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많은 많은 양
노하나 하루카 글.그림, 정희수 옮김 / 노란우산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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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많은 많은 양.
정말로 양이 많이 많이 많이 나오는 책이에요.

자잘한 작은 양 그림이 넘 귀여워서 골랐는데 생각보다 활용도가 높은 책인 것 같아요.


읽는 재미, 보는 재미, 찾는 재미가 있는 책!

 

표지 안쪽에는 가끔 등장하는 양과 자주 등장하는 양의 캐릭터가 있어요.
그거 하나하나씩 찾아보는 재미에 표지 한 장 넘기는 데도 시간이 걸려요.ㅎ


많은 양들이 날아가버린 솜털을 따라 가는 내용.

 

솜털을 잡으려고 숲속, 하늘, 바닷속, 사막, 북극, 땅속으로 헤매다니는 거예요.

일단 색깔도 화사하고 밝아서 보기에 너무 예쁘고


옮겨다니는 장소마다 자연적, 지형적 특징이 확실한 곳들이라 이야깃거리가 많이 생기더라고요.
꼭 책의 내용과 관계된 내용이 아니더라도 말이에요.


그리고 그림 안에 양 말고도 다른 동물이나 인물들이 많아서 고것들 하나하나도 묻고 답하면서 이야기를 확장해갈 수 있어요.

 

하지만 역시 하라가 제일 좋아하는 건 찾기 게임.ㅋㅋㅋ

 

처음에는 심드렁하게 보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하라가 더 신이 나서 양 찾기, 동물 찾기에 열중하며 보았어요.


나중에는 양을 따라그리기 놀이하며 놀아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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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 아저씨 - 한글 쑥쑥 그림책
김수희 지음, 유하영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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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에게 한글을 가르쳐줄 생각이나 계획은 아직 없지만
그래도 요새 하라가 글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 관심을  채워줄 필요는 있겠다 싶어 고른 책.

크레용하우스에서 나온 한글 쑥쑥 그림책 <가나다 아저씨>

 

단순한 글자로 구성된 단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기본 ㅏ 모음이 들어간 단어들

 

 

그런 단어들은 그림이 종이접기 형태로 되어 있어서
하라는 거기에도 관심을 보였다. ㅎ

 

바다, 사자, 하마 등 익숙하면서도 쉬운 글자의 단어들이 많이 등장하는 책이다.
내용도 단순하고.

 

하라도 아는 글자가 나오면 손으로 짚어가며 좋아했다.

 


그림책을 읽을 때는 글자를 손으로 짚어주면서 읽지 말라고 했지만
이건 글자 그림책이니까 괜찮겠지.

 

 

비슷한 취지의 책으로 <받침 없는 동화>, <받침 배우는 동화>도 있긴 한데.
수업할 때 쓰려고 전부 구입하긴 했는데 그건 내용이 조금 어려워서
요 나이의 아이들에게는 좀 맞지 않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질문 폭탄을 맞을 확률이 높다고 봄.ㅋㅋ)


책 마지막에는 한글 따라 쓰기가 있는데
글씨체가 너무 인쇄체라 좀 아쉽다.
우리가 을 이렇게() 쓰지 이렇게(ㅈ) 쓰지는 않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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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달라도 좋은 친구 - 동글한 두리랑 길쭉한 코리
모랙 후드 글.그림, 고영이 옮김 / 사파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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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에게 갖는 선입견과 편견은 언제부터 생기는 것일까.
나는 그것들이 어느 정도 자란 후에, 대개 청소년기 쯤?? 생기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 어린 하라 또래의 아이들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더라.
그 어린 아이들도 어떤 기준에서인지 모르지만 끼리끼리 편을 가르고
남자는 이래, 여자는 이래 등 정확하지는 않지만 나름 스스로는 명확한 기준으로 경계를 짓고
그 기준에 어긋나는 것은 인정하지 않으려 들고...

다름을 틀림으로 여기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다양성은 인정하도록 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는 있는데.

