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야 할 길
M.스캇 펙 지음, 신승철 외 옮김 / 열음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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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렇게 넓은 세계로 인식을 확장시켜 나가는 과정이 바로 <아직도 가야 할길>의 핵심 주제이다. 저자는 정신적 성숙에 이르는 길을 “작은 우주에서 출발하여 보다 더 큰 우주로 들어가는 여행”이라고 표현한다. 
 
정신분석의이자 심리학 박사인 이 책의 저자 스캇 펙은 일생을 통한 자아의 확장을 위해서는 ‘훈련, 사랑, 종교, 기적’ 총 4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1장 `훈련`에는 인생이라는 고해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 끝없이 실천해야 할 4가지 훈련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왜, 과연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힘든 정신적 성숙에 이르는 여행을 떠나야만 할까? 답은 하나. 바로, 사랑이었다. 저자는 사랑이야 말로 우리를 정신적 성숙에 이르게 하는 힘의 근원이며, 그렇게 되고자 하는 동기라고 단언한다. 

2장 ‘사랑’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첫눈에 반하여’ 어느 한 순간에 ‘빠져드는’ 낭만적인 사랑‘이 아닌 ’참사랑‘의 본질을 알려준다. 참사랑이란, ‘자기 자신이나 혹은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라고 한다.  

사랑은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출발점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정신 질환이 사랑의 결핍에서 비롯되었으며, 도저히 치유되기 힘든 정신 질환이 오직 사랑의 힘으로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수차례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토록 위대한 사랑이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3장, ‘성장과 종교’에 설명되어 있다. 사랑은 인간에게 신이 내린 선물로서, 정신적 성숙에 이르는 지혜의 총체라는 것이다. 그는 종교란, 이데올로기나 교리가 아니라 '인생, 그리고 이 세계에 대한 이해, 즉 세계관을 담고 있는 지도'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그는 상대방이 믿는 종교가 무엇인지는 전혀 중요치 않으며 피터지게 싸울 일도 전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상대에 대한 확실한 지도를 알고 있으면, 상대방을 미치광이로 몰아 붙여 불필요한 피를 흘리고 전쟁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4장 ‘은총’은 신의 은총인 기적에 대한 많은 질문과 그 답이 들어 있다. 신비로운 현상에 대한 임상 사례들이 풍부하게 제시되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이처럼 정신적 성숙에 이르는 길은 멀고 험했다. 결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는 내용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자의 바람대로 끝까지 읽어내려간 독자들은 누구나 '어린 시절의 차가운 소우주에서 벗어나 넓고 따뜻한 대우주의 세계로 나아가는’ 체험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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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 - 자기 기만과 자기 배반을 깨닫게 하는 리더십
물푸레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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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의 부제는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상자 속에 갇힌 듯`, 전혀 말이 안 통하는 사람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회사 동료이고, 심지어 가족, 사랑하는 사람일 때도 있다. 책 속에 있는 다음 그림을 보면 그 내용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울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은 상자 안에, 다른 사람은 상자 밖으로 서로 나뉘어 상대방을 비난하고 갈등을 겪고 있다. 그렇다. 이 책은 바로 이렇게 상자 속에 갇혀 갈등을 겪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이다. 책의 저자는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인 ‘아빈저 연구소’로, 세계적인 석학들이 모여서 함께 펴낸 책으로 더욱 가치가 높다. 

`상자에 갇히기`를 학술적으로 말하면, ‘자기기만’에 빠진 것이라고 한다. 자기기만. 언뜻 들어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개념이다. 지금까지는 학자들의 연구 영역으로만 여겨져 온 ‘인간과학의 본질적인 문제’이다. 
 
자기 기만이 무엇이든, 이로 인해서 둘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게 되면 무조건
상대방을 좀 더 배려하고 경청하라는 단순한 지침을 넘어서, 이 책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자기 기만에서 벗어나는 법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삶 속으로 과감하게 끌어들어 쉽게 설명했다. 가상의 인물, 40대 샐러리맨인  `톰`의 일상을 소설처럼 펼처보여주어서,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세계 유수 회사의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만든 가상의 현실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책이 말하는 ‘상자 밖으로 탈출하는 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사람들은 상자 안에 갇히면 다음의 3단계 특징이 나타난다. 

