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 단락, 3부는 '입원, 특별재난지역, 태풍주의보'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돌봄 노동 현장의 최일선에 있던 여성은 노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그 수고로움을 감내하고 있다. 손녀를 가르치고 카우는 일, 아버지를 돌보는 일 모두 여성을 둘러싼 현실이다. 1부부터 이어진 불편한 감정은 3부까지 이어지는데 어쩌면 그 감정이 가장 증폭된 순간이기도 하다.

김유담 작가의 글 속에는 현실의 속내가 느껴진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오는 불편한 감정, 실제적인 표현들을 보면서 조남주의 소설 '82년 김지영'이나 웹드라마 '며느라기'가 떠올랐다. 더불어 우리 어머니와 아내, 딸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책을 읽고 난 이후 우리 사회 여성의 비극적인 삶, 그 현장의 순간들이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불편하고 가슴 아프다. 차별적인 요소를 걷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젠더 감수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평등의 길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그 인식의 변화는 누구 하나의 노력과 행동으론 불가능하다. 그 변화의 시작에 내가 있어야 하겠다. 순간순간 그 마음을 잊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생각을 정리해 본다.

※이 책은 '믿음사'를 통해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엄마는 내가 공부를 덜 해서, 고소득 전문직이 못 된 탓이라고 했고, 큰엄마는 내가 공부를 너무 한 게 문제라고 했다. 심지어 공의 엄마는 내가 친정에서 제대로 못 배우고 자라 이 모양이라고 했다. 나는 그들의 말이 모두 틀렸다고 생각했지만 일일이 바로잡기는 어려웠다. 큰엄마 안금자, 친엄마 정은주, 공의 엄마 윤혜숙까지 세 엄마의 삶과 부딪치면서 지금의 내가 되었고, 나는 그저 그들과는 다르게 살기로 결심했을 뿐이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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