그래서 그런가 요즘 들어 선택하는 책이 이런 내용이 많다.ㅎ


<우린 달라도 좋은 친구>, 동글한 두리랑 길쭉한 코리의 이야기

영국의 그림책 작가 모랙 후드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이 첫 번째 책으로 2014년 맥밀란 상 일러스트 부문에서 준우승을 했다고.


아닌 게 아니라, 그림이 좋다.
단순하고 깔끔하면서도 색깔 대비도 좋고 따뜻한 느낌의 일러스트.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ㅎㅎㅎ


웃는 표정에 동글동글 귀여운 완두콩과 주황색 코리.

나는 코리를 당근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라는 '치즈'라고.
주황색이고 네모난 모양이니 치즈란다. 그래도 아이라서 나보다 생각이 유연한 건가.


오늘 지역에서 '내 아이에게 맞는 그림책 고르기'라는 주제로 부모 강연이 있어서 갔다 왔는데
그림을 보며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책이 좋단다.

집에 사 놓은 전집을, 본전 뽑겠다는 생각에 무조건 읽히고 있는데
그게 너무 글이 많이 내용이 길어서... 이게 지금 하라에게 맞는 책인가 고민이 많았는데.

이 <우린 달라도 좋은 친구>를 보니, 아직까진 하라에게 이런 책을 보여주는 게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글의 양이나 책의 두께가 부담스럽지 않고 아이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친근한 그림에 단순하지만 생각할거리를 주는 내용이라.


우리집은 아빠가 책을 참 잘 읽어준다.ㅋ
아빠와 함께 적절한 질문과 대답을 넣어가며 책을 보고 있는 하라.


다음에 이 책 다시 보고 나서 내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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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짧은 기린 - 영국 올해의 만화가상 수상 작가의 가치 반전 그림책 꿈공작소 33
프랭크 디킨스 지음, 랠프 스테드먼 그림, 권지현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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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에게 다양한 책을 읽어주려는 노력을 이제 막 시작했을 때 눈에 들어온 책. 제목이 익숙하다. 예전에 하라가 아빠와 함께 보고 온 공연 제목이랑 비슷. 그 책의 원작인가 싶어서 골라보았다. 이제 공연 본 것도 거의 잊었을 테니, 책 보면서 다시 떠올리라고.

 

그래서 선택된 책 <목 짧은 기린>

 

표지에 '가치 반전 그림책'이라고 되어 있어서 정말 그 공연의 원작 맞나보다 했는데 아빠가 읽어보더니 공연과 전혀 내용이 다르다고 한다. 찾아보니 그 공연의 원작은 <목 짧은 기린 지피>

제목이 이리 비슷하니 헷갈릴 수도.ㅎㅎㅎㅎ

 

이 책 <목 짧은 기린>은 영국 작품이다.
올해의 만화가 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만화가이자 그림책 작가 '프랭크 디킨스'가 쓴 책. 좀 특이하기는 하다.
만화가 상을 수상한 사람인데 왜 자기 책의 그림은 다른 사람이 그리게 했는지???? 그림은 '랠프 스테드먼'이 그렸다. 이분 역시 유명한 만화가이자 그림책 작가라고는 하는데. 그럼 책 표지에 '영국 올해의 만화가 상 수상 작가의 가치 반전 그림책'이라는 문구와 함께
'미국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작가 그림'도 들어가야 하지 않나...ㅎㅎ


내용은 목 짧은 기린 제프리와 날지 못하는 새 피터가 자신의 콤플렉스 때문에 다른 친구들을 사귀지 못하고 풀죽어 지내다가 서로 친구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치 반전'이라는 게, '다른 둘이 서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목 짧은 기린과 날지 못하는 새가 목이 길어지고 날게 된다는 게 반전???


감동 포인트가 어디인지 살짝 좀... 그랬음...
그래도 하라가 이 책을 좋아한다.


그림이 참 예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지만 아빠가 재미있게 읽어줘서인 듯.