1) 자기 자신의 문제를 만들고
2)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3) 그런 문제를 만드는 것을 멈추도록 그들을 도우려는 어떤 기도에도 저항하는 것
 
그 문제가 무엇이든, 나에게 문제가 있으며 그 문제를 만든 것도 나라니. 쉽게 인정하기 힘들다.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과 환경을 몰라서 하는 소리가 아닐까. 이렇게 어느새 비난의 화살을 밖으로 돌리고 있는 당신이라면, 상자 안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자신이 상자 안에 갇혀있는지를 정말 알고 싶다면, 자신이 ‘상대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를 살펴보면 된다고 한다. 상자 밖에서는 내 자신과 타인들을 ‘있는 그대로, 즉, 같은 사람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일단 상자 안에 갇히면 상대방을 ‘단지 하나의 대상물에 불과한 것’으로 보게 된다. 가족이나 동료를 내 일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나 ‘골칫덩어리 문제아’로 비난해 온 당신이라면, 안타깝지만 이미 상자에 갇혀 있음을 인정해야한다. 

상자의 존재를 인정했다면 다음 단계는 스스로를 상자에 가두게 된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다. 원인을 알아야 그 해결책도 알 수 있다. 자기기만이라는 상자에 빠진 이유는 `자기배반` 때문이라고 한다. 풀어서 말하면,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해줘야 한다고 느끼는 것에 반하는 행위"이다.
 
예를 들면, 한 밤중 아기가 깨어서 울 때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한다고 느끼지만, 이를 무시하고 그냥 계속 잔다면 자기배반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자기 배반을 하면, 그 다음에는 이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피곤하다’ 등의 이유를 찾게 된다.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현실 감각은 철저히 왜곡된다. 하루 종일 아이보기에 시달리다 잠든 아내를 ‘모성애가 부족하고, 이기적이며, 한없이 게으른 여자’로 바라보게 되는 것.
 
자기배반을 통해 자기기만에 이르고 시간이 지나게 되면, 상자의 특성들을 항상 지니고 다니게 된다고 한다. 무서운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상자 안에 갇힌 사람은 다른 사람들까지도 상자 안에 들어가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둘 다 상자 안에 갇혀 서로 상대방에게만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아래 그림과 같은 상황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해결책은 더욱 묘연하고 갈수록 상황이 악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소모적인 갈등을 중단하고, 둘 다 상자 밖으로 탈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흔히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떠올릴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대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 떠나기, 의사소통, 새로운 기술이나 기법을 동원하기. 내 행동을 변화시키기”
 
하지만 상자 안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전혀 소용없다. 방법은 단 하나. 먼저 자기기만이라는 상자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것. 그리고 다음의 9가지 실천 사항을 삶 속에 끝임 없이 적용시켜야 한다고 한다.

  1. 완벽하려고 애쓰지 말라, 더 좋아지려고 노력하라.
  2. 아직 자기기만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상자`같은 단어를 사용하자 말라. 당신 자신의 삶 속에서 그 원리들을 이용하라.
  3. 다른 사람들의 상자를 찾지 말라, 당신 자신의 것을 찾으라.
  4. 다른 사람들이 상자 안에 있다고 비난하지 말라.
  5. 당신 자신이 상자 밖에 머물도록 노력하라.
  6. 상자 안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스스로를 포기하지 말라, 계속 노력하라.
  7. 당신이 상자 안에 있었을 때, 그 사실을 부인하지 말라. 사과하라, 그리고 나서 장래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면서 다만 앞으로 계속 전진하라.
  8. 다른 사람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말라. 그들을 돕기 위해 당신이 올바르게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춰라.
  9.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돕고 있는지를 걱정하지 말라, 당신이 다른 사람들을 돕고 있는 지를 걱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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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
보도 섀퍼 외 지음, 장혜경 옮김, 이종민 감수 / 21세기북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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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굳이 꼭 여성을 위한 경제서를 따로 볼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25에서 54세에 이르는 한국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8.3%에 불과하다고 한다. OECD 국가 평균 68%에 비해 10%포인트나 낮은 수치이다.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받는 임금도 남자들의 65,6%, 즉 2/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의 여성 중 절반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남편이나 아버지 등의 남성에게 기대어 살고 있고, 경제적 독립을 이룬 여성 역시 남자들에 비해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릴 확률이 높은 것이다.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서 평균 7년이상 오래 살고, 이혼률도 계속 높아지고 있으니, 여성들의 경제적 독립은 더더욱 중요한 생존의 문제라고 할만하다. 

그러니, 이 책을 한 번쯤 살펴볼 필요는 충분했다. 이 책의 저자, 보도 섀퍼는 26세에 파산했으나 30세에는 자수성가한 백만장자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그는 미국의 80% 이상의 홀로 된 여성들이 최저 생계비 이하의 돈으로 근근이 먹고 살아가고 있다는 충격적인 현실을 알게 되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여성들이 처한 참혹한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니 암담하다. 
 
