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화창하나 황사 심함
서울아주머니가 집에 들렀다.
며칠 전 진달래 화전을 한 그릇 주었더니 직접 만든 딸기잼을 들고 오셨다.
언니가 서울아지매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아줌마들의 수다는 끝이 없다.
그러다 언니가 갑자기 “백~ 백백~” 소리를 지르며 마당을 뛰쳐나간다.
서울아지매도 “우짜노, 우리 슈슝이~”하면서 사색이 되어 달려간다.
무슨 일일까?
오랜 만에 목욕을 하고 방에 들어온 현이를 안고 밖을 살핀다.
이윽고 백이가 목줄에 묶이고, 목줄을 꼭 부여잡은 언니가 백이 혼을 낸다.
사건의 전말은 서울아지매가 나가자, 집에 있던 슈슝이 뒷산을 가로질러 나왔다가 이를 본 백이를 비롯한 옆집, 윗집 개들이 몰려와 슈슝을 공격한 것이다.
슈슝은 동네 개들과 아직 터놓고 지내는 사이가 아니다.
그러니 동네 개들에게 슈슝은 이방인(?), 아니 이방견이다.
슈슝은 다리에 피를 흘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서울아지매가 상처부위를 만지려고 하자 질색팔색을 하며 못 만지게 한단다.
간신히 머리만 쓰다듬으며 달래주고 있단다.
나도 간혹 물어뜯고 싶은 사람이 있다. 미움이 온 마음을 차지해 버려 저주를 퍼부어댄다.
“죽어 버려. 벙어리나 되라지. 앉은뱅이나 되라.”
백이도 이런 마음을 먹고 슈슝을 물었을까?
아니다. 백이에게 슈슝은 내 영역에 들어온 적이다. 그러므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백이는 당연히 짖고 물어야 했다. 그런데 백이는 혼이 났고 목줄에 매달리는 신세가 되었다.
개의 본능대로 산다는 것은 제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사람의 본능대로 산다는 것은 남을 해치는 일이다.
사람의 잣대를 개에게 들이대니 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미움, 시기, 분노 같은 것은 해롭습니다. 이런 감정들은 우리의 정신적인 행복을 파괴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부정적인 마음의 상태로 여깁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향해 나쁜 마음을 먹거나 미움의 감정을 갖는 순간, 당신 자신을 미움과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채우는 순간, 그때 다른 사람들 역시 당신에게 적대적이 될 것입니다. 그 결과 더 많은 두려움, 더 큰 자기 억압과 망설임, 그리고 불안감이 찾아옵니다. 그것들은 점점 커져가고, 타인에 대한 적대감 때문에 당신은 세상 한가운데 홀로 고립된 느낌이 들 것입니다. 이 모든 부정적인 느낌들은 미움 때문에 생겨납니다.
달라이 라마, 하워드 커틀러,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류시화 옮김, 김영사, 46쪽
내가 누군가를 향해 나쁜 마음을 먹거나 미움의 감정을 가졌을 때, 나에게 그는 적이 된다.
동시에 그 감정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에게로 향한다. 내가 쏜 화살에 내가 맞는 꼴이다.
그러니 사람이 본능대로 산다는 건 남을 해치는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기를 해치는 일이다.

백이가 목줄에 묶여 집에 들어 앉아 있다. 볼이 더욱 홀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