아빠는 등장 동물들을 전부 다른 목소리로 읽어준다.
엄마는 왜 다 똑같은 목소리로 읽느냐고 한소리한 뒤에 아빠가 읽어주는 것을 더 좋아함.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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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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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쓰는 말이지만 '인생은 신기한 우연의 연속'

박웅현 님의 <여덟 단어>를 읽고 다른 책도 읽고 싶어서

남편에게 <책은 도끼다>를 빌려다 달라고 했다.

그게 이미 몇 달 전 이야기.


http://blog.naver.com/wingssprout/220773315738

근데 그 책이 대출중인데, 빌려간 사람이 책을 잃어버렸는지 반납을 하지 않고 있다는 거다.

몇 번을 이야기해도 같은 대답이었는데, 얼마전에 드디어 남편이 책을 들고 왔고

​<책은 도끼다>를 읽을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았는데.

아니, 이런! <다시, 책은 도끼다>까지 읽을 기회가 생긴 것!

<다시, 책은 도끼다>는 도서관에 구매 신청을 해 놓은 상태라

언제 읽을 수 있을지 몰랐는데ㅎㅎ

그래서 내 앞엔 이렇게 <책은 도끼다>와 <다시, 책은 도끼다>가 놓이게 되었다.

 

먼저 <책은 도끼다>를 읽었다.

http://blog.naver.com/wingssprout/220855091487


 

나의 책읽기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책은 도끼다>에서는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하셨고

<다시, 책은 도끼다>에서는 그래서 책을 천천히, 깊이있게 읽어야 한다시며

여러 가지 책을 들어 자신만의 독법을 이야기해주셨다.

 

마르셀 프루스트, 카프카, 톨스토이, 볼테르, 밀란 쿤데라,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괴테 등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무거워지는 작가들의 작품 이야기.

박웅현 님은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될 때는 무조건 고전에서 고른다고 하셨다.

고전이 고전일 수밖에 없는, 그 '무언가'를 읽어내실 수 있고 느끼실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 하지만 나는 고전을 '읽는 것' 자체가 힘든데...ㅋㅋㅋ

이 책을 읽다보니 그 이유도 알 것 같았다.

고전에 부여된 '권위'에 굴복했기 때문.

그냥, 나만의 해석으로 읽으면 되는 거였다.

​나도 나이가 들수록 고전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던데.

이 책에는 나의 이달의 독서계획에 들어있는 소설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다른 책들도 소개하고 있어서 더 반가웠다.

아무리 봐도 외워지지 않는 이름이었는데, 이제 외울 수 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박웅현 님은 책을 읽을 때 인상적인 구절에는 밑줄을 쳐놓고

나중에 따로 타이핑을 해놓는다고 하셨다.


​나도 좀 비슷.


나는 밑줄은 아니고(책을 굉장히 깨끗하게 본다. 그래서 밑줄 긋는 게 싫다.)

기억하고 싶은 부분에 접착메모지를 붙여 표시하고 후에 따로 타이핑해놓는다.

그러면 나중에 어떤 내용을 다시 읽고 싶을 때 찾기 쉬고 다른 글을 쓸 때 인용하기도 편하다.

우리에게는 심사, 깊이 생각함이 빠져 있는 듯합니다 .많이 읽는 게 제일이잖아요. 1년에 100권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심사할 시간이 없죠. 결국 내 것이 되지 못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양적으로는 많이 읽었을지 몰라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불분명합니다. 20쪽

지식보다 지혜가 좋죠. 그러나 지혜만 있어서 될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지혜를 온전히 느껴야 하는 겁니다. 최근에 자주 하는 생각인데 지혜란 것은 크고 넓ㄹ은 것, 많이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 움큼인 것 같아요. 그 한 움큼을 내 몸으로 체화시켜 삶 속에서 어떻게 실천해나가는지의 여부, 그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읽었으면 느끼고 느꼈으면 행하라.  22쪽

살아있는 사람처럼 내 주변에 항상 있지도 않고 약속해서 만날 일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진정한 우정을 가져다 준다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독서는 대인관계보다 좋습니다. 눈치 볼 이유가 없으니까요.​ 31쪽