저자는 여자 혼자서도 경제적으로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고 싶다면, 더 늦기 전에 경제적 독립을 위한 마법의 묘약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반복적으로 저질렀던 자신의 잘못들을 살펴보고 지나온 날들을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한‘여성이 돈을 관리할 때 흔히 저지르기 쉬운 9가지 실수‘를 통해서 우리 자신의 상태를 한번 점검해 보자. 


  1. 파트너의 보증을 선다. → 돈과 사랑은 확실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남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2. 남편과 돈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 남편과 집안 경제에 관해 터놓고 이야기하라.
  3. 남편과 가족에게 너무 많이 의지한다. → 돈을 저축하는 목적이 오로지 새로운 부엌살림이나 자녀인 시대는 지나갔다. 자신만을 위한 돈이 필요하다.
  4. 투자를 잘 못한다. → 4부 `매력적인 주식 투자`를 읽고 72시간 내에 반드시 실천하라.
  5. 강한 권력(돈에 대한 권력)의 상실을 약한 권력(아이나 친척, 친구에 대한 권력)으로 보상한다. → 당당히 돈에 대한 권력을 되찾아라.
  6. 남편 또는 남친보다 수입은 더 적으면서 생활비는 똑같이 부담한다. → 공동 지출의 분배는 실제 수입의 비율에 따라 정하라.
  7. 결혼할 때 확실한 계약 규칙을 정하지 않는다. → 낭만이라는 미명하에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지 마라. 이혼하면 불리한 쪽은 여성임을 잊지 말자. 3부 `결혼과 이혼에도 재테크가 필요하다`를 반드시 읽을 것.
  8. 모험을 즐기지 않는다. → 완벽한 투자 상품은 없다. 겁내지 말고 도전하라.
  9. 남편에게 돈을 구걸한다. → 아직도 남편에게 두 손을 벌리고 "만원만 줘"라고 말한다면, 2부 `주부도 월급이 필요하다`를 정독하자.
 
이 실수들을 모두 빗겨 갈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과거의 실수가 현재의 삶의 질을 갉아먹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책에는 과거를 만회할 훌륭한 방법들도 자세히 제시되어 있다.
 
공동 저자인 카롤라 페르스틀은 유명한 여성 경제 기자로서, 결혼과 이혼 등 삶의 전반에 걸친 문제들과 이에 대한 해결책을 자세히 짚어 주었다. 예를 들면,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어야 하는지, 준다면 얼마나 주어야 하는지, 그리고 연령별 용돈 관리법 등 유용한 정보가 가득하다.
 
물론, 이 책이 여성의 돈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결서는 될 수 없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을 읽고 나면 오히려 전보다 경제와 관련된 질문들이 더 많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은 후, 여자 친구들과 쇼핑이나 남자 문제 대신 재테크에 대해 신나게 수다 떨게 됐다면 경제적 독립을 위한 `마법의 묘약`은 이미 손안에 들어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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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와 빵의 문화사 - 고소하고 쫄깃한 분식의 유혹
오카다 데쓰 지음, 이윤정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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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빵과 국수, 이 두 가지 음식으로 동 서양 문화사를 아우르다니 발상부터 신선하다. 일본의 유명한 식문화사 연구자인 저자는 빵, 국수 그리고 과자라는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통해 동, 서양 문명사를 깊이 있게 파고든다. 빵과 국수 그리고 과자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요리들을 통해서 동, 서양 문명사를 흥미진진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단, 인류의 역사, 문화, 신화, 식품영양학을 바탕으로 동, 서양 문화사를 넘나들기에 아주 쉽게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 그 만큼, 책 곳곳에 유용한 정보들이 가득하기도 하다.
먼저, 빵의 역사는 상상 외로 길고 길었다. 인류 문명의 기원, 이집트를 여행한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는 이집트인들을 ‘빵을 먹는 사람’이라고 기원전 5세기에 이미 말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빵은 최소 5천년 전부터 인류와 함께 해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때는 지금처럼 빵이 흔하디 흔한 음식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집트 시대에 빵은 부의 상징이었다. 노동자의 임금은 빵과 맥주로 치러졌다. 병사의 하루 품삯은 빵 20개, 관리의 월급은 납작한 빵 200개와 흰 빵 5개 이런 식이다.

