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5일 맑음

 

봄날 산골의 날씨가 맑다는 건 도시와 차이가 있다.

아침에는 찹찹한 공기가 정신을 맑게 하고, 점심에는 모자를 쓰지않으면 머리가 따가울 정도로 햇볕이 강렬하다. 저녁에는 목도리를 하지 않으면 감기걸리기 십상이다.

사계절의 변화를 아침, 점심, 저녁으로 겪는다.

산골에 있으면 저절로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날씨에 무지하고 그것을 겪는 몸에 대해 무지했던 나는 그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한다.

날씨 맑음 속에는 수많은 차이가 있다. 그 차이만큼 새 날을 산다.

 

뒷산에 새 길을 냈다.

길을 가로막고 있던 나무들의 가지를 치고, 경사진 언덕을 올라가니 온통 더덕밭이다.

옛 주인이 이곳에 더덕을 뿌렸다고 한다. 그것이 몇 년 묵어 지천이 되었다.

산의 생명력은 더딘 것 같아도 끈질기다.

더딘 것을 참지 못하고 끈질긴 건 미련한 것이 된 세상에 산은 묵묵히 제 할 일을 한다.

나는 오늘도 산을 배운다.

 

 

마당에 호랑나비 네 마리가 앉았다.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서니 현이가 달려와서 날아가버렸다.

 

 

이것이 더덕이다. 이 연약한 이파리 밑에 더덕이 숨어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더덕을 캐지 않았는데도 냄새가 진동 한다.

 

 

이것은 꼭두서니. 염색물감으로 쓴다. 염색을 하면 분홍색 물이 든단다. 

 

이것이 봄의 나물, 취다. 이 봄 원없이 취나물을 먹는다.

 

버드나무에서 버들씨가 날린다. 하얀 솜털이 점점이 떠다닌다. 솜털을 자세히 보면 까만 씨가 들어있다. 이 씨가 날아다니면서 이 산 저 산 옮겨다닌다. 

 

버들씨가 날리는 것을 보면서 봄날은 간다. 버들씨 안에 봄날이 들어 있다. 나의 시간도 날아가고 있다.

 

서산에 지는 해를 뒤로 하고 저녁을 먹는다. 쑥국과 취나물 무침, 가죽고추장무침, 들깨튀김, 삭힌 깻잎, 상추와 계란 후라이.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밥알이 하나하나 살아 있는 콜 수사님표 밥. 최고의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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