인새을 살면서 꼭 들어봄직한 이야기가 머릿속에 있는 사람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생각을 가장 명료하게 정리한 게 책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그 사람을 만나는 거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거다.  33쪽

제 해석이 정확한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일상을 제대로 보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시간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의미는 아닐까 싶어요. 내가 사는 지금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나의 시간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거죠.  38쪽

이런 문장을 보면 어디를 여행하는지는 중요한 것 같지 않습니다. 어떤 눈을 가지고 여행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이죠.  54쪽

짧은 길을 긴 시간을 들여서 여행하려고 노력하는 것, 많이 보려고 하지 말고 자세히 보려고 하는 것이 중요해요. 책 읽는 것도 마찬가지 같아요. 57쪽

소설가 김훈 선생이 "말 좀 솟아올라라"라고 했어요. 자연 풍경을 보면서 말이 돋아났으면 좋겠다고 한 거죠. 우리도 그렇죠. 우리가 느낀 바는 '와, 멋지다'라는 문장보다 훨씬 많은데 말로는 그렇게밖에 표현이 안 돼요. 58쪽

아름다움이든 행복이든 다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아름다움이나 행복이나 손에 잡히지 않을 때에는 찬란하게 빛나고 간절히 원하게 되는데 막상 손에 들어오면 그 찬란한 빛은 온데간데없어져요. 결혼생활을 예로 들면 아주 이해가 빠를 것 같아요.  63쪽

시가 왜 읽히지 않습니까? 책이 왜 재미가 없나요? 우리는 투입하지 않습니다. 그저 텍스트에 속도를 붙이지요. 그러니 읽지 못하는 겁니다. 사랑을 투입해야 합니다. 그래야 시가 읽혀요. 70쪽

그렇다면 과연 왜 읽는 걸까요? 제 생각에는 책 한 권을 읽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이렇게 우리들의 삶을 위로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차피 모래알 씹듯이 꾸역꾸역 넘겨야 하는 게 삶입니다. 그 삶 속에서 덜 힘들 수 있는 방법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82쪽

우리는 내면의 욕망을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그저 욕망을 하죠. 우리의 욕망을 구성하는 재료가 얼마나 허망한 것들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욕망의 구성 재료들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우리는덜 불행해집니다.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저는 이십대가 될 수 없어요. 저는 여자가 될 수 없고, 태어난 시대를 바꿀 수 없습니다. 미끄러진 프레젠테이션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걸 안다면 내가 이십대라면 어떨까, 내가 다른 누군가라면 어떨까 하면서 애써 불행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욕망을 들여다보는 건 매우 중요하죠. 83쪽

그래서 몸을 번잡하게 만들어야 해요. 잘 살려면 몸을 번잡하게 하고 마음을 평화롭게 애햐 합니다. 그런데 우리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이와는 반대로 마음은 번잡하고 몸은 평화롭죠.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타고 소파에 드러누워 TV를 보면서도 마음은 정신이 없죠. 109쪽


비슷한 얘기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에 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무언가를 원하는 사람이 자유로울 수 없거든요. 그래서 카잔차키스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삶, 지금 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여겨지는 삶을 살고 있었떤 거죠. 무언가를 원하면 자유가 아닌 겁니다. 지금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합니다. 112쪽


카잔차키스의 기행문을 읽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이 그 부분입니다. 여행지 자체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여행지를 소재로 한 작가의 생각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이죠. ... 중략 ... 카잔차키스의 기행문은 '어떻게 삶을 대할 것인가?'라는 한 가지 방향으로 흐릅니다. 그는 온몸이 촉수인 사람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순간순간 예민하고 싶어 했죠. 그 순간에 온전하고 싶었던 겁니다. 182~183쪽


이번에는 어떻게 하면 현재에 집중하면서 매 순간을 우아하게 보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육체와 물질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합낟. 우리의 정신과 육체가 과연 분리된 것인가요? 영혼은 육체에 있습니다. 행복 또한 마찬가지죠. 행복은 물질에 있습니다. 물질이 우리한테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배고프면 아무 생각 안 납니다. 185~186쪽