 

 

사후 세계를 믿는 고대 이집트인에게 빵은 생명을 이어주는 신성한 음식이기도 했다. 기원전 1200년경에 그려진 람세스 3세 고분의 벽화에는 열일곱 종류 이상의 다양한 빵들이 200만개가 넘게 그려져 있을 정도이다. 오늘 날에도 이집트인들은 빵을 ‘에디쉬 발라디’, 즉 ‘우리의 생명’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렇게 이집트에서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유럽과 미국으로 계승된 서양 문명에서 빵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해 왔다. 숙녀나 귀부인을 이르는 영어, 레이디(Lady)도 `빵을 반죽하는 사람`에서 유래됐다. 주인, 영주, 귀족을 의미하는 로드(Lord)는 `빵을 지키는 사람`을 뜻한다고. 한 덩이의 빵에는 서양인들의 세계관, 종교관에서부터 가정사까지 삶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있다니 새삼 놀랍다.  

반면에, 동양 세계에서 빵은 오랫동안 천대를 받아왔다. 16세기에서야 처음으로 빵을 먹어 본 일본의 에도 시대 지식인들은 이렇게 고백했을 정도라고.  

1. 빵을 어떻게 만드는지는 잘 모르겠다.

2. 이상한 냄새가 나서 잘 먹을 수가 없다.

3. 버터와 커피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4. 맛있는 쌀밥을 마다하고 이런 것을 먹는 사람이 있다니 놀랍고 이해할 수 없다.  

이 후로도 오랫동안 동양 세계에서 빵은 외면을 받아왔다. 1860년대에도 여전히 일본 사람들은 ‘빵 도시락은 이내 속이 허해진다’며 기피한다. 밀가루는 쌀을 살 돈이 없는 가난한 서민들의 차지였다. 신이 내린 선물인 `밀`의 제분이나 제빵은 신의 사도인 수도사나 국왕,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서양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밀가루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도 한다.

이 책을 통해서, 밀가루의 유통 시간은 박력분은 1년 이상, 강력분은 6개월 정도이며, 습도 65퍼센트 이하로 건조하고 20도 이하의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또 있다. 빵 반죽의 탄력을 더하려면, 소금이나 비타민 C를 넣고, 파이나 쿠키 반죽을 잘 늘어나게 하려면 레몬즙이나 식초, 버터나 식용유 등을 넣어야 한단다.

게다가, 프랑스의 대표적인 빵 바게트에서 부터 유대인 빵 베이글, 처음 들어보는 아랍빵 발라디, 러시아 빵 바트루쉬키까지.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빵들도 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요즘에도 일본의 대표적인 빵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카레빵, 메론빵 등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책을 읽다보니, 우리나라 빵의 역사까지 궁금해지고, 우리 식문화사를 깊이 있게 파고든 책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

책의 후반부는 같은 밀가루로 만들었지만 전혀 다른 음식인 국수와 과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류의 식문화사이다.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국수가 세계를 제패했다.`고 할 만큼 후반부에도 흥미진진한 역사들이 가득하다.

 

쫄깃쫄깃 부드러운 빵, 쫀득쫀득하면서도 툭툭 끊어지는 국수, 그리고 바삭바삭한 과자. 세 가지 색 밀가루 음식의 온갖 요리 이야기들을 정신없이 읽다 보면, 어느새 동, 서양 문명사를 훤히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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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드실래요?
김연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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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족들과 멀리 떨어진 낯선 나라에서는 누구나 고향의 맛이 못견디게 그리워 지는 법이다. 또한, 한 접시의 요리 앞에서는 인종이나 종교, 언어의 장벽도 쉽게 사라진다. 처음 보는 낯선 요리들을 함께 나누어 먹으면서, 어느 새 친한친구나 사랑하는 연인이 된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작가 김연희는 낯선 미국 땅에서 세계 각국의 친구들과 한 접시의 요리로 순식간에 친구가 되어 타향살이의 고달픔을 서로 어루만지던 소중한 추억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 온 작가가 결코 잊을 수 없다는 소중한 추억은 소박하지만 깊은 감동이 있었다.
 
서툰 영어 실력으로 미국에서 2년 동안 아이들을 키우고 가정을 꾸려나가야 했던 그녀에게 “밥은 먹었니? 어서 와서 함께 먹자”라는 한 마디는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순수한 어린 아이들이 눈빛만으로도 금방 친구가 되듯이, 아이들의 어머니들은 한 접시의 요리를 나누며 외롭고 쓸쓸함을 나누었다.
 
일본, 인도, 이란, 인도네시아, 에콰도르, 벨기에, 콜롬비아, 러시아, 시실리아, 그리스, 멕시코, 튀니지공화국, 뉴질랜드 등. 세계 각국에서 미국으로 모인 그녀들이 함께 나눈 맛있는 요리법과 따스한 우정이 이 한 권의 책에 담겼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낯선 타국에 대한 거부감이나 편견을 벗어 버리고 성큼 다가가 보자. 책에 소개된 세계 각국의 가정식 요리법을 크게 둘로 나누어 소개해 본다. 이 가을날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달래줄 소박하고 든든하거나 부드럽고 달콤한 요리들이다.
 
