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 햇빛 작열

 

아침부터 형부에게 전화가 왔다.

포크레인 기사가 7시 반부터 기다리고 있는데 안 오고 뭐하냐고?

형부는 아침밥을 뜨다말고 기사를 데리러 출동했다.

침착하던 형부도 오늘은 왠지 허둥대는 것 같다.

드디어 기다리던 포크레인 기사가 오고 달달 믹스커피를 마시면서 오늘 할 일을 얘기한다.

1. 바깥채를 몽땅 부순다.

2. 바깥채에 쓴 목재는 재활용하므로 살린다.

3. 바깥채를 부술 때 안채가 손상되지 않도록 한다.

4. 집을 다 부순 후 바닥을 고르고 평평하게 다진다.

 

할 일은 전달됐고 포크레인 아저씨는 차근차근 일을 진행한다.

포크레인의 움직임이 가볍고 신속하다. 일하는 솜씨가 척척이다.

부서지는 집을 보니 아깝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다.

형부는 이 집을 짓는데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집짓기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 채 책을 보고, 물어가면서 지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한데, 그땐 젊고 패기 있던 시절이었다.

그런 집을 부수는데 반나절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형부의 처녀작이 사라졌다.

"형부, 기분이 어떠세요."

"우리는 뭐... 이런 거 갖고... 아무 생각도 안 난다."

"아무 생각도 안 난다고 해놓고 혼자 있을 때 엉엉 우는 거 아녜요?"

"그런 일 없다. 우리는 그런 거 모른다."

형부는 감성이 충만한 사람이다. 내 보기에 형부는 표현이 서툴 뿐이다.

형부는 포크레인 작업을 하는 내내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쪼그리고 앉은 모습에서, 담배 연기에서, 눈빛에서 알 수없는 아쉬움이 풍겨나왔다.

집이 사라지는 모습은 쓸쓸하고 속절없다.

 

 

 

 

 

 

 

 

 

 

 

포크레인이 집을 부수는 동안 형부는 앉았다

 

 

일어섰다

 

 

다시 앉았다 모든 것을 눈에 담았다.

 

 

백이는 포크레인 소리에 놀라서 몸을 덜덜 떨고 앓는 소리를 한다.

괜찮다고 얼르고 안아줘도 좀체 그치질 않는다.

백이는 소리에 민감한가보다.

그에 비해 현이는 포크레인도 공격하려는지 빽빽 소리를 질러 댄다. 

하도 성가셔서 안아줄 수밖에 없다.

 

 

포크레인 소리도 이제 웬만큼 적응됐는지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는 현이.

발이 짧아서 땅에 닿지 않고 들려 있다. 숏다리 현이의 비애다.ㅋㅋㅋㅋ

 

글러브를 낀 듯 두툼한 손을 들고 잠에 취해 있다.

집을 뜯든지 말든지, 시끄럽든지 말든지 세상 모르게 자는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포크레인 작업을 끝내고 나니 백이가 웃는다. 현이의 표정은? 멀뚱하다.

"뭐야, 남의 얼굴을 왜 찍는거야?" 말을 하면 이러고도 남을 녀석이다. 

 

 

집에서 나온 큰돌은 가장자리로 옮겨 테두리를 만들어주고 포크레인을 왔다갔다하면서 땅 다지는 작업을 한다.

 

말끔하게 정리된 집터. 네 개의 기둥에 막걸리를 부었다.

"땅신이시여, 집신이시여, 부디 탈없이 집짓게 해 주이소."

 

집짓기 1년, 집 부수기 반나절, 땅 다지기 반나절.

새집 지을 터가 이제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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