그러므로 필연적인 우리 삶의 패배를 이해하자는 겁니다. 나는 왜 아킬레우스처럼 살 수 없을까? 혹은 왜 그처럼 비장하게 죽을 수 없을까? 속상해 할 것이 아니라 돈키호테처럼 비록 패배한다고 해도 그 패배 자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것이 소설의 존재 이유라고 쿤데라는 말하고 있습니다. 225쪽


<커튼>을 읽으면서 소설을 쓰는 일은 단순히 이야기를 잘 풀어간다고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세르반테스처럼 우리가 보지 않았던 걸 새롭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거나, 우리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데 도움을 준다거나 해야 하는 거죠. 이야기라는 수면 밑에 철학적, 사회적, 시대적 담론을 쌇고 그 위에 이야기를 축조하며 글을 짓는 거죠. 228쪽

예술가들은 이렇게 미지의 땅을 탐험하고 아무도 가지 않은 땅을 가려고 합니다. 친부살해의 욕망이 바로 이것이죠. 다른 소설가가 이미 이뤄놓은 곳에 가기 싫은 겁니다. 예술의 역사는 계속해서 새로운 땅을 찾아가는 시도들로 이루어집니다. 233쪽


과학이 추구하는 것이 '더 나은better'의 세계라면 예술이 추구하는 것은 '다른different'의 세계입니다. 235쪽


니체가 이런 말을 했죠.

...오직 '타락의 초기에만 탈락을 참을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중략....

카프카가 그 시대의 관료주의를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초기 관료주의의 끔찍한 모습을 에민하게 감지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현실이 전혀 부끄러움 없이 되풀이된다면, 그 반복되는 현실에 직면한 사상은 결국 언제나 입을 다물게 되는 법이다.  254쪽


세월호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들은 지금 모험의 길에 올랐습니다. 그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시감이 됐어요. 그 사람들의 성격이나 성향이 바뀌었습니까? 아닙니다. 이것은 상황입니다. 모험에 들어선 것은 그 사람의 의지인가요? 상황 때문이잖아요. 어쩔 수 없는 상황, 그것은 존재론적으로 돈키호테의 모험과는 전혀 다르죠. 그렇다면 그 모험은 특정한 누군가에게만 찾아오는 일입니까? 아니죠.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지만 나에게도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어요. 257~258쪽


사랑을 부추기는 가장 좋은 방법을 둘을 떼어놓는 거예요. 277쪽


이 에피소드를 말씀드린 이유는 오늘 저의 <파우스트> 해석이 바로 이런 해석이 될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이 작품 속에서 다뤄지는 철학, 신화, 이 작품의 문학적 성취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갖고 있는 권위가 사실 너무 무겁습니다...중략.. 이 좋은 책을 책의 권위에 눌려서 팽개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는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파우스트>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315쪽


지금까지의 여덟 본의 강독은 아마 저의 오독이었을 겁니다. 여러분도 기꺼이 오독을 하시기 바랍니다. 정독은 우리 학자들에게 맡겨둡시다. 우리는 그저 책 속의 내용을 저마다의 의미로 받아들여 내 삶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각자의 오독을 합시다. 그래서 그로 인해 좀 더 풍요로워진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어떨까요.  348~349쪽



​나도 책을 빨리 읽는 습관이 있어서 그걸 고치려고 노력중인데...

천천히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심지어 책이 꺾일 정도로..-_-;;​)

 

바로 이거다.

"찬란한 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매 순간을 찬란하게 만든다."

새롭지 않은 것을 새롭게 보는 눈을 길러

일상의 행복을 찾으라는 ​말이었는데.


이걸 보는 순간, 이게 바로 내 목표였구나 새삼 깨달았다.


내 블로그 이름은 "날아보자, 날마다 반짝반짝"


이 블로그 이름을 지을 때 정말 고민했고,

그게 딱 작가님의 저 말과 통한다.


날마다 반짝반짝 = 매순간을 찬란하게


잊고 있던 나의 목표를 다시 발견하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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