소박하고 든든한 한 끼 식사

  • 따듯한 배려를 보여준 미국인 시빌의 [오픈 샌드위치]와 [머시드 포테이토]
  • 뉴질랜드의 질 좋은 버터와 우유, 꿀을 그리워하는 케이시가 만들어 준 [돼지고기 스테이크와 볶음밥],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시원한 과일샐러드] 
  • 17살 인도네시아 베이비시터 에피의 [마르타바크 테라르(춘권피나 만두피에 싼 계란 요리)]와 [소토미(쌀국수 요리)] 
  • 다재다능한 일본인, 나오코의 [돈지루(일본식 된장찌개 같은 요리)]와 [술로 조리하는 죽순과 생선 조림], [닭 가슴살로 맛을 낸 오사카 우동], [돼지갈비 양념 바비큐] 그리고 [명란 크림 스파게티] 
  • 진짜 아름다움을 보여준 일본 여인 마미의 [참치통조림으로 만든 딥 소스]와 [바삭바삭한 굴튀김] 
  • 채식주의자 인도인, 비하가 만든 [향이 강한 북인도 지방의 크림 커리인 큐마]와 [라이스 필라프] 
  • 고대 페르시아 왕국을 가슴에 품은 이란인 수잔이 만든 [샤프란 밥]과 [이란식 닭고기 요리] 
  • 인디언 계 미국 노처녀 마르시아의 인디언 할머니가 가르쳐 준 [스테이크 매리네이드]와 [페스토 소스] 
  • 정열적인 살사 춤을 흉내 내며 에콰도르를 그리워하는 여인 로레나의 [에콰도르식 간단한 콩 요리와 샐러드] 

부드럽고 달콤한 요리들

  • 말이 안 통해도 진한 커피 한 잔으로 우정을 나눴던 벨기에 여인 다니엘라가 만들어준 [크레이프(얇게 부친 팬케이크)] 
  • 뉴질랜드인 존 릴리가 계란 흰자로만 만든 [하얗고 달콤한 뉴질랜드 전통 디저트, 파블로바]
  • 지적인 매력을 지닌 콜롬비아인 로사나의 [콜롬비아 코코넛 밥]과 [라이타 요구르트 샐러드]
  • 미국에서 태어난 인도인 케빈의 엄마가 만든 [튀긴 만두 같은 푸리]와 [달콤한 망고 파이]
  • 러시아인 넬리아의 [러시아식 팬케이크, 블리니]와 [재미로 먹는 가지 구이] 
  • 시실리아인 안나가 무쇠 오븐에 구워준 [코코넛 파이]
  • 그리스 여인, 데다가 만든 [토마토 안에 볶음밥을 채운 스터프 토마토]와 [세이블 오렌지 마멀레이드]
  • 튀니지공화국에서 온 두하의 [양고기 쿠스쿠스]와 [튀김만두 같은 브릭], [당근을 쪄서 만든 샐러드], 그리고 [잣을 듬뿍 띄운 뜨거운 사막차]와 [진한 아라비아커피]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온갖 신기한 음식들을 만드는 방법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담은 사진이 없는 점은 아쉽지만, 따라 하기에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세계 각국의 온갖 신기한 요리법들을 읽다 보면 각국에서 모여든 여성들이 나눈 깊은 우정이 따듯하게 전해져 오는 점이 일반적인 요리책과는 차별화되는 매력이다.
 
스스로를 `글을 못 쓰는 동화 작가`라고 소개했지만, 뚝딱뚝딱 요리를 하는 그녀들의 모습과 음식의 맛과 향기를 고스란히 전해주는 글맛이 범상치 않다. 세계 각국의 진기한 요리법에 작가의 상상력이 기막히게 버무려져 입맛을 돋운다. 은퇴한 찰리 메이어 부부가 즐겨 먹는 `초록 고추 소스를 얹은 윌리엄스버그 스테이크`에 얽힌 이야기는 한 편의 동화와도 같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요리법 외에도 각종 실용적인 정보들이 듬뿍 담겨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설음식인 ‘오세치’에 담긴 심오한 의미들, 뉴질랜드에 가면 반드시 먹어봐야할 음식들부터, 세계 각국의 요리를 접할 수 있는 주한 문화원 정보와 외국 식재료를 파는 곳까지 요리저리 쓸모 있는 정보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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